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구이
안승남(여)
교만의 꼬리 썰고 황금비늘 벗겨 내어
밀가루 분 바르고 기름옷을 덧입히니
소망의 불꽃 지짐으로 차려놓은 저녁상.
노릇한 구이 냄새 코끝을 간질이고
날 선 가시 발라내어 밥술에 얹어주니
지아비 웃음소리에 막걸리잔 터지네.
◆ 시조평(時調評)
시조는 다른 장르의 글들과는 달리 표현이 압축적이고 형식에도 운율미가 있기에 특별히 맛과 멋이 강조되는 장르이다. 음식이 맛깔나야 하듯이 글도 맛깔 나는 글이라야 읽을 맛이 난다.
그런데, 맛과 멋을 강조하려면 감각적 이미지의 표현기법이 필수적이다. 이 글은 읽을 맛이 나는 맛깔 나는 시조이다. 이 글은 생선구이를 하는 화자의 요리행위를 통하여, 시각, 후각, 촉각, 청각적 이미지가 한데 어우러져 생생한 현장감이 있어서 실감실정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교만한 맘을 버리고 금전만능주의를 꼬집는 말을 ‘교만의 꼬리 썰고 황금비늘 벗겨내어’라고 비유한 것이라든지, 정성들인 생선구이를 ‘소망의 불꽃 지짐’으로 표현한 것 등은 수준 높은 암유적 표현이며, 아내의 정성으로 인해 ‘지아비 웃음소리에 막걸리잔 터진다’라는 표현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고도의 환유적 기법으로 멋지게 표현해 낸 절창이다.
이 시조는 신선한 감각과 비유의 기법으로 소박하고 진실한 아낙의 거안제미(擧案齊眉) 정성을 아주 효과적으로 표현해낸 좋은 작품이다. (작품평 : 효봉 이광녕)
첫댓글 작은 소망에도 기뻐할 줄 아는이가
진정 이 시대의 가장이고 영웅이십니다.
너털 웃음은 안방에서부터 시작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