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가 쓴 책
이영관_'소재가 경쟁력이다
(월간현대경영 2023년 12월)
새로운 도전에는 늘 반대가 뒤따르지만, 반대한다고 멈춰버리면 발전할 수 없다!
KMAC/2023
현대경영사史의 ‘큰 바위 얼굴’ef이 쓴 책을 모아 대하시리즈를 올린다. 자그마치 ‘경영반세기’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출발해서 한 직장에서 50년간 화학소재를 연구하고 기업을 경영했으며, 오랜 현장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탁월한 경영성과를 내온 한국 화학업계 최장수 CEO인 이영관 도레이 첨단소재 회장의 흑자경영의 비결을 담은 소재 경영 가이드북이다.
부가가치를 ‘코팅’하다
이영관 회장은 상품을 볼 때 어떤 소재로 만들었는지, 안에 어떤 원료나 성분이 물질이 들어가는지 늘 궁금해하는 일종의 직업병이 발동한다고 한다. 가령, 얇은 평면형 TV에 필름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회장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국내 대표적인 TV 제조회사의 L사장을 만났다. 그에게 필름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필름 좀 생산해주십시오. 요즘 필름이 없어서 TV를 못 만들 정도입니다.”라고 말했다. 필름 공장을 짓고 폴리에스터 필름을 생산해본 20년간의 경험이 있던 터라 이 회장은 필름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어디 한번 봅시다. 어떤 필름이 필요한가요?”라고 묻자, L사장은 TV에 들어가는 10여 가지 필름을 보여주었다. 필름들을 살펴본 이 회장은 도레이에서 생산해온 베이스 필름과 달리 TV를 비롯한 디스플레이 기기에 들어가는 것들은 코팅 기법으로 각종 기능을 추가한 고차 가공 필름임을 알게 되었고 원단 필름만 팔아서는 앞으로 돈 벌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도레이는 기본적으로 베이스 필름을 만들어 필름 가공회사에 공급해왔다. 그러면 그 거래선에서 필름에 코팅을 하거나 가공해서 완제 업체에 납품하는 식이었다. 도레이가 가공 필름을 생산하면, 거래선 영역을 침범하는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공 필름시장이 2배로 급성장했다. “거래선 영역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급성장하는 사업영역에 다른 경쟁자가 들어와서 시장을 다 빼앗아버리면 결국 거래선도 망하지 않겠습니까?” 이 회장은 거래선과 도레이 경영진을 진지하게 설득했다. 결국 도레이는 가공 필름 시장에 진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새로운 도전에는 늘 반대가 뒤따르지만 반대한다고 멈춰버리면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었다.
이영관 도레이 첨단소재 회장의 성공비결은 이 같은 선견지명과 과단한 결단력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