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니베아 크림
인터넷을 하며
'왜 포토라인 안 세우냐' '검찰은 포토라인 세워라'
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지
그런데 포토라인은 정확히 누가 왜 세우는 걸까?
1. 포토라인은 공권력이 만든 것 아니라 기자들이 만든 것
포토라인이 처음 만들어지게 된 것은 1995년 부터이지만
계기가 된 사건은 93년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청 출석을 했을 때 생겼음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당시에 취재진들이 미친듯이 몰려들어서 사진을 찍는 바람에 (정준영 공항 취재 당시 처럼)
카메라에 정주영의 이마가 깨지게 됨 아이쿠
(한겨례 이정우 선임기자)
그때 기자들 내부에서도 '이건 좀 우리가 심했다 ㅠ' 이런 반성이 생겼고
그래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랑 한국사진기자협회가
공동으로 포토라인을 만들자, 논의를 하게 됨.
그리고 1994년 12월 '포토라인 운영 선포문'을 발표했어.
(이후 2006년 포토라인 시행 준칙을 또 만들어서 지금까지 지키고 있음)
그래서 취재를 하기전에 이렇게 미리 취재진들이 직접 설치함
(반드시 노란색 세모인건 아니래)
(한국일보 서재훈 기자)
2006년 포토라인 시행 준칙에 따라서
만약 사전 협희가 가능하면
피의자 동선 등을 미리 협의해서 설치할 수도 있긴 하대
참고로 오히려 경찰이 먼저
'시범적으로 포토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니 기자들은 따라주길 바란다' 라고
2005년 집회 때 공문 보낸적도 있는데
언론사들이 왜 우리가 너네 질서에 따르냐고 빡쳐서 이의 제기하고 결국 철회됨.
결국 포토라인은 취재 과열을 막기 위한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임
2. 포토라인은 공권력의 힘을 보여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견제 수단이었음
아까 언급한 정주영 회장 사건 때처럼,
검찰 소환 때 기자들이 미친듯이 취재를 했던 이유는
검찰 수사를 견제, 감시하기 위함이였음.
옛날에 (지금도..ㅎ)
검찰은 유력 정치인과 재벌 총수, 고위 고직자 같은
권력자들의 수사는 봐주기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어.
아니면 정권 입맛대로 수사에 개입하기도 했고.
(한국일보)
근데 이런 '봐주기' '입맛대로' 수사를 하려면
최대한 언론과 국민 몰래 쉬쉬 수사를 해야하겠지
만약 언론에 대대적으로 'ㅇㅇㅇ회장 검찰 소환'
이렇게 보도되고 사진이 뜨면
국민 모두가 주목을 하게 되니 지 멋대로 수사하기가 어려운거야
실제로
“포토라인이 재벌 총수 등을 봐주기 수사하는 관행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피의자가 포토라인에 서면 수사팀도 그만큼 부담을 느낀다. 그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 있고, 언론에 검증받을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이다”
검찰관계자들이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포토라인 안세우고 피의자 비공개 소환하면
기자들한테 황제소환이라고 욕처먹음.
물론 현재는 오히려 검찰에서
피의자한테 압박을 주거나, 심리싸움하려고
혹은 일부러 낙인찍으려고 활용한다고 지적받기도 함.
아무튼 포토라인이 생긴 근원적인 이유는
국민의 알권리, 언론의 자유 그리고 공권력 견제였기 때문에
법원이랑 검찰이 '포토라인 없애겠다' 얘기를 하면
기자들이 엄청나게 반발하는 것이라고 함.
3. 기자들은 그럼 어떻게 알고 오는가
원래는 검찰에서 소환할 때도 촬영 못하는 것이 원칙임!
그러나 예외적으로
피의자 공개 소환을 하기 때문임.
검찰도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하기 때문에
공적 인물일 경우에 언론에서 물어보거나,
(안물어봐도) 취재 경쟁이 너~무 심각할거 같으면
[누굴, 언제 불러서 언제 귀가할건지, 죄명이 뭔지]를 알려줄 수 있음
대신 여기에서 얘기하는 '공인'은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교육감,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공무원, 정당 대표, 자산 1조원 이상 기업 대표 등이야.
형사범죄(살인,강도,성폭력..) 피의자는 원래 공개 소환 대상이 아님
그럼 여시들이 보는 포토라인의 범죄자들은 어떻게 찍힌걸까
기자들이 어떻게 알고 오는거임.
(그런데 진짜 엄청 핫한 사건들은 검찰이 살짝 언론에 알려주기도 한다는 얘기도 있더라 잘몰라..)
암튼 원래 원칙은 기자들이 촬영을 와도
찍게 허락하면 안되지만
예외적으로 잔인하고 피해가 컸던 강력범죄나, 증거가 확실한 성범죄 피의자는 촬영하게 허락해줄 수 있어..
(얼굴 공개라는 뜻은 아냐 그건 또 다른 문제)
홍대 몰카 피의자는 포토라인에 세우고
여태 다른 몰카 범죄자들은 사진이 없었던 것은
검찰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결국 다른 사건에서는 그 만큼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소환일자를 알아내서 취재하러 가지 않았다는 얘기도 됨.
애초에 포토라인이 없었다는 것은 포토라인을 설치할 기자들도,
과열되는 취재도 없었다는 거야. 슬픈 일이지
위에 공개소환 어쩌구 길게 썼지만
2019년 10월 검찰도 앞으로 공개소환은 아예 폐지할거라고 발표했어.
피의자 인권문제 논란이 많아서 그런거 같아 ..
취재진 몰려서 포토라인 세우는 일이 아예 사라질지 어쩔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여태까지 권력있는 피의자(위에 얘기한 공인들)들을
공개 소환하는 것도 사라지면 국민은 그만큼 알권리도 사라지는거니 어려운 문제 같아
참고기사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6481.html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43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1231458018238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0041823057827
첫댓글 우와 엄청 유익한 글이다.. 정말 몰랐어!
와 신기하다! 유익해!! 평소 궁금했는데!
헐 이거 전공시간에 배웠는데
오 처음 알았어
올 알려줘서 고마워!! 범죄남들은 포토라인 안 만드는게 기자들 의지인거네.... ㅋ... 사람들 관심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왜 생겼는지도 기자들이 만든 거라는 것도 첨 알았어
와 여시 진짜 알기쉽게 설명해준다ㅠㅠ 여시덕에 내가 똑똑이가 된 기분이야 ㅠㅠ 알려줘서 고마워 ㅠㅠㅠㅠㅠㅠ
유익한 글이야...!
진짜 흥미돋이다!!! 기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거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