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요?
일상이 일관성 없고 혼란스러우며 모순된 사건의 연속으로 느껴진 적은요?
갑자기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남들은 그걸 완벽히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때가 있나요?
아니면 말이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기분을 이해하시나요?
아주 기묘한 세계에 뚝 떨어진 이방인이 된 것처럼?
프란츠 카프카는 1915년에 쓴 소설 「심판에서 이러한 '소외감'을 주제로 다뤘습니다.
「심판」에서 어느 날 아침 눈을 뜬 주인공 요제프 K.는 갑자기 자신도 모르는 범죄로 체포되고,
소설이 끝날 때까지 요제프(와 독자)는 죄목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합니다.
생소하고 수수께끼 같은 사법체계에 심판받는 남자를 그린 이 이야기에서 삶은 마치 기묘한
꿈과도 같습니다.
자신이 어떤 규칙에 따라 심판받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든 적은 없나요?
선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선이 계속 구부러지고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은요?
전에는 분명히 없었던 규칙과 준수할 사항이 갑자기 생겨나기도 하고, 아니면 아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았던 새 전문용어나 업계 용어를 이제부터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못된 파티장을 찾아간 것처럼 혼자 동떨어진 기분을 느끼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심판』에서는 삶을 완벽히 반영하는 여러 지리멸렬한 사건이 이어집니다. 법정, 은행, 아파트,
성당 같은 도시 곳곳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되죠. 각 장소에는 고유의 분위기와 함께 알 수
없고 말도 안되는 많은 규칙이 있습니다. 어딘가 이상한 인물도 여럿 등장합니다.
한순간 피해자였다가 다음 순간 가해자가 되는 여자, 타락하고 무기력한 법조인, 몰락해서
자신의 재판에 집착하는 상인. 모든 등장인물은 외모로만 묘사되고, 심리적 깊이는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난데없는 성교 장면은 이런 기묘함에 방점을 찍지요.
이 모든 것은 삶을 생생히 묘사하는 장치입니다. 이 이야기는 평범함을 깨뜨리는 기묘함,
일상 속에서 우리 모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부조리가 일어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제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자기가 뭘 하는지 진짜로 아는 사람도 없는 듯한 느낌이죠.
그 게임을 왜 하는지도, 심지어 무슨 게임인지도 전혀 모르는 채로 게임에 참여할 때, 혹은
길을 잃었을 때의 기분과도 같습니다.
사르트르나 도스토옙스키와는 달리 카프카는 등장인물이 자신의 소외에 관해 깊이 생각하게
두지 않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독자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특징입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일상에서 뭔가가 조금 어긋났음을 느끼지만, 아무리 애써도 그 기분을 자신에게 설명하지
못하니까요.
- 조니 톰슨 저, ‘필로소피 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