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코인 거래 1118억… 의원 11명 거래액 1256억의 89%
권익위, 21대 국회의원 전원 조사
김남국, 555억 매수 563억 매도…의원 3명, 코인 유관 상임위 소속
신고 누락 의원들 “지인에게 받아”…권익위 “조사권 한계, 확인 어려워”
김남국 의원
국민권익위원회가 29일 발표한 ‘국회의원 전원 대상 가상자산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액의 가상자산 투기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2020년 5월 30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누적 매수한 가상자산은 555억 원, 누적 매도한 금액은 563억 원이었다. 김 의원을 포함해 같은 기간 가상자산 매수·매도 내역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다른 의원 11명 거래 금액의 90%에 육박할 뿐 아니라 나머지 10명의 누적 거래 금액(매수 70억 원, 매도 68억 원)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7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 도중 코인 거래를 200번 이상 한 사실은 드러났지만, 총거래액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가상자산 보유 및 거래 내역을 신고하도록 한 국회법을 어기고 신고를 누락한 의원 10명 중 다수는 “지인에게서 해당 코인을 받았는데 이것이 가상자산인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가상자산을 어떻게 제공받았는지 등 입출금 관계가 불분명했지만 조사권 한계로 추가 확인이 어려웠다”며 “거래 상대방과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청탁금지법 위반일 수 있다”고 했다.
● 가상자산 거래로 최대 8300만 원 벌어
이날 권익위 발표에 따르면 2020년 5월∼올해 5월 가상자산 보유 내역이 있는 의원은 18명이고 이 중 매수·매도 내역이 확인된 의원은 11명이다. 의원들의 코인 보유 규모는 이 기간 1억7000만 원에서 9억2000만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의 경우 2020년 1억4000만 원을 갖고 있었고, 올해 5월엔 8억4000만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임기 중 가상자산 거래로 가장 이득을 본 의원은 8300만 원을 벌었고, 가장 큰 손실을 본 의원은 1억5000만 원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의원이 매수·매도한 가상자산은 비트코인(BTC)이었다.
국회법을 어기고 소유 및 거래 내역을 누락한 의원은 10명이었다. A 의원은 약 6895만 원 규모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49회에 걸쳐 매수·매도했지만 신고하지 않았다. A 의원은 미신고 이유로 “자진신고 시점엔 빗썸(가상화폐 거래소) 계좌가 폐쇄된 상태여서 자산 잔액이 없었다”고 권익위에 해명했다. 신고 기준일인 올해 5월 31일 이전에 가상자산을 모두 처분했다는 것. B 의원은 클레이튼 등 300만 원가량의 가상자산을 거래했지만 신고하지 않았다. 다른 의원 2명은 2만 원 이하 금액의 가상자산 보유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들은 “거래소 회원 가입 시 이벤트로 받은 것을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다.
● 신고누락자들 “페이코인이 가상자산인 것 몰라”
신고누락자 10명 중 6명은 공통적으로 가상화폐 ‘페이코인(PCI)’을 보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시세 기준으로 적게는 1만 원대부터 많게는 1000만 원대 규모였다.
C 의원은 2020년 5월 페이코인 5000개(약 93만 원)를 보유했다가 2000개를 더 매입했고, 이후 해당 7000개의 페이코인 가격이 약 1049만 원까지 뛰자 가상자산 계좌에서 출금했다. D 의원은 의원 임기 개시 시점에 페이코인을 약 1689개(당시 약 179만 원) 갖고 있었고 이후 약 12개(약 4000원)를 편의점 등에서 현장 결제 방식으로 사용했지만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페이코인을 가상자산이 아닌 결제 수단으로 인식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권익위에 해명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페이코인 보유를 신고하지 않은 의원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소명을 요구했지만 ‘지인한테서 얻었다’고만 하고 출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가상화폐 업계 전문가인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대표는 “페이코인이 한때 개당 3000원 이상까지 올라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원들이 소액을 보유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이들이 코인을 어떻게 획득했는지 등을 상세히 소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보유 내역이 있었던 의원 3명은 국회 정무위원회 등 유관 상임위원회에 소속돼 가상자산 관련 입법사항을 심의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다만 권익위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 따르면 불특정 다수 대상 법률안을 심사하는 경우 신고·회피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이해충돌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22대 국회의원 임기 개시 전 가상자산 등록 비율 및 금액을 국회규칙으로 정하고, 가상자산 등록 시 비상장 가상자산 등의 누락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제도개선 사항을 국회에 전달했다.
안규영 기자, 최혜령 기자
일부 의원 보유 ‘페이코인’… 19억개 중 7억개 올초 ‘증발’ 논란
당국, 자금세탁 악용 가능성 의심
발행사 뒤늦게 해명했지만 의문
요건 못 갖춰 올해 3월 상장폐지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가상자산 소유 및 변동 내용을 미등록한 국회의원 6명 모두 페이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코인을 둘러싼 의혹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2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페이코인은 국내 결제 서비스업체 다날이 2019년 발행한 국내 최초의 결제형 가상자산이다. 다날은 카페, 편의점 등 가맹점에서 페이코인으로 결제하면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들을 끌어모았다. 실제 상장 초기 100원 남짓이던 페이코인은 한때 3000원까지 오르며 시가총액이 12조 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실사용자는 약 32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페이코인은 불투명한 유통량과 규제에 발목을 잡혀 올 3월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같은 달 공개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코인 발행량 19억 개 중 약 7억 개의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금융당국은 ‘그 외 제3자 보유’로 분류된 해당 물량이 누구에게 배분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봤다. 자금세탁에 악용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다날 측은 페이코인 7억 개의 사용 내역을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페이코인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원화로 코인을 사고파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은행 실명 계좌를 받아야 하는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
이번 권익위 조사에서 페이코인 보유 의원 6명이 “페이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식하거나 가상자산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등의 소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페이코인은 특금법상 명백한 가상자산인데 법을 만들고 관리하는 국회의원이 가상자산인지 몰랐다고 말하는 것은 면책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패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 의도적으로 신고를 누락한 것이라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