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님이 경상북도 의성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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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북의 글을 가져 왔습니다)
농지를 팔라고 명령하기 전에, 누가 어떤 돈으로 살 것인지부터 정부가 답해야 한다
농사짓지 않는 농지를 처분하게 하면 농지가 필요한 청년농과 농민에게 자연스럽게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농지를 팔려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과연 그 농지를 살 수 있는 농민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2024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농가경영주는 약 97만4천 가구입니다.
연령별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40세 미만 청년농 4,601가구
40대 2만7,171가구
50대 12만5,358가구
60대 32만1,867가구
70세 이상 49만4,710가구
전체 농가경영주의 절반 이상이 70세 이상이고, 60세 이상을 합치면 약 84%입니다.
고령농 대부분은 농지를 더 사서 농사를 확대할 계층이 아닙니다. 오히려 노동력 부족과 건강 문제로 농사를 줄이거나 은퇴를 준비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가장 유력한 매수층인 40세 미만 청년농 경영주는 전국에 고작 4,601가구입니다.
이들 모두가 농지를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농지를 사려면 자기자금이나 대출 능력이 있어야 하고, 기존 농장과 가까워야 하며, 농기계·노동력·용수·진입로 등 영농조건도 맞아야 합니다.
농지만 산다고 농사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농기계와 시설, 묘목, 비료, 농약, 인건비와 몇 년간의 운영자금까지 마련해야 합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조건이 맞을 때 농지를 구입할 수 있는 잠재 농가는 전국적으로 약 4만∼8만 가구, 한 해 실제로 농지를 구입할 수 있는 농가는 약 1만5천∼3만 가구 정도로 추산됩니다.
전체 농가 100가구 가운데 한 해 농지를 살 수 있는 농가는 고작 1∼3가구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연령별로 추산하면 한 해 실제 농지 매수 가능 농가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40세 미만 청년농 800∼1,500가구
40대 2,000∼4,000가구
50대 5,000∼1만 가구
60대 5,000∼1만 가구
70세 이상 1,000∼4,000가구
이것도 전국을 합친 숫자입니다.
특정 읍·면에서 매물로 나온 농지의 위치와 가격, 농업용수와 진입로, 토질과 경지정리 상태까지 맞는 실제 매수자를 찾으면 몇 명에서 많아야 수십 명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농민에게 돈이 많아서 농지를 사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2025년 농가의 연평균 소득은 5,467만원이지만, 실제 농사를 지어 얻은 농업소득은 평균 1,171만원에 불과합니다.
월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98만원입니다.
농가 평균부채도 약 4,771만원입니다.
이런 농민에게 수억원짜리 농지를 더 사라고 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이야기입니까?
2025년 전국 농지 평균 실거래가격은 ㎡당 약 5만3,518원입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000평 약 1억7,700만원
2,000평 약 3억5,400만원
3,000평, 약 1㏊는 약 5억3,500만원
물론 지역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지만, 전국 평균가격으로 1㏊를 사려면 후계농 정책자금 최대한도인 5억원을 거의 전부 써야 합니다.
5억원을 연 1.5%, 5년 거치 후 20년 원금균등상환 조건으로 빌려도 원금상환이 시작되는 첫해 부담은 약 3,250만원입니다.
연간 원금 2,500만원에 이자 약 750만원이 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국 농가의 평균 농업소득은 연간 1,171만원입니다.
평균적인 농업소득으로는 농지대출 원리금조차 갚기 어렵습니다. 농기계와 시설, 묘목과 운영자금은 별도로 마련해야 합니다.
“청년농에게 정책자금 5억원을 빌려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5억원은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지원금이 아니라 갚아야 하는 빚입니다.
사업대상자로 선정돼도 농협과 농신보의 신용·담보·상환능력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심사 결과에 따라 대출액이 줄거나 아예 대출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국의 40세 미만 청년농 경영주 자체가 4,600가구 정도밖에 없습니다.
청년농 몇천 명에게 수십만 필지의 농지를 모두 받아내라고 하는 것은 산술적으로도 불가능합니다.
농지거래는 이미 얼어붙고 있습니다.
전국 농지 거래량은 2021년 약 66만2천 필지에서 2025년 약 31만4천 필지로 52.6% 감소했습니다.
이마저도 한 사람이 여러 필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31만 필지가 31만 명의 매수자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비자경 농지와 상속농지를 한꺼번에 시장에 내놓게 만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팔아야 할 사람은 수십만 명인데 실제로 살 능력이 있는 농민은 연간 1만5천∼3만 가구에 불과한 매도자 과잉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거래는 끊기고 농지가격은 떨어지며, 급하게 팔아야 하는 고령농과 은퇴농이 헐값에 재산을 처분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자금력이 있는 일부 법인과 대규모 농가에는 싼값에 농지를 집중적으로 사들일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비농업인이 가진 농지를 내놓으면 농민이 사갈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의 인구구조와 농가소득, 부채, 농지 가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비자경 농지 처분을 강하게 밀어붙이려면 먼저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첫째, 쏟아지는 농지를 누가 살 것인가?
둘째, 농업소득이 연평균 1,171만원인 농민이 무슨 돈으로 수억원짜리 농지를 살 것인가?
셋째, 대출을 받은 청년농은 농지대금과 시설비, 운영비를 무엇으로 갚을 것인가?
넷째, 민간에서 팔리지 않는 농지를 농지은행이 매년 얼마나 사들일 것인가?
다섯째, 거래절벽과 가격폭락으로 피해를 보는 고령농과 은퇴농의 재산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해결책은 농민끼리 알아서 사고팔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닙니다.
농지은행이 매입 규모를 대폭 확대해 장기 임대하고, 청년농과 후계농에게는 먼저 임대한 뒤 영농이 안정되면 나누어 매입하게 해야 합니다.
농지가격과 농업소득의 차이를 고려해 장기·저리·분할상환 제도를 현실화하고, 고령농에게는 농지를 헐값에 팔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농지연금과 은퇴직불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농지정책은 투기만 단속한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농지를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그리고 그 농지에서 실제로 농사를 지을 사람을 함께 보호해야 합니다.
농지를 팔라고 명령하기 전에, 누가 어떤 돈으로 살 것인지부터 정부가 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