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밀양,김해 기행문-2
6/22(수)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동창은 밝았는데 노고지리가 아닌 이장님의 소리가 새벽 5시부터 온동네에 쏟아진다.
어제비로 물길을 막는 고랑의 풀을 베기위해 한집에서 하나씩 나오란다.
풀베는 기계가 있는집은 꼭 가지고 나오란다....
이어서 새마을운동시절 처럼 잘 모르겠는 행진곡이 흘러나온다.
시골은 시골이네..
서울서 새벽 5시에 저렇게 큰 스피커소리, 노랫소리가 들렸다면....?
조용히 이장님의 말을 듣는 걸보니 순박한 시골 사람들 임에는 틀림없네.
먼산엔 골안개와 구름이 멋지게 춤을추며 하늘로 오른다.
*퇴로못
옛날 퇴임한 선비들이 낙향하여 많이 살았다는 퇴로마을과 퇴로못.
전에 우리가 밀양에 살면서(1979~1981)낚시하러 다녔던 퇴로못은 이보다 작고 경계가 모호했었는데 (커다랗게 우는 가물치소리도 그때 처음 들어봤다)
지금은 반듯하게 둑도 쌓아놓고 낚시 수영도 금하며 못 한가운데는 커다란 물레방아를 설치하여 물이 썪지않게 흔들어주고있다.
수면가깝게 멋진 무술을 보여주는 중국의 무술영화라도 찍었음 좋을
넓고도 시원한 못이다.
인근 퇴로마을은 이미 밀양시의 보조를 받아 동네를 아주 깨끗하게 꾸며 누가 언제 찾아와도 보여줄 수 있게 해 놓았다.
골목골목이 깨끗하고 시원하다.
그런데 이 지역엔 맞지않는 구조물들이 가끔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밭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서 오이도 얻어먹고 축구선수 김용대네 집에 들어가 구경도 했다.
절집처럼 거하게 꾸미고 황토방, 노래방, 손님방, 기념관, 바비큐장까지 다 갖춘 한옥을
대목인 김용대선수의 아버지가 다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쩐지 부조화 스럽다.
저 높은 정자가 다 꾸며지면 온 동네를 호령하려나...?
말타면 경마잡히고 싶은 심정이 인간의 마음일 꺼다.
*위양지
조용하고 아담하며 데이트장소로 잘 어울릴 것 같은 못이다.
못 가의 작은 와정도 정답기만 하다.
조금 있다가오면 연꽃도 핀다는데 오늘은 흰수련으로 만족해야 하나보다.
위양지 가의 이팝나무도 밀양팔경중의 하나로 든다한다.
참고로 밀양팔경은
영남루 야경, 시례 호박소, 표충사 사계, 월연정 풍경
위양못 이팝나무, 만어사 운해, 종남산 진달래, 재약산 억새 이다.
모네가 살아있다면 저 수련을 어떻게 화폭으로 옮길까...?
*밀양장
영남루로 가려다 오늘이 장날인줄알고(2,7일 - 5일장) 코스를 바꿔 장으로...
저녁으로 은어정식을 사먹으려다 숙소에서 해먹기로하고 상치, 깻잎, 쑥갓, 고추, 호박, 된장, 우렁....
창녕에서 나는 자색양파도 큰망으로 사서 나누기로하고...마구마구 샀다.
졸지에 짐꾼이 된 이선생님,
나두 얼음채운 꼴뚜기와 미더덕, 고구마를 사고...
500원에 고추 한줌씩 집어주는 인심이 좋다.
*표충사
배가고파 점심으론 갈치구이백반을 사먹고 표충사로.
표충사는 작년 청도올때 들렸기 때문에 안가려했는데 처음 참가한 회원이 밀양와서 표충사를 못 보고가면 남편한테 야단(?) 맞는다며 가자하여 다시 빗속을 뚫고 표충사로.
표충사는 언제 가 봐도 품위있는 넉넉함과 시원함이 좋다.
오면서 단장면의 오래된 술도가에서 동동주도 회원수 만큼 샀다.
이번여행 보내주어 고맙다고 남편들게 한잔씩 부어드리라고...
서울와서 단장면 동동주라며 남편에게 주니
그 주인을 옛날에 잘 알았는데 아마 지금은 돌아가셨을 꺼라 한다.
*영남루
한국의 삼대누각의 하나인 영남루.(삼대누각:밀양의 영남루, 진주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
호방하게 사면이 탁틔워져 시원하고, 용 23마리가 이리저리 용트름으로 엮어진 건물의 보와 량의 기개가 영남루의 위용을 더 크게 만들어준다.
전에 남편이 여기에 근무할 때
시아버님은 여름이면 합죽선들고 모시옷입고 이 마을의 위세 깨나하시는 분들과 매일 이 영남루에서 시조를 읊으시며 지내셨지....
여기 직함이 무어인 사람이 내 아들이라면서 우쭐 하셨지...
멀리 우리가살던 삼문동과 남편이 근무하던 사무실이 강 건너로 보인다.
건물에 얽힌 이야기, 글씨에 스민 이야기들로 영남루 시원한 마루바닥에 앉아
한참을 다리쉼하다가
서글픈 사연이있는 아랑각을 지나 남천강변을 거닐었다.
바닥의 장미무늬인 돌꽃이 희한하다. 남천강 근처에만 있는 것이란다.
다들 밀양아리랑을 흥얼거리며 걷는다.
아마도 그 옛날부터도 이 곳 여인들의 기가 셌었나보다.
“날 좀 보소~~날 좀 보소~~”하고 남정네에게 적극적으로 의사 표시를 할 줄 알았으니....
굉장한 빗속을 달리다가도
내려서 건물들 돌아보고 할때는 신통하게 비가 그쳐준다.
하나님 감사...
저녁엔 아까 장봐온 야채와 된장찌개
어제 얻어온 장아찌들하고 연밥과
아까 수퍼에서 사와 맛있게 삶은 돼지고기로 푸지게, 맛있게 아구아구 먹다.
밤엔
돌아가며 풀어놓는 자기 남편과 처음만난 얘기들과 연애시절 얘기들로 햐얗게 샐 판....
서로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젠 친구가 되어가는 남편들에게 측은지심이 생긴다 하네.
짧은세상 그렁그렁 사는거지 뭐~~~
첫댓글 물안개와 조화를 이루는 퇴로못이 시선을 끄는 군요.
덕분에 요즘 나서지 못하는 발걺음에 활력을 받습니다.
조만간 쥔장 또한 산으로 들로 나서볼까 합니다.
좋습니다.
일상에서의 탈출..
일상에서 탈출이 가능한 상황이 부럽사와요~!
물론 덕분에 이리 눈으로 즐기게 해 주심도 감사하구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