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돋는 붉은 새순 장관… 남부에서 잘 자라지만 최근 서울에도 심어
홍가시나무
▲ 홍가시나무는 잎이 새로 자랄 때와 단풍이 들 때 붉은빛을 띠어요. /김민철 기자
봄에 제주도나 남해안을 여행하다 보면 봄인데도 잎이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 나무 무리를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생울타리로 심어 놓았고, 가끔 가로수 등으로 따로 심어 놓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나무가 홍가시나무입니다.
홍가시나무는 새순이 나오면 5월까지는 붉은색을 유지하다 점차 녹색으로 바뀌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붉은순나무라고도 부릅니다. 그리고 다시 가을에 다른 나무들이 단풍 들 때 또 한번 나뭇잎이 붉게 물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잎이 새로 자랄 때와 단풍이 들 때 붉은빛을 띠는 데다 잎이 가시나무 닮았다고 홍가시나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봄에 난데없이 붉게 물든 홍가시나무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데다 여러 그루를 심어 놓으면 온통 붉은 것이 정말 장관입니다. 제주도에서 이 나무를 처음 보았을 때 놀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서귀포 옛 탐라대 입구, 태안 청산수목원 등이 홍가시나무 군락으로 유명한 곳들입니다.
홍가시나무는 이름 때문에 상록성 참나무인 가시나무의 일종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남부 지방에 흔한 가시나무 종류와 이름이 비슷하고 잎 모양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다른 가시나무 종류는 참나뭇과지만 홍가시나무는 장미과여서 상당히 다른 나무입니다.
홍가시나무는 장미과 식물답게 5~6월에 꽃잎이 5개씩인 꽃이 흰색으로 핍니다. 가을에 달리는 열매도 도토리 모양이 아니라 찔레꽃 열매 비슷한 둥근 형태의 빨간 열매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잎은 양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좁고 예리한 톱니가 있습니다. 잎 앞면에는 윤기가 있고 뒷면에 주맥이 두드러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는 아니고 중국·일본 등이 원산지인데 관상용으로 들여와 주로 남부 지방에 심은 나무였습니다.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습니다.
이 나무를 주로 제주도와 남해안에 심은 것은 추위에 약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근래 서울에서도 이 나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새로 조성한 아파트 단지 생울타리를 이 나무로 조성해 놓거나 화단 등에도 몇 그루씩 심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배롱나무 등 서울에 심은 다른 남부 수종은 겨울에 볏짚 등으로 보온을 해주는데 홍가시나무는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노지에 심어 놓았습니다. 기후온난화로 서울 기온이 따뜻해진 데다 추위에 강한 품종을 개발한 것입니다. 홍가시나무만 아니라 호랑가시나무, 구골목서, 멀꿀 등 남부 수종이 별다른 방한 장치 없이 서울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더군요.
이 나무가 서울까지 진출한 것은 이제 전국 어디서나 잘 자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길을 걷다가 화단이나 생울타리에서 가을이 아닌데도 잎이 붉은 나무가 보이면 홍가시나무 아닌지 한번 살펴보기 바랍니다.
김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