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에게 방아쇠를 당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국방부청사 안 임시 국무 회의실에 있었다. 金헌병감이 지휘하는 김재규 체포 조는 청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 청사 정문 쪽에는 정보부 안전과 소속 경호원들이 M16 기단단총으로 무장한 채 서성거리고 있었다. 더구나 서치라이트가 환하게 비추고 있었기 때문에 중앙정보부장을 체포, 연행할 경우 충돌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항이었다. 金헌병감은 후문 쪽을 택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반 출입구가 아닌 국방부 청사 후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金헌병감은 전에 국방부 조사대장으로 2년 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 청사내부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 그는 즉시 국방부 총무과장을 불러 후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안됩니다. 이 문은 사용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애들아, 부숴버려.” 평소 인적이 없었던 국방부 청사 후문 앞에는 무장 헌병들이 말없이 움직이고 있었으며, 그들 사이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보안사에서 보낸 승용차 세대가 막 청사 후문에 도착했다.
金헌병감은 신형 로열 레코드 승용차를 후문 앞에 바짝 대게 한 뒤 앞뒤에 한 대씩을 배치했다. 앞뒤 차에는 무장헌병 두 명씩을 태우고, 김재규를 연행해갈 승용차엔 헌병 한명만 뒷 자석 안쪽에 앉게 했다. 김재규 체포를 위한 준비는 완료했다. 이제 이 긴장된 밤의 주인공 김재규 중앙정보부장만 유인해 오면, 이 자리에서 체포해버릴 것이다. 외등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라이트를 꺼버린 세 대의 승용차는 나지막하게 엔진소리만 내고 있었다. 내게 붙어, 지금부터 김재규를 체포하러 간다.
권총에 실탄은 장전 되어 있겠지.“ 李대위 만약 김재규가 연행도중 반항하거나 하면 뒤에서 덮쳐버리도록 해! 金헌병감은 吳과장과 이기덕 대위에게 소리치며 2층 회의실로 통하는 비상계단을 올라갔다. 국방부장관실 앞 중앙 복도에는 국무위원들과 군 수뇌들이 수행부관, 국방부소속 장교 등 20여명이 띄엄띄엄 서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수행부관 박홍주 대령도 그 자리에 끼어 있었다. 金헌병감 일행은 그들을 피해 비상통로로 조약래 국방부장관 보좌관실로 갔다.
“趙장군, 우리가 지금 김재규를 체포 하러왔소. 참모총장 지시오. 김재규 저 안에 있지요.? 내가 참모총장 비서실장이라고 할 테니 趙장군이 좀 불러내주시오. 총장님이 벙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귀 뜸 해주시오. 金헌병감의 애기를 들은 趙보좌관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육군준장인 헌병감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남산부장을 체포하겠다니....그러나 趙보좌관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金헌병감을 늘 믿어왔고 참모총장지시라는 말에 순식간에 사태를 짐작했다.
趙보좌관은 30분전 쯤 뭔가 긴박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때 김계원 비서실장과 노재현 국방장관, 정승화 총장이 함께 와서 조용히 이야기 할 장소를 찾기에 조보좌관은 자기 방을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또 애기를 끝낸 鄭총장은 趙보좌관에게 헌병감과 보안사령관을 급히 찾으라고 지시한 일도 있었다. “알았소, 金장군 그런데 여기보다는 접견실 쪽이 곧바로 비상통로로 빠져나갈 수 있으니 그 방으로 불려내는 것이 좋겠소.” “그렇게 해 주시오.趙장군”
金헌병감의 대답을 들은 조보좌관은 혼자 회의실로 들어갔다. 같은 시각, 金헌병감과 함께 왔던 오일랑 보안사 군사정보과장은 보좌관실 앞에서 국방부 보안부대장 김병두 대령을 만나고 있었다. 金대령은 그날 저녁 7시경 집에서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가 국방부 보안 부대에 근무하는 오창식 문관의 전화를 받았다. “국가에 큰 위기가 터진 것 같습니다. 비상입니다.” 그대로 집에서 뛰쳐나온 金대령은 지금까지 국방부장관실 부근의 경계를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