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과 행정공무원으로 이원화된 학교조직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의 소지를 되도록 적게 하고, 행정실과 교무실이 원만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학교의 건강성을 향상시키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_ 225쪽
전문가는 기록을 남기는 사람이다. 의사가 남긴 의료 기록은 그를 명의로 불리게 하며 판사의 재판 기록은 판례로 두고두고 남겨진다. 기록을 남기는 것도 능력이다. 누적된 기록은 자신감을 넘어 전문성으로 인정된다. 판검사뿐만 아니라 사회 각층의 직업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록을 남긴다. 전문가가 남긴 기록들은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사회에 공헌하는 기여도가 크다.
「학교가는 공무원」의 저자 김영석 박사도 교육행정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도 오랜 세월 해 왔던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을 해 왔기 때문이다. 부단한 공부와 근면 성실한 태도가 몸에 밴 저자는 열악한 가정 환경에 좌절하지 않고 중학교 중퇴라는 학력을 뛰어넘었다. 교육행정공무원으로 아래에서부터 차곡차곡 실무 경험을 쌓고 관리자로 본을 보이는 삶을 살았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집필하는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학교가는 공무원」의 출간 후기에도 나와 있듯이 앞으로 교육행정굥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과 정보를 담고 있어 지금까지 스터디셀러로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심지어 초등학교 교장인 내게도 학교 운영의 길잡이로 인사이트를 얻은 책이기도 하다.
교장은 교무실과 행정실을 모두 아우르며 학교 행정을 책임지는 관리자다. 교무실 쪽이야 태생이 교원인지라 선생님들이 무슨 일 때문에 힘들어하고 고민하는지 안다. 반면 행정실 쪽은 소홀하기 쉽다. 공평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 쪽에서는 불만이 쌓여 결국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피상적으로 아는 것은 아예 모르는 것만 못하다.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 겸손하게 물어보고 의견을 수렴해서 학교를 운영하면 되니까.
「학교가는 공무원」을 통해 행정실장의 고충, 행정실 직원들의 상처를 이해하게 된다. 편하게 읽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책에 빨간 줄을 긋게 된다. 잊지 않기 위해 필사라고 해야 될 것 같다. 읽으면서 도움이 되었던 문장을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순전히 교장의 입장에서 도전받았던 부분이다.
"교사들은 수업과 직접 관련된 일 외에는 잡무(雜務)라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신이 지금까지 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업무를 잡스러울 잡(雜) 자를 써서 잡무라 표현하는 것도 선생님 스스로 격을 낮추는 일이다. 더구나 행정실을 자신이 잡무라 생각해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온갖 일들을 처리하는 잡무실로 보고, 언행을 함부로 하면서 일을 마구 떠넘기려는 사람도 있다. 하기에 예전에 행정실을 잡 서자를 쓰는 서무실이라 하기는 했다" _ 226쪽
교감으로 근무할 당시 소위 말해서 잡무라는 일들을 누가 맡을 것이냐를 두고 조율하는 데 진통을 겪은 적이 있다. 서로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결국 교감인 내가 직접 했던 기억이 있다. 저자 말마따나 사실 '잡무'라고 보기도 어렵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학생을 위해, 교육 활동을 위해 필연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관점의 차이인 것 같다.
'자기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틀렸다는 주장', '남의 말을 듣고 자기 의견을 바꿔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태도는 끝도 없는 논쟁만 거듭하게 만든다. 교무실과 행정실이 서로의 업무 영역을 존중하는 자세가 학교에서는 더더욱 필요할 것 같다. 서로 간에 믿어주고 신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교장의 몫임을 「학교가는 공무원」을 읽고 귀한 가르침을 얻어 간다.
덧) 김영석 박사님! 책 잘 읽었습니다. 박사님의 몸에 밴 환대에 감동받았습니다. 지식보다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이 삶의 태도라는 것을 박사님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