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소탕 기계(manhunting machine)’ ‘미국의 신화’ 등으로 불리는 미국의 특수부대 ‘데브그루(DEVGRU)’가 13일
시작한 한미 키리졸브(KR)와 독수리 훈련(FE)에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델타포스, 그린베레 등 우리에게 익숙한
특수부대들도 데브그루와 함께 한반도에 총출동했다. 과거에는 보통 1000명 안팎의 특수부대원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50% 가량 증강된
1500여명의 대원들이 파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데브그루는 미군 특수부대 중에서도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식 이름은 ‘미국 해군 특수전 개발단(United States
Naval Special Warfare Development Group)’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데브그루는 미국 해군 소속이다. 하지만
이는 행정상의 분류이고, 실제로는 육군 중장(3성 장군)이 이끄는 합동특수작전 사령부(JSOC)의 지휘체계 아래에 있다. 미국 육군 특수부대인
델타포스도 합동특수작전 사령부의 명령을 따른다.
‘네이비실 6팀’으로 출발한 미국 최강부대
데브그루는 원래 미국 해군의 특수작전단인 ‘네이비실(Navy SEAL)’의 6팀으로 출발했다. 이 팀이 창설된 계기는 1980년 4월
미국이 이란에 잡힌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수행한 ‘독수리 발톱 작전(Operation Eagle Claw)’으로 알려져 있다.
작전을 위해 미국 해군은 특공대원 90명을 이란에 투입했다. 하지만 8명의 사상자를 낳은 채 실패로 끝났다. 그러자 리처드
마친코(Richard Marcinko) 전 해군 중령이 1980년 10월, 테러에 특화된 ‘네이비실 팀6’를 만들었다.
마친코 전 중령은 1992년 펴낸 회고록 ‘로그 워리어(Rogue Warrior)’를 통해 “팀6란 이름은 소련이 우리 특수부대의
규모를 착각하게 하려고 지은 것”이라며 “당시에는 네이비실에 팀이 2개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네이비실 팀6는 비밀 작전, 공개 작전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작전에 투입됐다고 한다. 하지만 1987년에 갑자기 해체됐다. 미국의 군사
정보 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는 “팀6가 해체된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며 “다만 사령관인
마친코 중령의 뇌물 수수와 허위사실 유포 등 나쁜 행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후 네이비실 팀6는 데브그루로 이름을 바꿔
새출발하게 됐다.
데브그루의 전신인 네이비실 팀6를 창설한 리처드
마친코(Richard Marcinko) 전 해군 중령.
6개 대대로 구성… 대대별로 고유 문신 새겨
데브그루 부대의 총 규모는 4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5월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데브그루 지원자들은 6~8개월의 훈련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선발된 대원들은 혹독한 훈련에서
살아남은 최정예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받는 훈련은 △건물에 침입해 실수 없이 단숨에 적을 제압하는 ‘킬 하우스 트레이닝’ △한밤중에 작전을 짜고 길을 찾고, 출구
전략까지 세우는 ‘암살 트레이닝’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에 잠입해 적을 죽이고 인질을 구하는 ‘쉽 트레이닝’ △상공에서 떨어져 적진으로
침투하는 ‘할로(HALO) 트레이닝’ 등의 특수훈련이다.
뉴욕타임스는 “훈련 과정에서 낙하산이 펼쳐지지 않아 추락사하거나, 물에 빠져 익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대원들은 골절상, 관절통, 뇌손상, 트라우마 등에 늘 노출돼 있다”고 했다. 전직 데브그루 대원이었던 하워드 와스딘(Howard
Wasdin)은 2011년 5월 CBS 뉴스에 “16명이 지원하면 최종 선발되는 대원은 2명에 불과했다”고 증언했다.
선발된 대원들은 주특기에 따라 6개의 대대 중 한 곳에 소속된다. ①골드 대대(공격팀) ②블루 대대(공격팀) ③실버 대대(공격팀)
④레드 대대(공격팀) ⑤블랙 대대(정찰 및 감시팀) ⑥그레이 대대(운송 및 잠수팀) 등이 그것이다. 각 대대는 고유의 문양을 갖고 있다.
대원들은 흔히 소속된 대대의 문양을 몸에 문신으로 새긴다고 한다.
데브그루 각 대대의 문양. photo=www.warbooks.com
여성대원이 첩보활동 하기도
데브그루의 대대 중에서 블랙 대대는 가장 비밀에 휩싸인 곳이다. 원래 저격수를 내세워 대테러 작전을 담당하던 블랙 대대는 9.11 사태
이후 스파이 역할까지 맡게 됐다. 대원들은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미국이 곤란해 하는 국가들에 파견돼 임무를 수행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15년 6월 “블랙 대대의 무기나 도구들은 외교 행낭을 통해 해외로 전달된다”고 했다.
외교 행낭은 국제법에 따라 외국 정부나 제3국이 들여다볼 수 없다.
블랙 대대는 데브그루 대대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 대원이 소속돼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혼자, 또는 남성 대원과 짝을 지어
정보를 캐거나 적을 암살한다고 한다. 미국 군사정보 사이트인 ‘아메리칸 스페셜
옵스(American Special Ops)’는 “블랙 대대는 미국 육군의 정보지원부대(ISA)와 역할이 비슷하다”고 했다.
데브그루로 추정되는 군인들.
photo=s-media-cache-ak0.pinimg.com
‘9.11 테러 배후’ 빈 라덴 암살부대
데브그루의 공격팀인 레드 대대는 ‘9.11 테러의 배후’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을 암살한 부대로 유명하다. 2011년 당시 미국
합동특수작전 사령부의 윌리엄 맥레이븐(William McRaven) 사령관은 레드 대대에서 최정예 대원 20명을 뽑았다. 이들은 일명
‘오퍼레이션 넵튠 스피어(Opearatioh Neptune Spear)’로 알려진 빈 라덴 암살 작전에 투입됐다.
작전은 2011년 5월 2일 밤 1시(파키스탄 현지시각)에 시작됐다. 대원들은 두 대의 블랙호크 헬기에 나눠 탄 뒤,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호화 주택가에 있는 한 기지에 도착했다. 빈 라덴의 은신처가 있는 곳이었다.
대원들은 헬기에서 내려 기지 주위를 둘러쌌다. 이 과정에서 헬기 한 대가 이상기류로 추락했다. 그러자 대원들은 헬기를 일부러
폭발시켜버렸다. 헬기가 적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들은 가시철사로 뒤덮인, 5m가 높이 담벽을 넘었다.
빈 라덴의 경호원 3명은 소총을 발사하며 저항했다. 하지만 돌격소총과 기관총, 수류탄, 야시경 등으로 무장한 데브그루 대원들은 순식간에
경호원들을 제압했다. 대원들은 기지 한가운데 있는 3층짜리 주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침실에 있던 빈 라덴의 머리와 가슴에 각각 총알 한 방씩을
쐈다.
빈 라덴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데브그루의 대원들은 전원 무사했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2011년 5월 “암살 작전이 단 38분 만에 끝났다”고 보도했다.
2011년 5월 데브그루에게 암살당한 오사마 빈 라덴.
photo=N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