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가 다음달 4일부터 울산시와 울산교육청을 대상으로 올해 행정사무감사를 시작한다. 집행부와 그 유관기관들이 지난 일 년간 시행한 행정업무들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오류가 있었다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됐는지 밝혀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행감때마다 각 의원들이 집행부에 요구한 자료가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다. 실제 얼마나 제대로 활용되는지 의문이다. 시의원들 책상위에 자료가 수북이 쌓여있다고 해서 `촘촘하고 꼼꼼한` 행감이 되는 건 아니다. 그 보다 행감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이 다뤄져야 한다.
울산광역시의회가 출범한지 27년째다. 그런 만큼 시의원들의 행감 자세도 크게 향상됐다. 초창기 `고함 행감`이란 속어가 나돌 만큼 선출직 지방의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졌었다. 수십 년 간 같은 영역을 답습해 온 공무원들을 제압하기 위해 지방의원들이 큰 소리로 몰아붙이기부터 시작한데서 연유한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요즘 선출직 지방의원들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전문성 또한 공무원들을 앞지를 정도다. 하지만 시의회가 `송곳 질문`을 펼쳐 행정의 오류를 바로잡거나 시민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 준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물론 국회처럼 전문영역을 보좌해 줄 인적ㆍ물적 지원도 없고 지방행정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탈ㆍ불법한 공무원들에 대해 책임소재를 따질 정도의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탓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역 주민들의 삶과 밀착된 문제들을 지방의회가 세심히 살피지 않고 넘길 순 없는 일 아닌가.
지금까지 시의회가 실시한 행감 내용을 살피면 피상적인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 시 의회가 행감에서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부분을 다뤘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부수적 대책을 마련한다든지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사업 자체를 좌지우지하려 했다. 따라서 시의회가 개입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 행감에서 다루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지역발전에 저해 요소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그대로 묻혀 있다. 재개발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청취하고 이들의 요구ㆍ주장이 합당한지 살펴 지자체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건 지방의회가 행감에서 해야 할 일이다. 집행부가 제시한 자료는 이미 내부적으로 짜여져 있어 앞뒤가 꼭 들어맞게 돼 있다. 그런 제출 자료는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어도 시민들의 실제 생활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어느 지역 어린이집에서 아동 학대사건이 발생했으면 시의원들이 이번 행감을 통해 내용을 소상히 확인하고 집행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이 그 한 예다. 주민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집행부 측의 자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직접 수렴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동안 시의원들의 행정사무감사 내용과 방식이 크게 나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문제의 근원을 파헤치기보다 수박 겉핥기식 행감이 적지 않다. 몸통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말단 공무원 몇 사람을 불러다 놓고 목청을 높이는 식의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져 그렇게 하면 오히려 비웃음을 살 뿐이다. 시민들이 몰랐던 사실을 밝혀내고 그에 따른 책임소재를 따지면서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또 집행부가 제출한 서류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주민 참여` 행감을 펼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