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이 대한민국의 4월15일로 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규모 정치행사를 연기하는 반면 한국은 만18세 이상 전국민이 참여하는 총선을 이틀 앞두고 있다. 2주 전부터 전국에서 선거운동이 진행됐고 지난 10일,11일 이틀간 사전투표까지 마쳤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상황에서 치러져 기존 선거 문법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안정론이냐 견제론이냐…결국 文정부 '코로나 대응' 평가
집권 후반기에 치러지는 총선은 역대로 정부의 국정운영 '중간평가' 성적표로 나타났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을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로, 선거 결과에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 동력이 달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정치권 이슈를 모두 잠식하면서 결국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평가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일 잘하는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여당'을 만들어달라는 프레임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에게 각국 정상의 코로나19 협조 요청 전화가 쏟아지며 '방역'에서 선방했다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 다가올 '경제 위기' 역시 문 대통령과 함께 이겨내겠다는 '국정 안정론'이다.
미래통합당에서는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섰다. 코로나 극복은 정부가 아닌 국민들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며, 지난 3년간의 경제 심판과 조국·靑인사 각종 의혹 등 청와대 인사들의 연루 의혹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프레임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두자릿수를 유지하며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통합당의 조국·경제심판론은 코로나19에 밀려 이슈 선점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막말 논란'으로 잡음까지 겹친 상황에서 남은 선거운동 기간 '리스크 관리'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통합당은 지난 주말부터 '폭주냐 견제냐'를 선거구호로 내세우며 읍소작전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이번 총선으로 여당이 과반 이상을 확보할 경우 문재인 정부는 후반기 개혁 과제에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통합당이 승기를 잡을 경우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코로나19 속 선거…선거운동 '새 지평'
이번 4·15 총선이 연기 없이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되는 것 자체로도 세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유권자 4400만명이 움직이는 전국 선거를 치르면서 코로나19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선진적인 행정력과 보건의료 시스템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달 15일 전국 3만5000곳의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 1차 투표를 실시했으나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달 22일 예정된 2차 결선투표는 결국 6월21일로 연기했다.
미국은 대선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유력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미 상원의원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정상적인 경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중도 하차했고, 미국 전역에서는 대부분 경선을 연기하거나 대면 투표를 취소하고 우편투표로 바꿨다.
한국은 선거 일정을 예정대로 강행했고, 지난 10~11일 실시한 사전투표의 경우 전국 4399만4247명 유권자 중 1174만2688명이 참여해 최종 투표율 26.69%로 사전 투표 도입 이래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본투표 역시 높은 투표율로 이어질지, 본투표 참여자가 사전투표로 분산된 것인지는 본투표 결과로 나타날 전망이다.
아울러 자가격리자들의 투표권도 보장된다. 정부가 전날(12일) 발표한 자가격리자 투표 관련 방역지침에 따르면 4월1일부터 14일까지 자가격리 통지를 받은 사람 중 본투표인 4월15일 당일 무증상인 경우 투표가 가능하다. 일반인 투표가 종료되는 6시부터 자가격리자 투표가 시작된다. 이 역시 거소투표·사전투표·본투표 외에 또 다른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선거 역사의 새로운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확진자 수가 잦아들고 있지만 여전한 감염 우려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중이 밀집하는 선거운동 방식도 변했다.
후보자와 선거운동원, 유권자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중 밀집 지역보다 아파트 단지와 골목을 돌아다니며 후보자가 혼자 연설하는 게릴라형 '벽치기 유세'가 등장했다. 시민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며 스킨십에 주력했던 기존 선거운동의 문법에서 벗어나 '주먹맞대기'로 스킨십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선거운동 문화에 외신의 관심이 쏠렸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민주당 후보 유세에는 일본 NHK방송, 아사히신문, 도쿄신문과 영국 로이터통신, 미국 CNN 방송 등 외신 취재진이 현장 취재를 통해 조명하기도 했다.
◇비례대표 용지 48.1㎝ '역대 최장'…18년 만에 수개표 방식·16일에야 개표 끝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으로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하면서 투표용지가 48.1㎝에 달하는 역대 최장길이를 기록했다. 이에 투표용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 없어 18년 만에 수(手)개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비례대표 개표 작업은 투표일 다음날인 16일 오전에야 종료돼 당선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선거는 선거연령이 하향조정된 후 처음으로 실시되면서 만 18세의 '새내기' 유권자(2002년 4월16일생까지)가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된다. 새로운 연령층의 유권자 등장이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