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테이블 위에 놓고 한쪽 끝을 손가락으로 퉁기면, 연필은 두세번 빙그르르 돌 것이다. 공도 몇 번이나 대굴대굴 굴릴수 있다. 사실 어떤 물체나 그렇게 똑같이 빙글빙글 돌릴 수가 있을 것이다.
팽이가 돌기 시작하는 것도 이와 같은 현상이다. 우리의 손가락이 팽이에 힘을 가하여 - 즉,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팽이가 돌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팽이가 오랫동안 계속 도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또 왜 언제나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계속 서서 도는 것일까?
팽이의 형태는 회전의 관성으로 설명된다. 어렵게 말한다면,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한다. 각운동이란 물체가 한 직선의 둘레로 언제나 같은 거리를 지속하고 도는 운동이며, 각운동량이란 어떤 점에 대한 운동량의 모멘트 곧 힘의 능률이라고 풀이된다.
요컨대, 회전하고 있는 물체는 밖에서 힘을 가하지 않으면 관성으로 공간 안에서 언제까지나 같은 회전운동을 계속하려 한다. 다시 말하면 외부로부터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팽이의 회전속도는 변하지 않고 또 회전축의 방향도 언제나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구공을 뱅글뱅글 돌리며 공중으로 던지면 공은 같은 축의 둘레로 회전하면서 날아간다. 다만, 공기의 마찰이 있기 때문에 회전은 차츰 느려진다. 우리가 사는 지구도 그와 똑같은 운동을 한다. 지구는 엄청나게 큰 팽이와 같은 것이다. 그 회전의 축은 지구의 북극과 남극을 잇는 직선이며, 이 축은 공간 안에서 언제나 같은 방향 - 북극성을 향하는 방향 -을 향하고 있다.
팽이의 움직임은 아주 오랜 옛적부터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의 흥미를 모으고 있었다. 팽이는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인기 있는 장난감의 하나였었다. 에스키모들은 얼음에서 팽이를 만들어냈고, 인디언들은 뼈에서, 열대의 섬에 사는 사람들은 야자수 또는 화산에서 나온 돌로 팽이를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인기가 있었던 팽이는 꼭대기 부분에 끈을 감아서 돌리는 것으로 팽이가 쓰러질 것 같으면 채찍으로 쳐서 다시 돌게 하였다.
팽이치기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 각국에서 인기가 높아 전문적인 재주꾼도 등장하였다. 아프리카의 어느 종족은 채찍을 써서 공중에서 팽이를 돌린다. 열대의 섬 사람들은 드러누워서 엄지발가락으로 팽이를 돌리기도 한다.
팽이치기
한국의 세시 풍속으로 팽이를 돌리며 노는 아이들 놀이. 팽이는 축(軸)을 중심으로 둥근 동체가 회전운동을 하는 완구이다. 팽이치기의 시초는 도토리 따위를 돌려서 장난한 놀이 같은데, 이것을 연구하여 발달한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에서는 당(唐)나라 때 성행한 것으로 여겨지며, 이것이 고려를 거쳐 일본으로 전해져, 일본에서는 팽이를 고마[高麗]라고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으며, 종류도 나무˙대나무˙금속˙유리 등이 있고 모양도 다양하다. 옛날 시골에서는 아이들이 나무로 팽이를 직접 깎아 만들어 추운 겨울 강가˙연못˙논바닥 등의 얼음 위에서 팽이치기를 하였다. 팽이를 치는 채는 40∼50cm의 싸리나무 같은 막대기 한 끝에 40∼50cm의 끈을 달아 팽이가 도는 방향으로 때리면 빠른 속도로 오래 돈다. 팽이치기에는 5∼10m의 목표 지점을 설정해 놓고 팽이채로 정확하게 팽이의 허리를 치면서 빨리 돌아오기를 겨루는 놀이, 돌고 있는 팽이를 맞부딪쳐 상대편 팽이를 쓰러뜨리는 팽이싸움놀이, 아래위로 총알을 박은 팽이를 팽이줄로 감아 머리 위로, 또는 팔을 옆으로 비켜서 마치 야구의 투수가 던지는 식으로 팽이를 던져 돌려 서로 맞부딪치게 하는 팽이찍기 등의 놀이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