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트와 생존 매뉴얼

[헤세드]

1.

금 같은 시간을 죽이고 있는 뜻한 느낌 때문에 스스로 고름을 받고 있었는데

간밤에 불쾌한 꿈을 꾸고 벌떡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짧은 감사를 했습니다.

고장 난 자동차, 고소공포, 어머니, 갓난이 예주, 꼰대, 젊은 검사가 꿈 속에

등장을 했어요. 아마도 제가 주인남자에게 Complains을 걸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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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2층 옥상이냐고. 뒷걸음을 치던 집주인이 발을 헛딛고 그만 낙상을

해 즉사해버렸습니다. 곧바로 폴리스 존이 쳐지고 검사가 들이닥쳤는데 망자

뒤통수가 땅에 닿았다고 합니다. 이거야 원 골치 괘나 아프게 생겼습니다.

분명 내가 밀지 않았어요. 불구속 송치를 받고 급하니까 기도가 나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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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 기도가 살려달란 기도였어요. 30년 전 노량진 유치장에 갇혔을

때 영장실질 검사를 넘어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이놈의 인생은 하다하다 꿈에서도 개 안 풀리는 인생입니다.

딸내미가 인스타에 올려놓은 작품이 마치 내 천로역정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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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이틀 온종일 비가 왔는데도 날씨가 그 닥 춥지는 않아 보입니다.

농부인 팀장은 참깨를 털어야 하는데 비가 온다며 일주일 내내 투털거리고,

배수빈은 어제 상기랑 술먹었다며 좋아라 합니다. 지금은 가만히 있는 것이

믿음이고 내가 죽는 적용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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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천 국일고시원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9일) 7명의 사망자를 내고 말았습니다.

3층짜리 구건물인데 노가다를 하는 제 또래(50대후반)남자들이 새벽녘 세상

모르고 자다가 피해를 본 것 같습니다. 3층이라고 해도 구건물이라서 그리 높지도

않고 만, 비몽사몽으로 위험을 감지했을 땐 이미 불길이 휩싸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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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같은 신세만 아니었어도 그곳에 있지 않았을 것인데 안타깝습니다.

옥상에서 떨어져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가장 효과적인 '필수 생존 매뉴얼'

은 4층까지는 무조건 뛰어 내립니다. 5층 이상의 높이라면 창문을 내딛고 뛰어

내리지 말고 창문에 손을 매달려 떨어지면 자기 키만큼 높이를 낮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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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긴장을 풀고 한쪽 팔로 벽면을 밀면서, 고개는 떨어지는 쪽을 바라봐야

빌딩에 얼굴을 긁히지 않을 수 있어요. 손은 머리를 감싸 턱은 가슴 쪽으로

끌어 당기고 어금니는 꽉 깨물어야 합니다. 착지가 쉽지 않겠지만 낙법하는 것처럼

앞꿈치가 땅에 닿자마자 데굴데굴 굴러서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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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 감기란 놈이 기어이 태클을 걸어왔고 한 방에

나자빠진 저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제 보름만

버티면 되는데 불청객에 허를 찔리고 말았습니다. 건강검진 때문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까 이미 내 체력이 고갈된 탓일까를 놓고 나 홀로 신경전을 해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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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다. 주어진 이틀 동안 바이러스를 반드시 퇴치하고

연말연시를 맞이해야겠다는 의지의 한국인을 바이러스 지들이 어쩔 것이여?

코가 막히면 정신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우리 딸내미들 키울 때 고뿔이

걸리면 막힌 코를 입으로 다 빨아 뱉었습니다. 코물만 좀 멈추면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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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기가 나을 것입니다. 경상도 쪽에서 제품 구매 전화가 왔는데 받을 수가

없었어요. 월요일에 전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영업 방법을 모색해보자던

매형이 일주일째 소식이 없는 것이 아무래도 대리를 다시 타야 할까봅니다.

에스더가 학원 장판을 지가 손수 다 깔았다 고 보러 오라는데 거기도 가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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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시장에 도매 물건 시장조사도 가야합니다. 이번 주엔 주 환이 돌잔치가

있고 다음 주엔 송년회 스케줄이 있지만 지금으로선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요.

이제 서서히 뭔가 풀릴 때도 되었는데 이렇게 살자니 함선이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것같은 느낌입니다 .2018.11.8.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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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13년 판‘플라이트’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로버트 저메키스라는 감독, 덴젤

워싱턴, 켈리 라일 리가 출연했습니다. 감독은 모르겠고 여배우는 낮이 익습니다.

워싱턴은 ‘뿌리‘에 나오는 흑인소년과 흡사합니다. 철지난 영화긴 한데 당시

아카데미 골든글러브를 싹쓸이 했다고 하더이다. 비행(플라이트) 중에 기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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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비행실력을 발휘해서 승객102명 중 4명을 뺀 나머지를 모두 살렸습니다.

기적 같은 일을 해 냈지만 사고조사단이 발 촉 되었고 기장의 음주 비행이 도마에

올라 파일럿이 겪는 갈등을 러닝타임 내내 그리고 있습니다. 기장인 휘태거가 음주

비행을 한 것은 펙트인데 뭐가 억울하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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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중독이 중독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지만, 사람이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자기 직면이 먼저일 것입니다. 주인공 휘태커에게 자신을 포장하고 있는 겉껍질을

벗고 본질적인 자신을 보라는 신의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성도는 사건을 만날 때마다

상황을 해석하고 내게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살다보면 예기치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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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리고 성도에게는 우연이란

없다고 하잖아요. 그렇다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면 운명론자가 되고

말 테니 주의하면서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을까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모든 일은 자업자득, 인과응보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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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래서 50넘으면서 가장 평범하고 보편적인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어요. 영웅심이 유난히 많았던 제게는 혁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서 몇 번 일어나지 않는 불가항적 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신이 내게 주시는 경고로 해석하는 것이 지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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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혜는 평소 실력이 있는 사람이 발휘할 것입니다. 지혜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그분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통치를 받고 사는 자가

지혜로운 자입니다. 지천명으로 산지도 만 5년입니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려면

돈이 많던지, 학력이 높던지, 야물 던지 셋 중 하나는 있어야 쪽팔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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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휘태커처럼 알량한 비행실력하나 믿고

천방지축 안하무인으로 산 세월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겠습니다.

허수한 마음을 달랜다며 술에 의지하거나, 인생역전 같은 치기도 다 접고

좀 더 여물어가고 싶습니다. 나대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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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치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속에 있지 아니하니"내가 세상을 사랑하면 나를

떠나시는 주님, 제가 하나님을 떠나보내고 파랑새를 좇아 방황했던

세월들을 회개합니다. 주께서 말씀으로 거하시는데도 내 생각이나 느낌이나

욕망으로 살지 않도록 도와주옵소서.

2018.12.15.sat.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