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한 겨울 아침 7시. 차내 등으로 바라본 강문구 조합원의 얼굴엔 피곤함이 가득했다. 대리운전 일을 하느라 밤사이 용인 분당 수원 등 경기도 일대를 돌고 돌았으니 이 시간쯤 되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이다.
강문구 조합원은 iTV에서 뉴스 자막 입력을 담당했었다. MBC에 91년 입사해 인천방송 개국과 함께 직장을 옮겨 오늘까지 왔다.
하루 밤 사이 운행거리만 2백Km를 훌쩍 뛰어 넘지만 주머니에 돌아오는 돈은 많아봐야 4만5천원 정도가 고작이다. 같은 조로 짝을 이뤄 움직이는 사람과 반씩 나누는데다 차량 보험료, 유지비, 거기에다 손님을 연결해준 대리운전 회사에 20%를 나눠야 한다. 이래저래 떼고 나면 만원 벌이도 안 되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아침 해장국을 사먹어야 하는지 잠시 망설여지기도 한다.
참 여러 가지 일을 했다. 공사 현장 노동일부터 학교 급식 조달 일까지. 정시에 출퇴근하는 직장을 구하고 싶었지만 발기인 모집이며 집회참석 등 새방송 촉구일정에 소홀해질 것 같아 그런 곳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일에 나이 어린 젊은 관리자에게 혼나기를 수십 번, 몸이 안 따라 주니 몸 여기저기에 파스를 달고 산다.
그도 그이지만 가족의 고생도 적지 않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모처럼 사준 통닭 한 마리에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두 딸이 좋아라 펄쩍 펄쩍 뛰었다. 아내는 젊었을 때 잠시 하던 미용사 보조 일을 다시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자신의 마음이 숙성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고민의 시간을 거치면서 마음이 훌쩍 컸다는 그는 메주가 된장이 되려면 발효되고 숙성되어야 하듯 방송하는 사람이 자기 일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면 그만큼 새 방송도 잘 될 것이란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 온 길에 부끄러움이 없다고 덧붙인다. 과정이 아름답고 정당했기 때문에 떳떳하고 1년의 시간을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인생에서 소중한 시간이 되었단다.
지금쯤 그는 두 딸과 아내의 손을 잡고 우리의 희망이었던 새방송사 앞에 서 있는 꿈을 꾸고 있을지 모른다. 그 꿈이 현실이 되는 날, 맛이 깊게 벤 된장 같은 구수한 강문구 조합원의 마음이 자판을 통해 아름다룬 희망의 영상이 되어 쏘아 올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