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8.29 05:54
입력 : 2019.08.29 05:54
“대로변 1층 상가를 분양 받으면 한 달에 900만 원은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전 재산을 털어 분양 받았는데, 2년째 가게가 비어 있어요. 한달 이자만 360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70대 은퇴자인 김모씨는 2014년 마곡지구 발산역 인근 상가 점포(46㎡·약 14평)를 16억원에 분양받았다. 발산역 역세권이고, 공항대로변에 있어 상가 입지로는 최고라고 판단했다. 노후자금으로 모아 두었던 현금 6억원에 대출 10억원까지 받아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준공 후 2년이 지났지만 이 상가는 아직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 김씨는 “상가 투자에 실패하는 바람에 노후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는 ‘서울에 남은 마지막 택지지구’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LG사이언스파크’를 필두로 대기업과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최근 5~6년 사이 아파트 값이 급등한 지역이다. 5년 전 전용 84㎡ 기준 평균 4~5억원이었던 주택 분양가가 현재는 10억원대로 2배 이상 올랐다. 최근 5~6년 전부터 마곡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한 곳이 됐다.
하지만, 상가 부동산 시장은 딴판이다. 건설사들은 급등하는 아파트값에 따라 상가도 비싼 값에 분양했지만, 현재 마곡 상권은 초상집 분위기다. 마곡은 기업과 주민들이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했지만, 유독 상가는 텅텅 빈 곳이 많다.
■ 공항대로 수십채 상가건물 대부분이 1층부터 ‘텅~’
김씨가 투자한 상가는 대형 오피스 아래 있는 상가로 1~4층, 150개 점포로 구성돼 있다. 분양 당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워낙 분위기가 좋아 금세 완판됐다. 그러나 입주 후 2년이 지난 현재 영업 중인 점포는 30곳이 채 되지 않는다. 70% 이상이 공실이다.
인근 상가 분위기도 똑같다.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부터 마곡역까지 일렬로 펼쳐진 대형 오피스·상가 대부분이 1층부터 세입자를 찾는 ‘임대’ 딱지를 붙이고 있다. 서울주택도시보증공사(SH)에 다르면 마곡 지구에는 올해까지 약 100여 동에 달하는 오피스·상가가 분양됐다. 땅집고가 현장를 취재한 결과 입주가 시작된 상가점포 중 60%가 빈 상태다. 마곡믿음부동산 이송재 대표는 “LG사이언스파크와 가까운 상가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인데 공항대로변에 들어선 상가·오피스는 빈 상가가 수두룩 하다”고 말했다.
■ 3.3㎡당 1억원 육박한 고분양에 임대료 연달아 높아져
입지만 따지자면, 마곡은 상가 입지로는 손색이 없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과 가양동 336만3591㎡ 일대에 조성된 마곡지구에는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해 코오롱·롯데 등 현재까지 149개 기업이 입주하거나 입주계약을 맺었다. 전체 연구복합용지의 71%가 매각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택지개발이 완료되면 마곡 주택단지의 거주인구는 3만3684명, 고용 등 상주인구는 약 16만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마곡의 상가 공실률은 심각하다. 수요를 뛰어 넘는 상가 공급량이 공실의 첫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마곡의 상업용지 비율은 2.3%다. 동탄2신도시(2.2%)나 위례신도시(2.0%)와 비슷한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적정 상업용지 비율을 2% 초반이라고 본다.
하지만 상업용지 말고도 상가 점포가 들어갈 수 있는 업무용지가 8.3%에 달한다. 업무용지에는 통상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는데, 1~4층에는 상가점포가 들어서고 그 위에 오피스가 들어선다. 사실상 상가용 빌딩이나 마찬가지다. 마곡지구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업무용지까지 따지면 실질적인 마곡의 상가 용지비율이 4.5% 수준까지 올라간다”며 “아무리 기업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가가 이렇게 많이 공급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마곡 상가 공실의 또다른 이유는 높은 임대료다. 마곡지구 역세권 상가의 월 평균 임대료는 1층 상가를 기준으로 전용 49㎡(15평)가 보증금 1억원에 250만~350만원 수준이다. 입주가 본격화한 2017년에는 약 500만원이었다가 공실이 늘어 그나마 깎인 임대료가 이렇다. 서울 강남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논현로나 삼성로 일대 같은 크기의 상가 1층 월 임대료(350~400만원)와 비교해도 크게 저렴한 편이 아니다.
마곡 상가의 임대료가 이처럼 비싼 이유는 애초부터 상가 분양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3.3㎡(1평) 당 평균 3000만~5000만원, 점포 1층의 경우 최고 1억원 수준이었다. 아파트가 워낙 분양 잘 되다보니 건설사들이 상가를 비싼 값에 분양했고,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상가에도 몰렸다. 비싼 값에 분양 받은 점포 주인들은 임대료를 높게 책정했고, 그 결과 세입자가 외면해 버린 것이다.
■ 임대도 안되는데… 대규모 쇼핑시설 더 늘어날 전망
문제는 아직도 마곡지구에는 추가로 분양될 초대형 상가 부지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남은 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이스(MICE) 복합단지’사업이다. 마곡지구 중심부에 있는 특별계획구역 8만2724㎡를 컨벤션과 쇼핑, 관광, 전시 기능이 결합된 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20일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섰으며 이 복합단지 안에는 신세계백화점·스타필드 등 초대형 쇼핑 시설도 입점할 예정이다.
마이스 복합단지가 개발되면 기존의 마곡지구의 상권을 흡수하게 돼 기존 상권의 상가 공실 문제는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연구원 이사는 “마곡은 상주 인구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고, 정부가 상가 공급 조절에 실패한 측면도 있어 단기간에 공실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다”며 “상가 투자자 입장에선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임차인을 받고 상권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70대 은퇴자인 김모씨는 2014년 마곡지구 발산역 인근 상가 점포(46㎡·약 14평)를 16억원에 분양받았다. 발산역 역세권이고, 공항대로변에 있어 상가 입지로는 최고라고 판단했다. 노후자금으로 모아 두었던 현금 6억원에 대출 10억원까지 받아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준공 후 2년이 지났지만 이 상가는 아직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 김씨는 “상가 투자에 실패하는 바람에 노후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는 ‘서울에 남은 마지막 택지지구’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LG사이언스파크’를 필두로 대기업과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최근 5~6년 사이 아파트 값이 급등한 지역이다. 5년 전 전용 84㎡ 기준 평균 4~5억원이었던 주택 분양가가 현재는 10억원대로 2배 이상 올랐다. 최근 5~6년 전부터 마곡은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한 곳이 됐다.
하지만, 상가 부동산 시장은 딴판이다. 건설사들은 급등하는 아파트값에 따라 상가도 비싼 값에 분양했지만, 현재 마곡 상권은 초상집 분위기다. 마곡은 기업과 주민들이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했지만, 유독 상가는 텅텅 빈 곳이 많다.
■ 공항대로 수십채 상가건물 대부분이 1층부터 ‘텅~’
김씨가 투자한 상가는 대형 오피스 아래 있는 상가로 1~4층, 150개 점포로 구성돼 있다. 분양 당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워낙 분위기가 좋아 금세 완판됐다. 그러나 입주 후 2년이 지난 현재 영업 중인 점포는 30곳이 채 되지 않는다. 70% 이상이 공실이다.
인근 상가 분위기도 똑같다.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부터 마곡역까지 일렬로 펼쳐진 대형 오피스·상가 대부분이 1층부터 세입자를 찾는 ‘임대’ 딱지를 붙이고 있다. 서울주택도시보증공사(SH)에 다르면 마곡 지구에는 올해까지 약 100여 동에 달하는 오피스·상가가 분양됐다. 땅집고가 현장를 취재한 결과 입주가 시작된 상가점포 중 60%가 빈 상태다. 마곡믿음부동산 이송재 대표는 “LG사이언스파크와 가까운 상가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인데 공항대로변에 들어선 상가·오피스는 빈 상가가 수두룩 하다”고 말했다.
■ 3.3㎡당 1억원 육박한 고분양에 임대료 연달아 높아져
입지만 따지자면, 마곡은 상가 입지로는 손색이 없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과 가양동 336만3591㎡ 일대에 조성된 마곡지구에는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해 코오롱·롯데 등 현재까지 149개 기업이 입주하거나 입주계약을 맺었다. 전체 연구복합용지의 71%가 매각됐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택지개발이 완료되면 마곡 주택단지의 거주인구는 3만3684명, 고용 등 상주인구는 약 16만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마곡의 상가 공실률은 심각하다. 수요를 뛰어 넘는 상가 공급량이 공실의 첫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마곡의 상업용지 비율은 2.3%다. 동탄2신도시(2.2%)나 위례신도시(2.0%)와 비슷한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적정 상업용지 비율을 2% 초반이라고 본다.
하지만 상업용지 말고도 상가 점포가 들어갈 수 있는 업무용지가 8.3%에 달한다. 업무용지에는 통상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는데, 1~4층에는 상가점포가 들어서고 그 위에 오피스가 들어선다. 사실상 상가용 빌딩이나 마찬가지다. 마곡지구의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업무용지까지 따지면 실질적인 마곡의 상가 용지비율이 4.5% 수준까지 올라간다”며 “아무리 기업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가가 이렇게 많이 공급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마곡 상가 공실의 또다른 이유는 높은 임대료다. 마곡지구 역세권 상가의 월 평균 임대료는 1층 상가를 기준으로 전용 49㎡(15평)가 보증금 1억원에 250만~350만원 수준이다. 입주가 본격화한 2017년에는 약 500만원이었다가 공실이 늘어 그나마 깎인 임대료가 이렇다. 서울 강남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논현로나 삼성로 일대 같은 크기의 상가 1층 월 임대료(350~400만원)와 비교해도 크게 저렴한 편이 아니다.
마곡 상가의 임대료가 이처럼 비싼 이유는 애초부터 상가 분양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3.3㎡(1평) 당 평균 3000만~5000만원, 점포 1층의 경우 최고 1억원 수준이었다. 아파트가 워낙 분양 잘 되다보니 건설사들이 상가를 비싼 값에 분양했고, 아파트 시장이 들썩이는 바람에 투자자들이 상가에도 몰렸다. 비싼 값에 분양 받은 점포 주인들은 임대료를 높게 책정했고, 그 결과 세입자가 외면해 버린 것이다.
■ 임대도 안되는데… 대규모 쇼핑시설 더 늘어날 전망
문제는 아직도 마곡지구에는 추가로 분양될 초대형 상가 부지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남은 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마이스(MICE) 복합단지’사업이다. 마곡지구 중심부에 있는 특별계획구역 8만2724㎡를 컨벤션과 쇼핑, 관광, 전시 기능이 결합된 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20일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민간사업자 공모에 나섰으며 이 복합단지 안에는 신세계백화점·스타필드 등 초대형 쇼핑 시설도 입점할 예정이다.
마이스 복합단지가 개발되면 기존의 마곡지구의 상권을 흡수하게 돼 기존 상권의 상가 공실 문제는 더 심각해 질 수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연구원 이사는 “마곡은 상주 인구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고, 정부가 상가 공급 조절에 실패한 측면도 있어 단기간에 공실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다”며 “상가 투자자 입장에선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임차인을 받고 상권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