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2일 돌로미테 트레킹팀
싸소피아토 산장 이야기 2박
돌로미테의 수많은 산장 가운데 유독 마음을 오래 붙잡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해발 약 2,300m에 자리한 싸소피아토 산장입니다. 거대한 싸소피아토 산과 랑코펠 산군을 품고 있는 이곳은 유럽 최대의 고산 초원인 알페 디 시우시와 발 디 파사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장으로 향하는 길은 특별합니다.
초록빛 초원 사이로 이어지는 오솔길.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와 양들. 멀리 회색빛 돌로미테 암봉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고, 길목마다 분홍색과 노란색 들꽃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두 시간쯤 걷다 보면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한 목조 산장이 나타납니다. 처음 만나는 순간, 누구나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테라스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트레커들이 앉아 있습니다. 땀에 젖은 등산화를 벗고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사람. 따뜻한 커피와 애플 슈트루델을 앞에 두고 산을 바라보는 사람. 아무 말 없이 햇살만 즐기는 사람.
언어는 달라도 표정은 모두 비슷합니다. "아, 잘 왔다."
이곳의 시간은 도시와 다르게 흐릅니다.
휴대전화 알림도. 바쁜 일정도. 해야 할 일도 잠시 잊게 됩니다.
저녁이 되면 산장은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붉게 물들던 하늘은 어느새 남색으로 바뀌고, 바위산의 윤곽은 실루엣처럼 남습니다. 산 아래 마을에는 하나둘 불빛이 켜지지만 산장 주변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창문을 열면 차가운 산바람과 함께 별빛이 들어옵니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인생에도 이런 곳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빨리 가지 않아도 되는 곳. 무언가 이루지 않아도 되는 곳. 그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곳.
싸소피아토 산장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돌로미테를 다녀온 사람들이 오래도록 그리워하는 이유는 풍경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곳에서는 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산 속에서 천천히 쉬는 법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돌로미테에 간다면, 많은 사람들은 또 그 길을 걷게 됩니다.
애플 슈트루델 한 조각과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싸소피아토 산장 테라스에서 바라보던 그 푸른 하늘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