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무협이나 만화 같은거 보다보면 주인공이 어느정도 강해진 상태에서 이제 정점,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단계나 혹은 무슨 특급 기술을 익히거나 할때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것을 전부 잊어라(버려라) 라고 하는게 있더라구요
예를들면 의천도룡기에서 주인공이 태극권을 익히는데 사부가 태극권을 가르쳐주면서 주인공에게 질문을 하는데 주인공이 그때마다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라고 답하니까 사부가 " 그래 이제 넌 태극권을 익혔다 " 라고 하는 것도 유명한 장면이구요. 나루토 선인술인가 배울때도 이제 그전까지 배운것들은 다 버리도록 하는 설정이구요. 만화 한마바키에 나오는 중국 최고 고수 할아버지도 진정한 힘을 얻기위해 자기가 그때까지 쌓아왔던 힘을 전부 버렸다고 말하죠.
무협 같은데서 가끔 나오는 이런게 어디서 유래된건지 궁금하네요. 이런거 관련한 동양철학이 따로 있는건지 있다면 무슨 의미인건지가 말이죠. 도대체 왜 무슨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무엇을 성취하기 위해서 배우고 익힌것을 "버려라/잊어라" 라고 표현한건지 그 버린다는건 무슨 의미인건지 그럴거면 지금까지의 경험은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첫댓글 도가사상입니다. 무위지위(無爲之爲) 즉 함이 없는 함을 뜻하죠.
“한 가지 형태를 고집하지 말라. 그것을 적용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발전시키고 그것이 성장 하도록 두어라. 물과 같이 되어라. 어떠한 형태나 구속 없이 자신의 마음을 비워라. 마치 물처럼. 당신은 컵에 물을 따르고, 물은 컵의 모양이 된다. 물을 병에 담으면 병의 형태가 된다. 이제 물은 흘러갈 수도 있고, 무언가를 파괴 할 수도 있다. 물이 되어라, 친구여.”
- Bruce Lee: A Warrior's Journey (2000)
이것은 이소룡이 한 말입니다.
@John Havlicek 동양 고전 장자의 양생주편 '포정해우'가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무위지위 찾아보니 조금 알거같으면서도 어렵네요 ㅎㅎ
꼭 무협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고 형식을 깨더라도 자유자재로 표현이 가능한 레벨이 있더군요.
오래시간 동안 단련된 숙련도가 틀을 깨더라도 자유로운 가운데에서도 교묘하게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주는데,
틀이 필요없을 정도로 숙련됨을 말하는거지 경험이 필요없다는게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도가도 비상도(道可道、非常道)'가 떠오르네요.
도덕경 1장 내용으로 도(道)는 우주 본질원리, 상도(常道)는 항상 변하는 도를 말합니다.
도가는 변화를 궁극 진리로 여깁니다.
그래서 도란 항상 변하는데
(불교 제행무상과 맥이 상통합니다),
사람이 이를 지식으로 고정하면 도가 더이상 변할 수 없어 상도라 할 수 없습니다.
(언어의 유한성과 맥이 상통합니다)
이걸 무협에 적용하면, 무술의 진리를 어쩔 수 없이 언어로 전달했지만 그것에 얽매이면 더이상 변화할 수 없으니 진정한 궁극에 닿을 수 없다는 겁니다.
도가는 무위입니다.
무위란, 만물이 움직이는 원리를 내포한 자연스러운 행위를 말합니다.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개념이 인위인데,
무위와는 달리 변화를 고정시켜 자유롭지 못한 행위를 가리킵니다.
여기서 설명하고 싶은 건 '무(無)' 개념입니다.
동양에서 무란 '없다'는 뜻이 아니라, '항상 변해서 혼란해 규정되지 않은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도가는 이런 이치를 가리켜 '현묘'하다고 합니다.
다시 무협으로 돌아가면,
아마도 스승이 제자에게 가르침을 잊으라 한 건
무술의 진리는 현묘한데, 자신의 가르침이 전부라 생각하면 궁극의 진리에 닿을 수 없으니 잊고 다시 현묘한 상태로 돌아가라는 게 아닐까 합니다^^
우와 .... 어떻게 저렇게 자세하게 아시지 ㅎㅎ대단!!!!
자, 태권도를 가르쳐줄테니 이젠 어디가서 쿵후배웠다고 하지마라. .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