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저명한 판타지 소설가 마이클 무어콕의 소설[엘릭], [에리코세], [코럼],
[호크문] 같은 작품들은 각기 독립된 에피소드 작품들이잠ㄴ 모두 무어콕의
[영원한 챔피언(ETERNAL CHAMPION)]이라는 장대한 시리즈들이다. 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시공을 훌쩍 뛰언ㅁ어 다른 이야기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각 소설들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별개의 인물들이지만, 모두 '영원한 챔피온'의 화신 혹은
분신이다. [엘릭 사가]의 주인공인 멜니보네의 왕자 엘릭은 시리즈 전체를 상징하는
살벌하고 저주스런 마검을 지니고 있는 데 그 검의 이름이 바로 스톰브링거, 즉
재앙의 폭풍을 몰고 오는 검이다. 전설의 왕 서의 액스칼리버가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성검이라면 '폭풍을 몰고 오는 혹은 폭풍을 부르는 검'이라는 별칭의
스톰브링거는 현대 판타지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마검이라고 할 수 있다.
[엘릭 사가(Ellic Saga; 엘릭의 모험)]
엘릭의 이야기는 멜니보네의 왕자인 그가 사촌동생의 반란으로 조국을 잃고 방랑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세계의 중심에 위치한 멜니보네는 태고부터 존재했던
제국으로 이 제국 주민인 바드하족은 주위의 야만족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문명을
자랑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마법으로 드레곤이나 마족 및 정령을 노예로 부릴 수 있었다. 멜니보네에는 먼 옛날부터 고대의 마검 스톰브링거와 몽브레드라는 두 검이 전해 내려왔다. 그러나 이처럼 고도의 문명을 자랑하는 멜니보네에도 서서히 몰락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주인공 엘릭도 퇴폐적인 멜니보네 문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병약한 엘릭, 그의 피부는 눈처럼 희었고 눈에서는 불길한 붉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또한 용기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으나 전장에 나갈 때면 수수께끼의 마법약에 힘을 빌려야 했다. 엘릭은 나날이 우울한 하루를 보내며 조국 멜니보네가 멸망하는 조국 멜니보네가 타락해가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그 무렵 엘릭의 사통동생인 이일쿤이 멜니보네의 왕국과 엘릭의 여동생이자 아내인 사이모릴을 뺴앗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다. 반란군을 토벌하기 위해 출전한 엘릭은 전설의 마검을 손에 넣으려는 이일쿤을 쫓아 '그림자 문'이라 불리는 이계의 문으로 향한다. 무사히 '그림자 문'을 빠져나간 엘릭은 '늪지의 지하도'를 통과하여 '요동치는 동굴'에 도착한다. 그 곳에서는 두 자루의 검-스톰브링거와 몽드레드-과 이일쿤이 엘릭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대결이 펼쳐졌다. 몽드레드를 쥔 이일쿤과 스톰브링거를 쥔 엘릭. 그것은 쌍둥이 마검 간의 대결이였다. 마침내 엘릭의 스톰브링거에 치명적 일격을 당하는 이일쿤의 몽브레드. 싸움에 패한 몽드레드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다. 이렇게 해서 스톰브링거는 엘릭의 소유가 된다.
<스톰브링거의 살벌한 마력>
작품 속 삽화의 대검 스톰브링거는 길이가 2미터 정도이며 검날은 검게 빛난다. 그리고 황금자루의 길이는 40센티미터가 약간 넘고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다. 스톰브링거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휘두르면 과연 마검이라 부를 만한 불길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또한 이검에는 상상조차 할 수없는 냉혹한 위력이 깃들어 있었다. 윷칠이라도 한 것처럼 검게 빛나는 검날은 매우 길고 거대했지만, 다루는 데 부담이 전혀 없을 만큼 가벼워 오히려 스톰브링거를 지닌 자가 검으로 강력한 힘을 얻었다. 전장에서 스톰브링거는 춤을 추듯이 움직이며 적의 급소를 공격하는 데, 그 모습은 마치 검 자체가 자유의지를 갖고 싸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스톰브링거는 살아 숨쉬는 생명체라고 할 수 있었다. 스톰브링거는 피에 굶주린 듯이 주인의 손안에서 몸을 떨기도 했고 주인이 의도하지 않은 죽음을 스스로 초래할 떄도 있었다. 매우 호전적인 성향을 지닌 스톰브링거는 일단 칼집에서 뽑히면 검날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피를 묻히기 전까지는 절대 칼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따라서 스톰브링거의 소유자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학살극을 벌이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검의 유혹에 맞서야 했다. 엘릭도 이 스톰브링거의 검날에 사랑하는 연ㅇ니과 친구들을 모두 잃고 만다. 스톰브링거는 몽드레드와 함께 있을 때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서로 호응하는 두 자루의 검은 주인의 손을 빠져나와 스스로 적과 대적할 수 있었다. 엘릭과 이일쿤이 대결을 벌일 때도 두 자루의 검은 마치 전쟁 놀이를 하듯이 자유자재로 몸을 놀리며 서로의 주인을 노렸다. 두 사람은 검의 소유자가 아니라 상대의 검이 노리는 표적에 불과한 것이였다.
또한 이 검에는 희생자의 영혼을 빼앗는 마력이 깃들여 있었다. 스톰브링거의 검날에 목숨을 잃게된 자는 자신의 영혼이 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잔인한 체험을 겪게 된다. 스톰브링거의 먹이가 된 희생자들은 그 순산 육체적인 통증과 죽음에 대한 공포 이상의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희생자의 영혼에 깃든 생명력은 검의 소유자에게로 흘러들어간다. 그리하여 스톰브링거의 소유자는 싸우면 싸울 수록, 그리고 살육을 즐기면 즐길 수록 자신의 몸에 활력이 넘쳐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본래 허약하던 엘릭도 검이 빨아들인 희생자의 생명력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게 되었던 것이였다. 말하자면 그는 타인을 죽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만 것이였다.
이 정도로 살벌한 위력을 지닌 마검이므로 일반 무기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마족이나 야수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지닌 혼돈의 신들조차 스톰브링거의 검날 앞에서는 몸을 움츠릴 정도였다. 피를 갈구하는 스톰브링거는 자신의 욕구에 순종적인 주인에게는 충성을 다한다. 그런 주인은 전장에서 이 검을 잃어버려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스톰브링거 스스로 죽음에 대한 욕구를 채워줄 전사를 찾아 돌아오기 때문이다.
<스톰브링거에 우롱당한 엘릭>
스톰브링거를 수중에 넣은 엘릭은 전장에서 수많은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스톰브링거의 마력에 의해 적의 영혼뿐만 아니라 사촌동생 이일쿤, 아내 사이모릴, 연인 자로지니아, 그리고 친구 문그람의 영혼까지 잇달아 빼앗기고 만 것이다. 엘릭의 의지력도 스톰브링거의 피에 대한 욕망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매일처럼 전장에서 스톰브링거를 휘두르는 엘릭. 그렇게 모든 것을 파괴한 스톰브링거는 마지막에 가서 주인인 엘릭의 목숨마저 빼앗고 만다. 주인 엘릭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파멸시킨 스톰브링거는 결국 자신의 파괴 본능을 쫓아 어디론가 다른 세계로 사라진다.
<스톰브링거의 모티브>
무어콕의 판타지는 독자에게 마치 켈트나 게르만의 신화, 전설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피맛을 보기 전까지는 칼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스톰브링거의 특성과 주인을 파멸시키는 운명은 북구의 실존했던 전설에 등장하는 마검 티르빙과 매우 흡사하다. 결국 무어콕은 하나의 단순한 아이템으로서 전설에서 아이디어를 그냥 차용한 것만은 아니였던 것이다. 무어콕은 민족의 신화와 전설을 우호 또는 계시로 받아들이며, 그것들을 작품으로 승화 시켰다. 신화와 전설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그는 그래야만 과거의 유산을 현대에 되살리는 의미가 있다고 믿었다. 스톰브링거는 신화 안에서 보편적 가치를 도출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보여주는 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무기와 죽음>
스톰브링거의 소유자는 검의 마력에 의해 무적의 전사가 되지만, 더 이상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 없게 되고 만다. 스톰브링거를 손에 넣고 있는 한 전쟁과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검의 무기로서의 본질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무기는 그것을 소유한 자의 마음을 표현한다. 인간 속에 내재된 공격 충동-파괴욕-을 유형화 시킨 것이 바로 무기인 것이다. 엘릭 이야기의 근저에는 시종일관 '질서와 혼돈의 대립'이라는 이미지가 흐르고 있다. 질서는 모든 것을 통일하여 동요가 없는 정적인 상태로 향하는 힘이며 그 이상(理想)은 무(無)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혼돈의 힘은 유형의 것을 모두 파괴하여 온갖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유형의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향한다. 이러한 혼돈의 시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스톰브링거이다. 그러나 질서와 혼돈의 힘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스톰브링거와 몽브레드, 파괴와 살육을 반복하는 두 자루의 검은 결코 사악한 존재나 악의 상징이 아니다.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혼돈의 힘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힘'에 불과하다. 그 힘을 사용하는 자는 바로 검으 ㅣ소유자인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의 파괴 본능 또한 악이 아닌 하나의 에너지(!)원이라 할 수 있다.
무어콕은 선과 악이라는 절대적 대립을 그리지 않았다. 선과 악은 그저 상대적인 것에 불과하며, 그에 관련된 인간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추상명사에 불과하다. 순수한 힘을 표현하는 상징물로 등장하는 스톰브링거는 마력으로 인간의 자유의지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첫댓글 킹오파에서 하이데른기술중에 스톰브링거있지않나?ㅋ아무튼 자료감사
그거하고는 아무 상관없다는.... 그나저나 저는 마검이 웬지 매력을 많이 느껴요~~ 저런 마검은 좀 곤란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