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에 낭만과 설렘을 기대하며

[햇살편지]

어느덧 2월인가 싶었더니 중순에 이르렀다.

요즘 개인적으로 즐겨하는 스포츠, 그중에서도 동계 올림픽에 빠져 사느라 일상이 즐겁다.

동계 올림픽을 시청하다 보면 절로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르고 지금은 빌딩 숲이 되어버린 여의도 샛강에서

날이 저무는지도 모르고 스케이팅을 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옛날에도 조신함과는 거리가 멀었던지 여자애들이 즐겨탄다는 피겨스케이팅 보다는

속도감에 매료되어 강렬하게 꽂혀버린 스피드 스케이트가 좋아서 여의도 샛강을 가르던 기억은

어쩐지 그 시절에도 남녀라고 규정되어지는 행동이나 태도에 절로 저항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겠다.

규범이라는 것이 어쩐지 남녀를 가르고 정해진 행동과 태도를 정해버려

암암리에 그런 사회적 규약에 어긋나면 손가락질을 하거나 사회적 잣대라는 굴레 속에 사람을 가두기 일쑤였으나

내 부모님은 그런 사회적 족쇄로 부터 일찌감치 깨어있던 분들이었으므로 괘념치 아니하고

마음대로 하고싶은 대로 하며 자율적이며 주체적으로 자라길 희망하고 응원하셨다.

그러다 보니 동네 빙판에서 썰매나 타며 동네 애들과 시시껄렁하게 겨울놀이를 하며 지내는 것 보다는

거리가 멀었어도 여의도 샛강에 가서 그 너른 빙판터에서 각자 원하는 스케이트를 마음놓고 타라고 종용하셨다.

쥔장이 자라던 그 시절은 여의도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속에 안긴 섬이었으며 비행기 넘나드는 공항이 있던 곳이다.

여하튼 그 덕분에 바로 밑 남동생과 추월 경쟁을 벌이던 우리 남매와 그곳을 장악하던 스케이트에 관한한

자신들을 넘을 수 없다고 자랑질하던 패거리들과 경쟁의식이 고무되어 빙판을 가르다 속도감에 못이겨 부딪히고

순간적으로 스케이트 날에 얼굴을 다쳐버린 남동생의 피투성이 사건은 지금도 잊지 못하지만 

어찌 수습을 하였는지는 기억에 없다........너무 놀란 나머지 순간 삭제 되어버린 듯하다.

어쨋거나 그런 어린 시절을 지내면서 일찌감치 외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는 너무나 많았던 부유함 덕분에

그렇게 마구잡이로 놀다 돌아온 날이면 언제나 초컬릿과 지금은 쿠키라고 불리우는 양과자가 등장을 하였고

떡보다는 엄마가 손수 만들어주신 케잌에 익숙한 시절을 보내던 유년의 기억들이 조각조각 올라온다.

그러다 보니 오늘처럼 2월 14일을 "발렌타인 데이"라고 정하고 상술적으로 이용당하는 날이 등장하게 되면

심리적으로는 무슨 저런 상술에 놀아날까나 싶어도 은근히 그런 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싫지는 않다.

덕분에 이런저런 핑계꺼리로라도 무슨무슨 날을 기념하는 정서적 만족감이 생기는 듯 하여서 말이다.

물론 그런 상술적인 무슨무슨 데이 라는 것이 마냥 즐거운 일도 아니고 별로 기대하지도 기억하고 싶지도 않을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공존하겠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그런 날들이 주는 의미부여가 나쁘지는 않다.

그런 재미로운 기념일이 없다면 살아가는 일상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싶은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고

적당히 누리고 즐기는 여유 정도는 그래도 살아가는 힘을 끌어당기는 좋은 원동력이지 싶은 생각이다.

하긴 살기도 고달픈데 무슨 발렌타인 데이며 화이트 데이 기타 등등을 운운하겠나 싶어도

매달 14일에 무슨무슨 데이를 짜깁기 하여서라도 그런 날에 의미부여하는 재미를 놓치기는 싫다는 것이

또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과 사탕을 선물하는 날의 전통은 이미 고대 로마시대 축제로 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축제의 백미는 연인이나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추첨하는 것이었지만

서기 1세기에 황제의 명령을 거역한 채 비밀스럽게 연인들의 결혼식을 진행해준 주교의 이름인 "발렌타인"을 차용하여

발렌타인 데이라 하기도 하고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에게 도움을 준 "발렌타인"이라는 또다른 남자의 이름이라는 설도 있고

그러나 결국은 그 둘은 동일한 인물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하니 어느 것에 기원을 두어야 할지는 모를 일이겠다.

중요한 것은 "발렌타인 데이"에 본인이 가장 아끼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애정과 사랑과 소중함을

말로써 행동으로써 혹은 조촐한 선물꾸러미로써 또는 그야말로 초컬릿이나 과자나 사탕으로

그들에게 전달하려는 마음과 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굳이? 라고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이미 15세기 부터 발렌타인 이라는 단어는

"사랑하는 사람"과 동의어 였다고 하니 굳이 라고 하지 말고 그런 날들을 즐겨보시길 권한다.

핑계김에 무슨무슨 데이를 상술화한 상인들에게 좋은 일 시킬 일이 아니라고 거부한다면 그 또한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암튼 오늘같은 날, 혹시나 사랑하는 사람들로 부터 무언가를 받을 기회를 갖게되지나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은

설렘이기도 하고 잃어버렸거나 잊혀졌던 낭만이 되살아날 좋은 기회이기도 해서 나쁘지는 않아보인다.

그러면서 혹시나 서방이 잊고 온다? 면 그것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집 나서기 전에

발렌타인 데이에 관한  사인 하나 정도 보내는 것 자존심 상할 일은 아니고

낭만을 되살리는 일이니 일단은 시도해 보려고 하지만 그동안 잊지 않았으니 당연히 기억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오늘 하루,

무언가를 기대하는 그런 날들이 되시길 바라며

바람결이 달라진 요즘 며칠동안 산책길이 매우 즐거웠다.

[pinks]

ㅎㅎ 겨울철 놀이들 덕분에 동심이 보상 받듯이 나도 요즘 동계올림픽 보는 재미에 동참하고 있어요. 쵸컬릿 받음 언제나 기분 좋죠. 젊은날보다 지금 더 좋아하긴 하지만, 단것 덜 좋아한 덕에 치아건강 잘 유지되어 감사하구요.

[햇살편지]

덕분에 즐거운 날들 입니다.
오늘은 보름이니 또 우리 문화를 누려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