장편소설 因緣
<제18편 여검사의꿈>
③지혜의눈물-41
“지혜야, 아빠 말씀이 명언이야! 용신은 아직 고교생 아니야? 용신이 대학 나와 무얼 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널, 돕지 않고 널 떼놓고, 달아날 순 없게 되어있어!”
양지숙도 지혜에게 용신의 처지를 말하면서 도움말을 주는데, 천복이 듣기에는 용신이 서클 파트너와 가까이 지낸다고, 가정문제까지 들고 일어난다는 것은 지나치다싶었는지 입을 열었다.
“내가 하는 말은, 용신이 서클활동을 하더라도,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난잡한 행동은 사전에 막도록 지혜가 컨트롤해야해! 무용클럽이라면, 다른 분야보다 더 건전해야지.”
이렇게 천복이 결론적으로 말하고, 모두들 일어섰다.
어느덧 해는 지고 밖에는 어둠이 내리는데, 상가골목길은 전등불빛이 어지럽게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양지숙은 지혜와 나란히 앞장서 걷고, 천복은 경숙과 뒤처지어 그 뒤를 천천히 따르고 있었다.
“엄니가니 돌남이럴 데기 이뻐허셔유. 오호호.”
경숙은 정읍댁이 돌남이를 예뻐하는 것이 흐뭇하였는지, 이렇게 말하면서 웃고 있었다.
“그게 다 경숙이 덕분이지 뭐!”
천복은 정녕 경숙에게 고마웠다.
“처음 돌남이넌 으자랑 잠잘 줄더 몰러갖거, 즈그랑 석순 씨랑 함끼 대들어서나 흘레붙이넌 거츠럼 혔어라오! 깔깔깔.”
경숙이 장난기로 말하면서 깔깔거리자, 천복이 무슨 의미에서인지, 그녀의 손을 잡더니 힘주어 쥐는 거였다.
“돌남이 어려서부터 떠돌아다녔으니, 누구에게 그런저런 걸 배웠겠어? 덩치만 커닿지, 어린 애지 뭐? 그런 숙맥을 경숙이랑 석순 씨가 어떻게 가르쳐준 거야?”
천복은 기왕지사 경숙이 꺼낸 말이었기에, 그때의 상황이 궁금하여 알고 싶었기에 묻는 말이었다.
“깔깔깔, 그찮어더니, 즈근 그 적이 일얼 샹각허문, 혼제 웃어라오! 깔깔깔.”
경숙은 그적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서 혼자 웃는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말해봐! 나도 어머니의 일인데, 그동안 구레나룻과 사귀다 갑자기 나이어린 돌남을 만나 어머니를 얼마나 편히 즐겁게 모시는지, 아직 보지 못해 궁금하잖아?”
천복은 갑자기 어머니를 모셔오긴 하였으나, 정녕 마음 편케 계시는지, 경숙이나 석순의 입이 아니고서는 알 수가 없는 거였다.
“깔깔깔, 하이거, 여보 웃어죽겄어여. 돌남이넌 글씨, 어린 긋이 옷얼 벳겨노먼, 곰 같어라오. 그렁기러 엄니가 깜쩩 노라갖거, 누웠어유. 즈그가니 저고리럴 벳겨드리거 초마자락얼 훌렁 젲혀놓거서나, 속곳얼 벳겼넌디라오, 돌남이넌 멍혔어유.”
경숙의 이야기를 듣던 천복은 한숨을 내리쉬면서 발을 멈추더니, 경숙을 마주보다가 그녀의 어깨를 쥐고, 묻는 거였다.
“그래서 경숙이 어떻게 했어?”
“그려서나 즈그가 돌냄이 기다랗기 뻣뻣현 거럴 잡어끌어다가니, 엄니현티 데꼬 갔어라오. 그려더 갸넌 나만 보거 있어서나, 엄니 사타구니여다 찔러줬어라오! 그렁기 거때부텀 응뎅이방아럴 쪘어라오. 글거 쫌 뒤여 석순언니가 들와서나, 엄니 초마럴 훌떡 벳겼어라오. 깔깔깔. 깔깔...”
경숙은 신이 나서 침을 튀기면서 말하더니, 웃어죽겠다는 듯이 뱃살을 쥐고, 웃음을 토악질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경숙아! 어머니께서 좋다고 하셨어?”
“돌남이가니, 그제 배워갖거 황소츠럼 씩씩거림서 막 굴른기러 엄니넌 숨을 헐떡거림서 돌넴이 참말러 좋언 사내아으라거, 칭찬허셨어유.”
천복은 경숙의 말에 빙긋 웃으면서 경숙을 끌안듯, 하고는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복잡한 시장거리골목길 한가운데 마주서서 긴긴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둘이서 가던 앞을 보자, 양지숙과 지혜는 사람들 속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천복은 경숙에게 고마운 생각만이 밀물처럼 달리어드는 거였다.
“아하하, 우리경숙이 너무 수고했어. 돌남이 데리고, 연습 좀 시키지 그랬어?”
“싫어라오! 즈근 당슨 아니문, 안 혀라오! 오호호.”
경숙이 천복의 말에 대뜸 토라져 말하더니, 웃고 있었다. 그러나 지혜와 양지숙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다음은 <제18편 여검사의꿈>④여검사의 귀향입니다.
첫댓글 경숙은 어려도 슬기롭고 당찹니다.
고자한테 시집갔다가 남편이 죽자 시렁가래에 목을
매어죽은 열녀지요. 그것을 옥황상제가 알아차리고
인도환생시켜 천복을 만났는데 교육도 받지 못하여
배우지는 못했어도 슬기롭고 당차지요. 그런연고로
천복의 심중을 알아차리고 모든일을 철저하게 돕고
있네요. 어찌보면 천복을 하늘이내려다보고 돕는것
같네요. 인간의운명이란 하늘이 돕지않고서는 무엇
이든 이루기가어렵죠. 천복은경숙을 귀중하게 생각
하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