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칼럼_CEO 힐링포엠 ⑮ 세렌디피티의 법칙
노력한 끝에 찾아온 우연한 행운
Chance is always powerful
(입력: 월간현대경영 2022년 10월호)
18세기 영국 작가 호러스 월폴(Horace Walpole 1717~1797)이 처음 사용한 ‘준비된 우연의 법칙’ 혹은 ‘세렌디피티의 법칙’은 페르시아 동화 ‘세렌디프의 세 왕자(The Three Princes of Serendip)’에서 유래했다. 세렌디프는 지금의 스리랑카를 뜻하는 나라 이름이다. 동화 속 왕자들이 생각지 못한 행운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이야기에서 그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왕자들은 전설의 보물을 찾지 못하지만, 우연의 연속 속에서 삶의 지혜와 용기를 얻는다. ‘세렌디피티’의 사전적 의미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뜻밖에 찾아내는 재능이나 행운, 의외의 재미를 나타낸다.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으로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거나, 모래 위에 불을 피우다 유리를 개발하거나, 목욕탕에 들어갔다 넘치는 물을 보고 부력의 원리를 알아내는 것 등이 그 예다. 이 가운데 벤젠의 분자구조를 발견한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케쿨레(Friedrich Kekule: 1829~1896)의 예가 가장 특이하다.
어느 날 연구에 지친 그가 의자에 앉은 채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몇 겹의 배열구조를 가진 분자들이 나타났다. 잠에서 깨어 꿈에 본 모습을 종이에 그려봤더니 그것이 바로 그가 그토록 찾던 벤젠의 분자구조였다. 케쿨레였기에 꿈에서 본 것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프랑스 화학자이자 세균학자로 저명함 루이스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는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 짓는다 (Coincidence onysmiles at those who are powered)”는 명언을 남겼다. 그 우연은 단순한 우연이나 신의 은총이 아니라 99번의 실패를 딛고서야 한 번 찾아오는 영감에 의한 우연이라는 것이다. 좌뇌를 고갈시켜라!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그런 유형의 우연은 우뇌가 활성화되었을 때만 나타난다고 한다. 인간의 뇌는 좌우로 나누어져 있는데 논리적, 영역적 사고를 주관하는 것이 좌뇌, 우뇌는 아이디어, 영감 등 초논리적인 것을 주관하는 영역이다. 옛날 사람들은 우뇌가 발달해서 예지력이 뛰어났지만 현대인들은 수학, 과학과 같은 논리적인 학문에 매달리다 보니 좌뇌만 발달하고 우뇌는 위축되어 있다고 한다.
그럼 우뇌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좌뇌를 모두 고갈시켜 버리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좌뇌를 써서 해결을 시도한다. 좌뇌가 고갈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좌뇌가 더는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 그때서야 비로서 우뇌가 활성화되면서 아이디어와 영감이 샘솟는 것이다.
꿈속에서 뱀이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광경이든, 접시에 푸른 곰팡이가 끼는 현상이든, 규조토가 니트로글리세린을 흡수하는 현상이든, 어떤 것이든 간에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던 사람에게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보인다.
그래서 그런 우연을 준비된 ‘우연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성장 소설 ‘데미안’은 본래 우연이란 없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소망했던 사람이 그것을 발견했다면 그것은 우영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자기자신의 소망과 필연이 가져온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연은 언제나 강력하다. ”Chance is always powerful.“ 운명에는 우연이 없다. 인간은 오늘도 어떤 운명을 만나기 전에 벌써 자기 스스로 그것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원종섭 박사
“치유의 인문학’ 강사/ 제주대 교수/ 영미시 전공 교육학박사/ Wenatchee Valley College, Washington/ NAPT 미국시치료학회 이사/ KPT 한국시치료연구소 시치료 전문가/
‘치유의 인문학’, Healing Poen 대표, 문화예술평론가 한국예술비평가협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