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한 낙엽이 수북히 쌓인 숲길을 걸으며
잠시 가는 세월을 잡아 당겨보았다.
11월 셋째주 일요일.
천안에서는 우리회사 전 직원의 결혼식이 있었고
양평에서는 우리회사 주최 행사가 토, 일 양일간 진행중이었으며
토요일밤에는 아들이 예고없이 집에 왔다.
하나같이 중요한 일들이지만 몸은 하나
온전히 내뜻에 달린것.
약속대로 주저없이 산하들과 함께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상봉역 9시. 춘천행 경춘선 열차는 청평을 향해 기적을 울렸다.
40분의 거리 우리에게는 지루할틈이 없다.
어느새 청평역. 차도식 산하님의 소개로 같이 등행을 약속한
분이 차를 놓쳐 청평역에서 20분 대기한 끝에 아리따운 두분의
여성과 랑데뷰를 하고 일면식후에 호명산으로 직행.
호명산.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 위치한 산으로 그 옛날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던 시절 호랑이가 살아서 범의 울음소리가 들렸다하여
이름 지어진산. 지금에야 개발이 많이 되어 호랑이가 발붙일곳이
없지만 전기가 없던 시절엔 호랑이가 살만한 곳 이었으리라.
호명산은 내가 산하들과 인연을 맺기 이전부터 시산제를 여러번
지냈을정도로 산하들과 깊은 인연이 있는 산이라는 것을
카메라맨님으로부터 전해들었다.
산은 말이 없지만 서도 산하들의 유구한 역사를 세세하게
알고 있을것이다.
입동이 지났으니 추울까봐 목티에 패딩까지 보온에 신경을 썼더니만
몸에 열이나고 땀이 쏟아져 거북살스럽게 느껴졌다.
옷을 벗었다 걸쳤다 몇 번이나 변죽을 울리면서 13명의 대표 주자들은
헐벗은 산을 꿋꿋하게 걸으며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갔다.
불과 20여일 전만해도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던 곱고 화려한 단품들은 모두다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볼품없고 추한 모습으로 땅을 굴러다닌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우리도 언젠가 세상과 인연을 다하는 날 연기되어 흔적없이
사라지겠지요. 그렇기에 살아있는 동안 즐겁고 행복해야 합니다. 그런의미에서 볼때
저에게 산하들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다른일정 뿌리치고 달려가는 이유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꽉꽉 채울수있기에
그리 목을 메는 것이겠지요.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그저 산이 좋고 사람들이 좋아서 맺어진 인연들
생로병사의 삶속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수 있는 인간미가 있는
그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호명산은 해발 632미터로 그리 높은산은 아니기에 부담없이 가볍게
오를수 있는 편안한산이고 막걸리과 맥주가 흥을 돋줘주니 이 얼마나
해피한가... 별스런 안주없이도 그맛은 기가막히게 좋다.
산에만 가면 과음하는 이유를 알 것같다. 마음이 행복하니 그럴게다
산에서 먹는 점심은 또 어떻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점심이 아닐런지
땀냄새 솔솔 풍기면서 먹는 점심 자두로 담근 새빨간 자두주를
한잔씩 빨면서-- 독하긴 해도 뒷맛은 군더더기 없는 개운한맛
머리에 콕 박혔어요ㅎ
점심을 기점으로 하산길이다. 4킬로미터 십리길을 능선을 타고
2시간은 족히 걸리는 호명호수에 당도.
수려한 산세와 더불어 백두산 천지를 연상시키는 넓은 저수지엔
몸집이 큰 거북과 오리 한쌍이 조형물로 물위에 설치되어 있었다.
거북이의 등에는 햇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다는데 가을 빛이 약해서 제대로 볼수가 없었다.
남는건 사진이라 호수와 조형물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고
버스를 타고 상천역 근처로 이동하여 함지박에서 두부요리로
회포를 풀며 얼마나 마셨던지 어질거려 2차는 가지도 못하고
슬그머니 귀가했다. 혹시 배신감을 느끼셨다면 정말 미안합니다.
첫댓글 이번 한주도 애 많이 쓰셨습니다. 신나는 주말 되세요^&^
그리하여힐링이 되셨기를소망합니다 늘건강하시고 하시는사업대박나시길 바랍니다 ~~~~
지현님 ! 실타래 풀리 듯 필력이 대단 하시네요1~~ 많이들 읽어보셨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