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돈으로 목욕하는 방송/중부일보(2004.12.16. 조창용칼럼)

[칼럼니스트 조창용]

국민 돈으로 목욕하는 방송 

 조  창  용 (칼럼니스트/중부일보 <조창용칼럼>집필)  

  "BBC는 국민의 돈으로 목욕하고 있다." 이 말은 영국 BBC 사장 마크 톰슨(Mark Thompson)이 취임하기 전 BBC를 두고 한 말이다. BBC는 지난해 방만한 경영으로 5천억원대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여기에 더해 잇단 오보로 신뢰도가 추락, 시청률이 곤두박질 쳤다. 이런 위기에 취임한 그는 "수신료를 자발적으로 내고 싶은 방송을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대대적인 개혁에 나섰다. 며칠전 향후 3년간 전체 인력의 10%인 2900명을 감원하고, 약 6500억원을 절감하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국민의 돈을 한푼이라도 아끼는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 나 '공영방송의 교과서'로 불리는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몸부림이다.

"수신료로 '돈잔치'하는 KBS"

 일본 공영방송 NHK도 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잇달아 터진 방송제작비 횡령, 엉터리 비용지출이 원인이다. 분노한 시청자들은 '믿었던 공영방송인데 배신당했다'며 수신료 납부거부로 맞섰다. 지난달 말 현재 납부 거부는 11만3천건, 미수금만 약 100억원에 이른다. 당황한 NHK는 사장의 사과와 직원들의 시청자 집 사과방문으로 수습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는 실정이다.
 우리의 KBS 경우, 방만한 경영과 부적절한 지출은 이보다 심하다. 2002년도 예비비 109억원을 직원들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하는가 하면, 정년퇴직 예정자 부부동반 해외여행 경비로 1억원씩 지출해 왔다. 또 2002년에만 퇴직금 누진금, 직원 자녀 대학생의 학자금 무상지원 등으로 350여억원을 사용했고, 1999년부터 2002년까지는 별 근거 없이 81억원을 특별격려금으로 지급했다. 간부 수는 정원의 240%에 이르는 데다 노조 전임자 수도 적정수 6명에서 4배가 초과된 25명이나 된다. 그러니 KBS는 그 동안 막대한 이익을 남겼음에도 정부에 이익배당을 하는 것은 고사하고 직원들 복지와 나눠 쓰는데 혈안이 되었다. 국민이 낸 수신료로 돈잔치를 한 셈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연주 사장은 “평생 고생하신 분들이 떠나는데 위로해 드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정년퇴직자 여행경비 지출을 옹호하고 나섰다. 1인당 평균임금이 8천만원인 공기업 수장의 인식이 이 정도니 '국민의 방송'이기를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 일수 밖에 없다.
 이런 시기 KBS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 중이다. 현재 월 2500원인 TV 수신료를 3천∼6천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인상계획은 당장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KBS가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2.7%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KBS는 지난 탄핵방송에서 보듯 지나칠 정도의 편파방송으로 적잖은 국민들의 의사를 외면한 결과다. 더불어 공영방송으로서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해야 함에도 사회통합에 역행하며 갈등만 조장한 탓도 적지 않다. KBS 내부의 발전협의회조차 "지난 어느 정권 때보다 철저한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할 정도다. 더구나 KBS는 지난해 수신료 징수총액 4천997억원에 맞먹는 4천243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냈음에도 광고를 줄이고 수신료 인상으로 공영성을 높이겠다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국민의 돈으로 목욕하는 방송'으로 만들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

"수신료 인상, 개혁이 선결과제"

 이런 이유로 KBS는 당장 수신료 인상에 앞서 프로그램의 이념적 편향 논쟁과 정치적 잇슈에 대한 편파방송을 불식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공영방송은 그야말로 '국민의 방송'이기에 정부나 특정 정당의 대변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KBS의 경영구조 진단을 통해 획기적인 시스템 도입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런 연후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의 효율화를 꾀하고 투명성을 확보해야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케이블TV 등을 통해 난시청을 해결하는 현실에서 수신료의 이중부담이라는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대책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수신료 인상은 이런 문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사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중부일보(2004.12.16. 조창용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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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일보 <조창용칼럼>

200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