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광안리 해안가의 건물 높이제한이 완화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해안 경관을 둘러싼 논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높이제한을 풀어주는 대신 공공성을 확보하려면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의 양보가 필요한데,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20일 부산디자인센터에서 열린 '광안리 해안 주거지 정비 종합계획' 공청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부산참여연대 손동호 사무처장은 "광안리 해안 높이제한이 풀리면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이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이다.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민락매립지를 매입한 S건설사 역시 초고층을 허용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경실련 차진구 사무처장은 "각 아파트마다 바다 조망권을 확보하려고 건물을 배치하면 초고층으로 확보된 통경축마저 막히게 된다. 최고 높이 65층도 부담스럽다"면서 "공공성 확보 기준이 분명해야 또 다른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몽 부산시민센터장은 "기부채납을 통해 광안리 해안에 최소 50m 너비의 친수공간을 확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부산시의회 강성태 의원은 "아파트 재건축은 사유재산인데 공공성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경재 삼익비치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세계 주요 도시들은 초고층 건물을 장려하고 있는데 유독 부산만 제동을 걸고 있다. 수영만은 초고층을 허용하면서 광안리만 막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높이제한 완화는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광안리 해안 높이제한 용역의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파급력은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용호동 LG메트로시티와 GS하이츠자이 주민들은 '25층 오피스텔'로 제한된 용호만매립지에 '55~70층 이하 주상복합'을 허용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요구 중이다. 광안리 해안에서 높이제한이 풀리면 용호만도 풀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높다. 조승호 부산시 건설본부장은 "광안대로(바다)와 황령산이 경관 보호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광안리와 용호만을 따로 떼내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칙없는 행정'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부산시는 2005년 해안의 스카이 라인을 지키기 위해 5개 해수욕장의 건축물 고도를 60~75m로 제한하는 해안경관지침을 수립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관 전문가는 "불과 6년 전에 '무분별한 해안 개발을 막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자화자찬했던 부산시가 이제는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게 경관 확보에 좋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