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53세 여성 지나 체이스는 지난달 중순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스스로 실종됐다. 에고(ego)를 죽여 영혼을 꿰뚫어보겠다는 것이 그녀의 여행 목표였다. 처음에 닷새는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과 팀을 이뤄 숙영하다 홀로 모험을 떠났는데 휴대전화를 버리는 등 기본적인 위치측정 기술을 사용하지 못했다. 가이드들은 제대로 생존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출발하게 했다.
이렇게 나흘을 혼자서 버텼다. 나뭇가지들로 움막을 지어 비바람을 피했다. 빗물을 모아 캠프파이어할 때 쓴 숯을 이용해 정수해 마셨다. 그녀는 이 기술을 텔레비전 쇼를 보며 배웠다고 했다.
수색에 나선 이들은 나흘을 헤맨 끝에 지난달 노르우드 외곽에서 그녀를 발견했는데 그녀는 체험의 일환이라며 의도적으로 굶고 있었다.
미국 CBS 뉴스는 16일(현지시간) 체이스의 조난 경위 및 수색 등을 자세히 규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동안 알려졌던 내용과 상당히 다른 것이 많다. 워낙 긴 기사를 요약하다 보니 약간 상충하는 대목이 있을 수 있으나 종국에는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체이스는 듀랑고에 본부를 둔 비영리 모험 지원 단체 애니마스 밸리 인스티튜트가 주관하는 여러 날 소풍 체험에 1400달러를 내고 참가했다. 다른 11명과 닷새를 함께 캠핑했다. 그 뒤 '홀로 체험'을 위해 흩어졌다. 이 단체는 황량한 곳에서 외로움과 신체 스트레스는 탐험가로 하여금 한결 선명한 마음 상태를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체이스가 얼마나 생존 기술을 지녔는지, 다른 멤버들 누구라도 황량한 곳에 풀어놓아도 어떤 생존 장비를 소지하고 있는지 충분히 따져 보지 않았다고 산 미구엘 카운티 보안관실은 보고했다. 여기에 더해 가이드들은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말라고 부추겼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접근을 막음으로써 캠퍼들이 문명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안관실의 보고서에 따르면 체이스는 이미 다른 캠퍼들과 함께 숙영했을 때부터 굶기 시작해 수색대가 처음 결성됐을 때 이미 36시간 음식과 물을 먹지 않은 상태였다. 보안관들이 가이드들에게 다른 11명의 캠퍼들도 모두 돌아오라고 연락하라고 말하자 이들은 체이스의 이름과 임무로서 추적을 혼동해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가이드가 한 캠퍼에게 건넨 메모에는 방향에 대해 '작은 습지에서 왼쪽으로 꺾어 한참 걸어가면 된다'와 같은 불충분한 안내 뿐이었다.
한 부관이 체이스가 입은 옷에 대해 물었더니 녹색이라면서 애니마스 밸리 인스티튜트가 추천한 색이라고 했다. 체이스의 남편에 따르면 그의 아내를 "자연에 더 가깝게 데려다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부관은 "안전 관점에서 얼마나 멍청한지 모른다. 이런 색은 숲 지형에서 분간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그의 보고서 한 대목이다. "(그 가이드는) 그 대상이 있을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도에서 한 곳을 짚었다. (그 가이드는) 정확히 우리의 현재 위치를 짚었다. 해서 일러줬더니 (그 가이드는) 'Oh'라고 내뱉었다. 난 (그 가이ㄷ에게) 가이드를 잃어버린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해줬다."
모든 캠퍼들은 흩어졌지만, 인스티튜트는 그들끼리 페어링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두 캠퍼는 서로 떨어진 지점에서 서로에게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 체이스는 다른 여성과 묶여 체이스는 매일 밤, 다른 여성은 매일 아침 신호를 보내게 돼 있었다. 그런데 체이스는 자신의 캠프를 꾸리자 응답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녀는 트레일을 벗어나 다른 캠퍼들 사이트에서도 멀어지려 했다. 그러다 방향을 잃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해서 체이스의 짝은 다음날 아침인 지난달 15일 가이드에게 보고했고 가이드들은 911에 도움을 청했다.
체이스는 10분쯤 떨어진 곳에 간다고 예상하고 휘슬과 담요, 성냥, 물통만 챙겼다. 그녀 캠프에는 텐트와 침낭, 공기를 넣어 부풀리는 패드, 물 12리터, 사흘치 비상식량을 그대로 남겨둔 채였다.
그녀는 지난달 18일 아침 떠오르는 해를 보고 동쪽으로만 가자고 마음 먹었다. 곧바로 수색대를 만나 캠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곳에서 의료 진단도 받고 몸도 데우고 먹을 것도 챙겼다. 알고 보니 체이스는 위성 기반 신호기와 트래킹 장비를 갖고 있었는데 가이드들이 추천하지 않아 집에 놔두고 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조난됐을 때 휴대전화도 갖고 있었지만 신호가 터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수사관들에게 밝혔다. 인스티튜트 측이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녀는 비상식량도 갖고 있어서 나흘 동안 조금씩 나눠 먹었다고 인스티튜트 측과 정반대 주장을 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애초에 캠프 본부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맨 것이었다. 그녀는 가장 확실한 지역의 랜드마크인 해발 고도 3962m의 산이 자신의 남쪽에 있으며 태양의 위치를 보고 방향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한 마디로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존 기술도 없었던 셈이다. 여기에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이들을 가이드라고 임무를 맡긴 인스티튜트의 무책임이 설상가상을 만들었다.
그녀는 조난 중에도 산과 풍광을 사진으로 담고 있었다. 셀피도 찍었다. 주위 아는 사람들에겐 괜찮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곤 영혼을 찾아 떠났다고 이상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그러곤 다음에는 GPS를 장착하고 황량한 곳에서의 배움과 여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스티튜트는 지금 어떤 얘기를 할까? "황량한 곳에서는 으레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면서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이번 일을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체이스는 인스티튜트가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며 두둔했다. 그리고 구조된 지 열흘 뒤 빅토리아 자택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색 및 구조에 나선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자신에게 주소를 보내주면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하며 "더 이상 실종은 없다"고 서명을 남겼는데 그 옆에는 위성 교신 장치를 손에 들고 미소 짓는 셀피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