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곽노현 마녀사냥’그후 1년…
주요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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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에피소드 한 토막. 지난 8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광복 67주년 기념음악회’에서 있었던 일. 거장 정명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음악회였다. 사회자가 내빈 소개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먼저 소개된다. 따뜻한 박수가 장내를 메운다. 다음 순서는 곽노현 서울교육감. 곽노현이 일어서서 인사를 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앞서 소개를 받은 박원순을 무안케 할 만큼 요란한 환호였다. 사회자도 이상했던지 한 마디 한다. “오늘 학생들이 많이 왔나 봐요.”
그러나 이날 객석을 채운 건 대부분 어른들이었다. 어질 디 어진 시민들이 잘 나가고 있는 박원순보다는 억울하게 핍박받고 있는 곽노현에게 더 큰 격려와 지지를 쏟아낸 것이리라. 곽노현 사건을 바라보는 일반시민들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곽노현은 더 이상 상대방 후보를 매수한 파렴치범이 아니었다.
적은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있고, 많은 사람을 잠깐 속일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비열한 정치검찰과 음험한 수구언론, 부패한 교육계 기득권 세력들이 합동으로 벌인 ‘곽노현 마녀사냥’이 실패로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보 세력의 아이콘’ 곽노현을 제거하려는 저들의 검은 음모를 세상 사람들이 눈치 채기 시작했다. 수구세력들의 대담하고 뻔뻔스런 ‘대국민 사기극’임이 들통 나기 시작한 것이다. 6.2지방선거에서 곽노현이 경쟁후보를 돈으로 매수했다는 누명을 쓴 지 이제 1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듯 하던 오해의 낙인이 비로소 지워지기 시작했다.
처음 오해가 풀리기 시작한 곳은 법정이다. 엉뚱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사법부가 곽노현의 누명을 벗겨주었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곽노현을 ‘후보매수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검찰의 온갖 혐의들을 깡그리 묵살했다. 특히 1심의 김형두 재판장은 장장 200여 시간에 걸친 공판중심주의 재판을 통해 곽노현 사건의 구체적 진실을 세세하게 밝혀냈다. 최근 일부 수구세력들이 김빠진 검찰의 기소내용을 들먹이면서 곽노현을 몰아내기 위한 재판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열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곽노현이 1심에서 벌금 3000만원, 2심에서 무려 실형 1년을 선고받았는데 무슨 소리냐고?
곽노현 사건의 특이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법원의 판결을 아주 단순화 시킨다면 ‘실체적 진실은 무죄이지만, 법적으로는 유죄’라는 내용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물론 온 법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먼저 1심보다 훨씬 무거운 형을 내린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중심으로 ‘곽노현 사건’의 사실관계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① “(곽노현이 박명기 교수에게 건넨) 2억 원이 2010. 5. 19.자 금전 지급 합의와 무관하(다).”(항소심 판결문 37쪽).
② “피고인 곽노현은 2010.8.경부터 2010.11.경까지 계속된 피고인 박명기의 금전 지급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항소심 판결문 48쪽)
③ “그러나 피고인 박명기를 도와주자는 피고인 강경선의 설득과 후보를 사퇴함으로써 선거비용도 보전받지 못하여 빚에 허덕이는 피고인 박명기의 딱한 사정을 고려하며 돈을 지급하(였다).”(항소심 판결문 48쪽)
④ “피고인 강경선은 피고인 박명기와 곽노현과 달리 이 사건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었고, 위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된 동기에는 피고인 강경선의 신앙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항소심 판결문 51쪽)
⑤ “피고인 박명기도, 피고인 곽노현이 2010. 5. 19.자 금전 지급 합의를 당시에 승인하고도 당선된 이후 모른 척하고 있다고 오인하여 피고인 곽노현에게 지속적으로 금전지급을 요구하였(다).”(항소심 판결문 50쪽)
⑥ “피고인 박명기가 2010. 11. 중순경 피고인 강경선 등을 통해 위 합의를 피고인 곽노현이 몰랐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다음부터는 더 이상 위 합의의 이행을 주장하지 아니하였(다).”(항소심 판결문 50쪽)
재판부는 곽노현이 선거와 관련된 금전 제공을 시종일관 거부했고, 박명기 교수 측과의 어떤 합의에도 간여하지 않았고,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건넨 것은 빚에 허덕이는 그의 딱한 사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후보사퇴의 대가를 목적으로 금전이 오고 간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다. 곽노현이 비로소 파렴치범이란 누명을 벗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곽노현은 실형 1년을 선고 받았을까?
이른바 ‘사후 매수죄’로 불리는 공직선거법 232조 1항 2호 때문이다. 법 제정 이후 53년 동안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사문화된 조항이다. 일본을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법이고, 일본에서 조차 1960년대 중반 이후 사문화된 법이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전에 금전 등을 제공하기로 하는 약속 없이 이미 후보자를 사퇴한 후에 사후적으로 그 대가로서 금전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경우에도 공직선거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며, 후보 사퇴 전에 반드시 금전 지급 등에 관한 합의가 쌍방간에 있어야만 대가 관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여기서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선거가 이미 끝난 상황에서 벌어진 행위, 즉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점에서 일어난 행위를 처벌한 것이다.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의 법리 해석의 문제, 헌법합치적 해석 문제, 위헌 여부를 둘러싼 법리다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1심의 김형두 재판장은 2012년 1월 19일 선고 공판에서 곽노현 피고인에게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꼭 할 것을 당부한다”며 아주 이례적인 권고를 했다. 이보다 앞선 2011년 12월 29일 김형두 재판장은 곽노현의 공선법 제232조 제1항 제2호에 관한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했었다. 비록 자신은 위헌제청신청을 기각하긴 했지만 다분히 위헌적 소지가 있음을 인정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엄존하는 사건이다. 법학계에서도 위헌소지가 높다는 견해들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정도로 위헌의 개연성이 높다면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켜본 뒤 선고를 내리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무엇보다도 교육계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다.
다행히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 환송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대법원 선고로 인해 곽노현이 교육감직을 상실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교육감 재선거를 통해 새로운 교육감이 선출되고, 그런 연후에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나오고, 그에 따라 재심절차가 진행되고, 곽노현의 무죄 판명으로 교육감직에 복귀하고…. 이런 상황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우선 곽노현 개인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공무담임권을 부당하게 박탈당할 수 있게 된다. 곽노현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후보자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민주적인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서울교육에 일대 혼란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대법원 판결을 늦추자는 게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먼저 내리면 교육계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헌법재판소는 올 초부터 이 사건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만큼 대법원에 비해 훨씬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했을 터이다. 대법원 판결에 앞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교육계의 혼란을 크게 줄이는 길임을 거듭 확인하고자 한다.
정치검찰의 대국민 사기극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수구언론의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현혹돼서도 안 된다. 교육 권력을 되찾으려는 부패한 기득권 세력에게 다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겨서는 더더욱 안 된다. 애당초 수구꼴통들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시작된 일이다. 사법부가 그들의 사악한 음모를 끝장내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
첫댓글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 요기서 화딱지가 나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