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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 이규승입니다.
# 횡설수설(김재영 동아일보 논설위원)
* 10대도 40대도 청년… 고무줄 나이 기준
나이가 들어도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믿고들 산다. 그런데 40세가 넘어도 진짜 청춘으로 대접해주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달 서울 도봉구는 서울 자치구론 처음으로 청년 연령을 19∼45세로 높였다. 서울시에선 만 40세부터 중장년 일자리 지원 대상이다. 도봉구의 40∼45세는 청년인 동시에 중장년인 셈이다. 옛날에는 열 살 차이까진 친구로 쳐서 내 친구가 아버지 친구인 경우도 간혹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10대 자녀와 40대 부모가 나란히 ‘청년’으로 불리게 됐다.
▷2020년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규정한다. 다만 다른 법령과 조례에선 청년 연령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 제각각이다. 연령 기준이 지나치게 경직적이면 행정 편의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이유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상 청년은 15∼29세인데 지방공기업 채용 땐 34세까지 늘려준다. 중소기업인력지원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은 34세, 중소기업창업지원법과 전통시장법에선 39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
▷지자체 단위로 가면 ‘40대 청년’이 흔하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조례로 ‘40대 청년’을 규정한 곳이 58곳에 이른다. 전남 고흥군, 경북 봉화군, 충북 괴산군, 경남 창녕군 등은 49세까지 청년이다. 전남 장수군에선 15∼49세가 모두 청년이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는 만 50세부터 ‘준고령자’이니, 이들 지자체에선 청년이다가 한순간에 고령자가 되는 셈이다. 광역시도에선 지난달 전남도가 처음으로 45세로 올렸다. 전남 강진군은 55세까지 청년으로 규정했다가 지나치다는 지적에 지난해 말 45세로 낮추기도 했다.
▷지자체들이 청년 연령을 높이는 것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지원할 청년이 없다는 것이다. 취업·주거 등 청년 지원 정책의 대상자를 확대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해 인구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기도 하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중위 연령(총인구를 연령별로 세워 가운데 사람의 나이)은 2003년 33.5세에서 올해 45.6세로 상승했다.
▷하지만 40대까지 모두 청년이라고 규정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막 사회에 진출하려는 20대와, 사회생활을 충분히 한 40대가 원하는 것이 서로 달라 청년정책의 방향성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 한정된 청년예산을 놓고 세대 간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나이 때문에 청년 지원에서 배제된 연령층을 위해서라면 다른 복지 정책을 통해 사각지대를 메우면 된다. 너도나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우리 모두 청년’이라고 선언하는 게 맞는 건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