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오전엔 교회를 간다.
물론 일요일엔 남편과 나란히 가기도 하지만
금요일 오전에 드리는 구역예배를 인도하기 위한
성경 공부를 하기 위해서인데
늘 기쁜 마음으로 가려하지만
때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고백한다.
오늘은 특히 교회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던
노인학교가 여름 방학을 마치고
새로 개강을 하는 날인데
내가 속해 있는구역과 다른 세 구역이 함께
70여명이나 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점심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날이다.
일을 해야 하는 날이면 꼭 안나오는 교우도 있고
설사 나온다고 하여도 이리 저리 눈치만 보는
젊은 교우들과 함께 일 할 생각을 하니
기쁜 마음이 안들더란 말이다.
또한 휴가철이다 보니 구역원들이 미쳐 휴가 중이어서
막상 모여보니 겨우 5명뿐이었다.
다섯명이 밥하고 국 끓이고 반찬을 만들기에는
쉽지않은 일이지만 주기적으로 돌아 올때마다
늘 겪었었기에 모든 걸 감수하고 작업을 하는데,
가나오나 어디든지 꼭 한사람은 있는 뺀들거리는 사람.....
교인들 사이에 소문이 난 그녀가 오늘도 어김없이 공주타령이다.
배추를 소금에 절여 겉절이를 만들어야 하고
무우를 넣고 소고기 국을 끓여야 하고
고등어를 무우 넣고 조림을 하여야 하고
가지나물을 만들어야 하고......오늘의 메뉴가
재료만 어지럽게 준비 되어있는데
휴우.....한숨부터 나왔다.
그 중에 제일 친한 미숙이는 나랑 동갑이기도 하고
전라도 고흥이 고향인데 요리 솜씨가 워낙 좋아서
교회 행사가 있을 때면 언제나 팔을 걷어 부치고
몸을 사리지 않기로 정평이 나있는 친구다.
많은 교우들 중에 나랑 마음도 잘 맞아서 우리 둘이라면
암소 한마리 정도는 거뜬히 해치울 거라는 농담을 하곤 하는데
오늘도 우린 뺀질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남의 일처럼 팔짱을 끼고 서 있는 그 젊은 뺀질이를
타이르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며
커다란 전기 밥솥에 세 군데나 밥을 짓고
군대에서나 사용하는 어마어마한 솥에다 국을 끓이고
가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끓는 소금 물에 데쳐서
갖은 양념을 넣어 버무리고
무우를 큼직하게 썰어 밑에 깔고 고등어를 얹어 조리고.....
12시에는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잠시도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일을 했다.
드디어 기다리시던 식사시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시장하신지
불이나케 식당으로 들어오시는데
나는
양파 팃일 까.고추가루 탓일까.....?
연신 아직도 매운 손으로 애꿎은 눈만 문지르고 있었다.
사실 지난 봄 친정 엄마를 우리 집에 모시고 올 때
내가 다니는 교회의 노인학교에 등록을 했었다.
자동차로 십여분이면 모시고 갈 수 있고
젊은 교인들이 프로그램을 잘 구성해서
노래도 부르시고 춤도 배우시고
유명 강사를 초빙해서 강의도 듣고........
그저 나들이 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니시면 좋을거란 생각에서였다.
허나 엄마의 건강 상태가 자꾸만 나빠지시는 바람에
노인 학교는 한번도 가시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가
지금은 막내 동생네서 노환으로 고생하고 계시니 마음이 울적할 수 밖에.
엷은 화장을 하시고 모두 밝은 옷차림과 환한 표정을 지으시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즐거운 담소를 나누시는 걸 보니
평생 화장 한번 못해보신 엄마 생각에 자꾸만 부러워지는게 아닌가.
"나도 엄마가 이렇게 다니실 수 있으면 빛깔 고운 입술 연지라도
하나 사다 드릴건데....분홍 빛 부라우스도 사다 드리고....
꽃 무늬 양산도 사드리고...."
마음으로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밥을 푸다말고
일 잘하던 미숙이가 내 옆구리를 찌른다.
" 친정 엄마 생각 하고 그러지?"
어느새 눈치를 챘나보다.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마를 사이도 없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설겆이를 마치고 교회 앞 작은 장터에서
물 좋은 생선을 늘 산지 직송해서 팔고 있는 부부에게 가서
아직 살아서 버둥거리는 꽃게를 샀다.
간장을 부어서 만든 게장은 엄마가 가장 좋아하시는 반찬이다.
몇 번 잘 다려 부어서 알맞게 맛이 들면 엄마에게 갖고 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