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엘리자베스 메이(Hope Elizabeth May) 미국 센트럴 미시건대 철학·인류학·종교학부 교수는 ‘김대중, 행동하는 양심이 되다’라는 글에서 “행동하는 양심”이란 김대중의 별명이자 좌우명 “어떻게 사느냐가 내가 누구냐보다 더 중요하고”, “역사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생명을 앗아간다고 가르쳐주지만 나는 원칙에 따라 사는 것을 고집스럽게 주장해 왔다”는 김대중의 말에서 비롯됐다. 김대중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도 했다. 메이는 평범한 독일인들이 히틀러의 악에 침묵한 사례 등과 비교하며 이 말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메이는 김대중의 말에서 용서와 종교의 의미를 짚어간다. “용서할 수 있는 것을 용서하는 것은 진정한 용서가 아니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진정한 용서이고 지극한 인간승리다”라는 김대중의 말 등을 통해서 “김대중의 종교관이 기독교에 머물 거나 사로잡히지 않고 동서양의 종교사상을 융합하려 했다는 점”을 두고 “기독교를 초월하는 기독교인”이라고 보았다.
황태연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김대중의 중도정치와 창조적 중도개혁주의’에서 김대중의 대중참여경제론, 1동맹 3친선 외교론, 민주주의·시장경제·생산적 복지 병행발전론, 소득세·법인세 동시 감세정책 등 거의 모든 개혁정책이 ‘창조적 중도개혁 원칙’에 입각했다고 보았다. 이 원칙에 따라 ‘온건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를 아우르는’ 세 차례의 중도정당 창당을 진행했다.
이어 이영재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그간 연구에서 덜 조명된 ‘김대중의 여성주의 정치이념’을 거론했다. 이영재는 김대중이 여성주의 정치이념을 한국 정치에서 실현해야 할 우선순위로 봤다고 분석했다. “인권과 평등의 가치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한 시대적 지향성” “남성과 여성의 대립 차원이 아니라 인도주의와 인권, 민주화라는 보편적 지평” 등을 김대중 여성주의 특징으로 분석했다.
백학순 김대중학술원 원장은 “김대중은 ‘내가 해봐서 안다’는 식의 말을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자기 자신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를 겸허히 인정했다. 그는 우리나라, 우리 겨레, 우리 인류가 직면했던 핵심 문제들에 대한 고민과 함께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 ‘인류는 과연 어떤 경험을 통해 어떤 지식과 지혜를 남겼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사유하고 독서했다. 그 결과가 ”민주주의, 인권, 평화, 용서와 화해, 통합과 배려, 자연의 생명권과 자연-인간의 평화공존“에 관한 철학과 사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