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길음역 삼부 아파트에 있는 어머니 집을 찾았다. 동태찌개, 시래기국, 가지무침, 고추장아찌, 유채무침, 건새우볶음, 황태무침 등등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110A버스를 타고 왕십리역에서 다시 전철로 갈아탄 후 학교에 왔다. 컴퓨터를 켜고 오늘 뉴스를 모두 읽으니 12시 27분이다. 이 글 쓰기를 마친 후에는 연구실 청소를 할 생각이다.
거의 4개월에 걸쳐서 작성한 후 발표한 논문을 수정해서 '한국상사판례학회'에 투고한 후 그제 심사결과를 받았다. 곧 저널에 실리게 된다. 매일 밤 10시경 중랑천을 걸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비교하며 내 나름대로 독창적인 글을 쓰려고 노력했는데 다행히 심사위원들이 그 독창성을 매우 높이 평가해주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통념이 과연 맞는지에서 부터 시작한 논문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제 이 논문은 내 손을 떠났다. 남들은 이 논문을 비판하며 더 나은 글을 만들어 낼 것이다.
작년 12월 한달동안 걸은 보수가 420,468보이다. 목욕탕을 가거나 집안에서 걸은 보수, 그리고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휴대하지 않고 걸은 보수를 합하면 이보다 더 많은 보수를 걸은 셈이다. 작년 한해동안 알게 된 진실 하나는 걷는 것이 우울증을 없애준다는 사실이다.
어제는 밤늦게 광화문에 나갔다. 벌써 여섯번째이다. 박원순 시장이 거리에서 시민들과 토론회를 열고 있는 현장에 잠시 서있다가 광화문 집회현장에 섰다.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엉뚱한 생각 하나가 들었다. 서울대학교가 과연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가? 혹시 괴물들을 양산하는 대학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우리는 지금 지식만을 전수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다음 세기는 그러한 지식만으로 살 수 없는 세상인데, 그리고 그러한 지식은 컴퓨터가 그리고 인공지능이 다 해줄 것인데 왜 그런 공부에 매달리고 있을까? 서울대학교의 압학시험은 암기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우선하는 것은 아닐까? 이화여대의 모 교수가 정유라의 대리 시험을 치르고 대리 보고서를 제출하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되었다. 그도 서울대 출신이란다. 이 나라의 미래는 서울대 출신들이 이끌어 가지 않는다. 영혼이 없는 관료들만 양산하는 곳은 아닐까? 물론 대다수의 훌륭한 서울대 출신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러나 이제 서울대를 비롯한 우리나라 모든 교육기관의 교육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정말 훌륭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서울대와 같은 명문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열등의식에 빠져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는 현실이다. 즉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자기열등의식이 이 나라의 미래를 옥죄고 있다는 것이 내 진단이다.
새해에는 훨훨 날아야 한다. 열등의식같은 것은 모두 버리고 훨훨 날아야 한다. 하늘은 내게 남이 갖지 않은 능력을 분명히 주셨다. 착한 심성 하나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빛을 가져다 주는지 우리는 모르고 산다. 지식 많은 자들만을 부러워 하지 말자. 지식도 많고 창의력이 뛰어나며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들을 부러워 하자. 아니 지식은 없더라도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며 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고마워 하자. 높은 지위에 있다가 쇠고랑을 차는 자들, 자기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으로 국정을 농단하고도 거짓말을 일삼는 저들을 부러워 하지 말자. 역사는 리더만을 기록하고, 그 뒤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한 자들은 기록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있어야 돌아가는 법이다. 역사에 한줄 남기는 것에 연연하지 말자. 내 자식들이 사는 미래를 생각하며 자기가 현재의 위치에서 해야 할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를 위한 봉사라고 생각하자.
역사는 악한 리더를 반드시 징벌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징벌한 자는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었다. 평범함이 뛰어남을 이긴 사례는 무수히 많다.
난 오늘 아침에도 우리 어머니 아파트를 지켜주시는 경비 아저씨와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시냐고 감사하다고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고........
첫댓글 좋은 글 잘 읽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