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시 ‘문제은행이냐 직접출제냐’ 갈림길
국시원 출제방식 변경 ‘검토 중’…직접출제땐 기출문제 공개 주장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의 의사국시를 비롯한 국가시험의 기존 문제은행 방식 시험문제 출제방식에 변화를 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현재의 문제은행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기출문제를 공개할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시원은 현행 문제은행 방식에 변화를 주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나 일정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조만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보건복지부에서 일부 시험에 대해 문제를 시험 응시생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과목이나 시험에 대해 부분·단계적으로 시험문제를 공개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출제방식을 문제은행에서 직접 출제방식이나 두 가지를 조합하는 형태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시원 내부에서는 출제방식의 변화요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김건상 국시원장은 최근 문제은행 방식의 현행 시험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약 문제은행 방식의 현행 제도의 단점이 부각되고 부작용이 나타나 개선할 수밖에 없다면 바꾸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시험위원회에서 현행 문제은행 방식과 또 다른 시험방식과의 장단점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행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명확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문제은행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제도개선에 섣불리 다가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뒷받침이 선행돼야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마땅하지 않고, 다른 직종과 시험출제 방식에서 차별이 생기면 결국 형평성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은행식 출제방식을 바꾸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반면 시험 응시생들은 문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유출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공개를 해서 문제가 정말 틀린 문제는 없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고, 복원 등에 의한 방법으로 문제가 유출될 수밖에 없다면 문제은행식 출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공무원 공채시험 문제 또한 수험생들에게 전면 공개된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시험관리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논리다. 더욱이 문제를 공개할 경우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오답 및 복수정답 시비 등 국가시험 관리를 둘러싼 논란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에는 한의사 국가시험의 출제 오류를 인정해 해당 문제를 복수정답 처리하고 탈락자를 합격시켜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의사나 한의사 국가시험에서 불합격 취소 판결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시험문제의 공개에 대한 논의가 뜨겁지만 어느 방식이 옳고, 어느 방식이 그르다는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라는 지적도 크다. 그동안 진행된 시험문제 공개와 관련된 판결에서도 이를 보여준다.
지난해 6월 서울고등법원은 의사 국가시험 불합격자가 국시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의사국가시험의 기출문제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는 의사 국가시험은 수험생의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목적인만큼 기출문제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의사 국가시험이 문제은행 출제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이상, 기출문제가 공개되면 동일ㆍ유사한 문제를 재출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수년 후면 문제은행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앞서 치과의사 시험 불합격자가 같은 내용으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때문에 기출문제 공개에 대한 논의가 소모적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가 결과만 중시하고 성적으로 모든 평가를 내리기 때문에 시험문제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험에 대한 비도덕적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건상 원장은 착실한 공부를 통해서가 아닌 시험기술 향상으로 점수를 올리는 것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으며, 시험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시험도 교육의 한 과정으로, 평소 공부를 통해 점수를 받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 김원학 기자
<문제은행과 직접출제 장·단점은?>
문제은행, ‘양질의 문항 확보’ 개선 효과 크다
직접출제, 투명성 확보·이의제도 활용 가능
최근 발생한 국시원 문제유출 의혹의 원인은 문제은행 방식에서 비롯된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통해 실시하는 보건의료 관련 국가시험의 답안 및 문제는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만약 기출문제 및 답안의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면 문항개발의 한계를 고려할 때, 시일이 경과될수록 문제은행 내에 기출문제로서 노출된 문항의 비율은 점차 커지게 될 것이고, 기출문제의 답안 암기에 의해 합격할 가능성이 커져 국가시험이 평가도구로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자격취득자의 자질을 저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이나 출제 기간의 측면에서 보면 문제은행식 출제 방식이 현행 출제 방식에 비해 장점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다양하고 참신한 양질의 문항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는 것이다.
또한 문항 개발자가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가지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문항을 개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토자에 교수도 포함할 수 있어 문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수정, 보완할 수 있다.
문제은행은 많은 내용 전문가와 평가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활용할 수 있는 자료의 폭을 넓힘으로써 문항의 내용과 형식을 다양화시킬 수 있어 양질의 문항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발된 문항들을 체계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경우 장기적으로는 문항 개발에 따른 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도 있다. 더욱이 오랫동안 진행되는 합숙 때문에 강의나 연구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문제를 개선해주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문제은행 체제에서는 세 차례의 짧은 기간에 필요한 시기에 집중 운영하면서 문항을 개발하거나 재택 개발 방식을 적용해 문항을 개발해 저장할 수 있다.
때문에 문항 개발위원들이 합숙 출제만큼 속박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일정을 진행하면서 문항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나 수업이 중단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더욱이 합숙식 출제체제에서 출제기간이 짧고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적어 출제에 어려움이 많다는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 본다.
문제은행식으로 진행되는 시험이기 때문에 문제공개가 어려운 현실과 여러 책의 내용이 달라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출제 방식의 경우 수험생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시험관리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특히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오답 및 복수정답 시비 등 국가시험 관리를 둘러싼 논란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시험문제 및 정답에 대한 이의제기 및 정답확정 절차를 공식화함으로써 시험행정의 투명성이 강화된다. 이처럼 문제은행과 직접출제 방식은 각각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지나친 논의가 소모적으로 흐르는데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특히 문제방식이 아닌 도덕적 해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 2006년과 2009년에는 미국 SAT 시험지를 돈을 받고 팔기 위해 고사장에서 빼돌렸던 사건이 발생하는 등 시험과 관련된 부정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과도한 결과중심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병폐라고 진단하고 있다. 성적으로 모든 평가를 내리는 사회 구조가 결과중심주의를 강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정한 방법이라도 좋으니 성적만 잘 받아오라고 가르치는 식의 비도덕적 문화가 만연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뢰가 바탕이 된 사회에서 시험과 관련된 부정은 곧 사회적 매장을 의미하고 형사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김원학 기자
<의사국시 ‘기출문제 공개’ 의대생 생각은?>
공정·형평성 차원 ‘국시문제 공개’ 주장
의사국시 수험생들은 기출문제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사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을 보면 의대생들은 국시원이 기출문제를 공개하면 의대생들도 기출문제를 복원 안하고 서로 고생 안할 수 있다며 기출문제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어차피 수험생들이 다 기억으로 복원하기 때문에 공개 안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또 일본 의료인시험도 문제풀제도의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하고 있지만 모든 출제문항을 공개하고 있다는 지적으로, 공정성과 형평성 및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공식적으로 공개를 하지 않으면 문제에 허점이 있어도 일단 발뺌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사 국가고시 문제를 공개하면 오류 있는 문제들 때문에 소송문제가 부각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국시 문제에서도 틀린 문제와 오답이 있을 수 있는데 이의제기조차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에서는 문제은행 방식에서 직접출제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일부는 성실하게 학교를 다닌 의대생이라면 국가시험에 붙을 수 있다며, 시험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원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