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영주버스정류장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http://cafe.daum.net/busmania/3Cbp/195)
2박 3일간 여정의 마지막 방점을 찍는 여행으로,
1970년대 시설을 그대로 쓰고 있는 낡은 버스터미널의 모습을 구경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7년 1월 17일, 영주터미널은 새로운 건물로 이사를 갔다.
1975년부터 사용하던 영주동 구시가지의 낡은 건물을 탈피하여,
하천 건너 2km 떨어진 가흥동으로 42년 만에 새롭게 단장을 한 것이다.
다만 시내와 다소 떨어진 외곽으로 옮기면서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다.
신시가지가 가흥동에 있지만, 정작 신시가지와도 다소 떨어진 곳에 지었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의 많은 화두가 된 영주터미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구경을 해보고자 잠시 방문해보기로 했다.
필자가 영주에 온 것은 4년 9개월 만이다.
옮기기 전의 구 영주터미널과 수몰된 평은면의 모습을 담은 이래 처음이다.
안 그래도 영동선 기차를 타보고 싶었고, 새로 옮긴 버스터미널을 담고도 싶었기에,
이번 방문은 한가득 설렘을 안은 뜻깊은 만남이었다.
두 발로 직접 밟으면서 보는 영주터미널의 첫 느낌은,
솔직히 왜 이런 곳에 버스터미널을 지었을까 싶은 생각부터 든다.
시내와 동떨어진 언덕 위에 만들어진 탓에 대부분의 시민들이 걸어서 이용할 수 없는 곳에 있다.
고속도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변명을 해도,
가흥지구 신시가지와 이곳의 접근성은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도 구 터미널 시절과 비교하면 시설은 훨씬 좋아졌다.
건물 뒤에 숲이 보이는 것이 언밸런스하기는 하지만,
깔끔한 건물과 그 앞에 펼쳐진 넓은 주차장이 시선을 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만큼 주차장 시설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웃한 안동과 매우 닮아있다.
안동터미널도 시내와 다소 떨어진 외곽에 위치하며, 넓은 부지와 주차장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건물 외관도 색상만 다르지 다소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대략적인 느낌은 안동의 축소판 같다.
터미널 건물까지의 거리는 택시 - 자동차 - 버스 순으로 가깝다.
버스에서 내리면 다소 걸어와야 하는 거리이지만, 택시 정류장은 이렇게 바로 붙어있다.
그러나 택시가 기본적으로 십수 대는 대기하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
칼치기, 2차선 하차는 기본이요 시야도 가려져 있어서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겉모습만 보고도 분위기가 안동과 닮았다고 느껴졌으나,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판박이라 할 정도로 더더욱 닮은 것 같이 보인다.
다만 인구, 수요, 배차 등의 차이로 인해 안동보다 규모는 훨씬 작다.
구 터미널에 비해 조금은 넓어진 것 같지만, 그렇다고 크게 차이가 나는 것 같진 않다.
어쩌면 최근 추세인 유리궁전식 건물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무리하게 판을 벌려 천문학적인 유지비가 나갈 이유도 없으며,
그렇다고 지나치게 좁지도 않아 사람들을 받기에 적당한 크기이니까.
영주급 되는 터미널에 딱 알맞은 공간이다.
매표소와 대기실 맞은편에는 조그마한 슈퍼 하나와 기념품 판매점이 있다.
그 흔한 프랜차이즈 하나 보이지 않는 것도 이곳의 특징인데,
애초에 계획을 잡을 때부터 현재의 수요를 바탕으로 지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인구나 버스가 늘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으므로 이러한 광경이 오래 지속될 것 같다.
신 터미널 시간표는 구 터미널 시절과 다소 차이가 있는데, 가장 큰 변화는 시간표의 배치이다.
기존에는 대구를 가장 먼저 안내했지만 지금은 서울 및 수도권을 먼저 안내하고 있다.
또한 직행 / 완행 시간표가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하나로 합쳐져 있고, (일반) 글씨로만 차이를 둔다.
우리 같은 이용객 입장에서는 다소 헷갈릴 여지가 있을 수 있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동서울(직행) 노선은 하루 30회 그대로지만,
전 차량 28인석 우등 운행을 하던 것이 우등/일반을 구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한 원주(무정차)행은 10회 → 6회, 제천(무정차)행은 5회 → 2회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에 서울경부(강남) 노선은 하루 10회에서 13회로 증가했다.
기존 노선은 출발 시간만 다소 바뀌었을 뿐이며, 단양 경유 노선이 3회 추가되었다.
이외에도 수원행 노선은 하루 12회로 변함없으며 출발 시간만 다소 변경되었다.
안산-인천행은 하루 13회 → 12회 및 출발 시간이 다소 변경되었고,
안양-부천행은 4년 전과 시간표가 완전히 똑같다. 출발 시간까지 그대로이다.
고양행은 하루 2회 → 3회로 증가했으며 아침 9:20 차가 추가되었고,
4년 전 시간표에선 보이지 않던 인천공항행 노선이 눈에 띈다.
동대구(직행) 노선은 21회에서 20회로 하나 줄었지만, 일반 노선은 4회 → 5회로 증가했다.
북대구(직행) 노선은 14회 → 11회로 세 편이 감소했고 2회 비좌석제로 운행했으나...
방문한 지 일주일 뒤인 11월 23일부터 하루 7회로 대폭 감소되었다.
대구, 안동 방면 완행의 감소가 눈에 띄는데 39회 → 24회로 크게 축소되었으며,
부산행의 비중이 늘어난 반면 의성, 군위 경유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줄어들었다.
반면에 포항행이 7회 신설된 것이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이다.
구미(직행) 노선은 6회 그대로이지만 출발 시간표가 다소 변경되었고,
울산행은 직행에서 경주 경유로 바뀌었으며 3회 → 4회로 하나 증가했다.
태백행은 6회 → 5회로 한 편성 줄었으며, 울진행은 4회 그대로지만 출발 시간이 바뀌었다.
충주-천안행 및 강릉-속초행은 4년 전과 전혀 변함없이 운행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천행 노선의 변화로, 하루 18회에서 10회로 대폭 감소했다.
그마저도 이제는 하루 7회로 감편되어 배차간격이 40~50분에서 2시간 이상까지 벌어졌다.
전반적으로 크고 작은 시간표의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도 노선의 극적인 감소였다.
김천에서도 보았던 충격적인 배차 간격이 영주에서도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 것이다.
직전에 들렸던 김천행을 포함, 대구, 원주 완행이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전에도 국도 요율이 고속도로와 비교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을 종종 했었다.
기차, 선박, 항공 등등 다른 대중교통은 급행일수록 비싸게 운영되며,
시내버스도 광역 - 좌석 - 일반 - 마을버스 순으로 요금이 차등 운영되면서,
유독 시외버스만 유류비 문제를 들먹이며 완행을 급행보다 비싸게 받는 비효율을 지적했다.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이 문제는 현실이 되었다.
비싼 시외버스보다 자가용을 끄는 게 오히려 돈이 절약되는 케이스가 많아지면서,
많은 수요가 자가용으로 빠지고 결국 배차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된 것이다.
당장 11월 23일 시간표 개편도 북대구행을 제외하면 전부 완행이다.
영주처럼 장거리 수요가 많은 터미널은 큰 타격이 없겠지만,
김천처럼 완행에 의존하는 노선은 치명적인 운영 악화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할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버스만 없앤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텐데.
추가로 대구 방면 노선에서도 동대구/북대구의 벌어지는 배차가 눈에 띈다.
동대구터미널이 통합 환승센터 + 상업지구로 거듭나면서,
동대구로의 수요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 시간표로 드러난 것이다.
대구북부정류장이 핵심 거점인 코리아와이드 경북, 진안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북부정류장의 입지 축소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새로 지은 승차장은 굉장히 깔끔하며, 버스가 드나들기도 무난하게 지어졌다.
언젠가부터 코리아와이드 브랜드로 바뀐 진안, 경북 및 KD그룹이 이 터미널의 주축인 것도 변함없다.
너무도 바뀐 모습이 적응이 잘 안돼 다소 어색하다.
김천과는 다르게 이곳은 제법 활기가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아주 승객이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사람 많은 시간대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지금 한창 중앙선 철도가 허리를 쭉쭉 펴는 개량 공사를 하고 있는데,
공사가 끝나면 영주에서 청량리까지 2시간 이내로 시간이 단축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여기는 어떠한 변화를 맞게 될까 궁금해진다.
영주터미널이 너무 먼 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영주역보다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편리하게 시설은 바뀌었지만 시민들이 이용하기는 다소 불편해진 현재,
순조로운 새출발을 보였지만 급변하는 시간을 어떻게 따라갈지 앞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첫댓글 잘보앗어요
고생하셧습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항상 기행기 잘보고 있습니다^^
딴지는 아니고 "기차 선박 항공등등 다른 대중교통은 완행이 급행보다 비싸게 운영하며" 이부분은 "급행이 완행보다 비싸게"로 바뀌어야 되지 않나요???
작은 실수가 있었네요. 지적 고맙습니다. ^^
@Maximum 별 말씀을요~~
항상 좋은글 기다리면서 잘보고 있습니다. ^^
경북 내륙지역이 대중교통으로만 다니기에는 빠듯한 곳인데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혹시 영주터미널도 사업자가 KD인지 궁금합니다. 안동 신터미널은 KD가 운영을 하고 있는데 터미널의 여러부분이 비슷하다면 영주도 KD가 사업권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중앙선이 개량을 마치고 영업속도가 올라가게 되면 서울권 노선들은 아무래도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서울-천안 구간처럼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곳이면 모르겠으나 영주 정도의 규모면 그런 수요를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겠고요. 좋은 글 늘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KD그룹이 아닌 민자로 운영된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어디에서 운영하는지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중앙선이 절반만 개량된 지금도 영주역과 영주터미널 모두 하루 1,700여 명 정도로 이용객 수가 비슷한데, 완전 개량되면 영주역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영주터미널 전경을보니, 마치 휴게소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잘 보고갑니다.
그러고 보니 휴게소 분위기도 느껴지는군요 ^^
제게는 미지의 곳이네요.
마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
덕분에 잘 알게 되었군요.
감사드려요.
갈 일이 생기신다면 한 번쯤 가봐도 괜찮은 곳 같습니다~
3~4년전쯤 버스 여행차 들렀을때
울진행 버스를 타려고 승차장에서 기다리는데
터미널관계자분이 오시더니 울진행 손님들
밖으로 나오라고 해서
터미널 입구 대로변에서 탔던 기억이 납니다.
진짜 70년대 낙후된 건물이었는데
신터미널로 옮겼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니 아쉽네요.
늘 좋은글 사진 잘보구 있어요^^
정말정말 낙후된 건물이었는데 시설은 굉장히 좋아졌더군요. 위치 때문인지 주변에 걷는 사람은 안 보였고, 대신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이나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많이 봤습니다 ㅎㅎ
도심에서 떨어진 영주 신 터미널, 좁고 오래된 구 터미널에 비하면 넓고 쾌적해 보입니다.
여행기 즐겁게 잘 보고 갑니다.
신 터미널도 그렇게 넓지는 않은데, 구 터미널 사진을 비교해보니 새삼 넓어진 게 실감이 나더군요.
영주라는 도시 자체가 기존 터미널이 있던 구도심은 자꾸 쇠퇴하는 반면 현 터미널이 위치한 가흥동 택지지구 일대가 새로 개발되어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진 않습니다. 택시로 3천원 정도면 택지지구에서 가니까요. 기존 구도심도 비싸봤자 5천원 정도면 닿을 수 있고요. 그래도 영주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터라 노선 감편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던 거 같습니다. 지적하셨다시피 국도 운임에 따른 피해를 보는 곳 또한 영주인데요, 인접 도시 안동까지 버스비가 5천원이 넘는데 무궁화호는 2600원이면 갑니다.
터미널을 이전하면서 폐쇄되었던 꽃동산로터리 시외버스정류소가 얼마전부터 다시 운영된다는 소식도 들리네요~
시내에서 아주 먼거리는 아니지만 문전 접근성이라는 요소를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저도 택시, 버스를 이용해서 터미널을 오갔고 연계가 꽤 잘 되어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대규모 주거지라던가 번화가를 걸어서 갈 수 있다는 메리트가 사라졌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에서 글을 썼습니다. 국도 운임이 너무 비싸서 그런지 최근 몇 년간은 무궁화호 같은 기차에 밀리는 현상이 종종 보이곤 합니다. 꽃동산정류소는 잠깐 지나쳤는데, 거기서도 버스를 한 번 이용해보고 싶네요~
@Maximum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과거 꽃동산 정류소는 불친절한 매표원과 이상한 글귀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별로 이용하고 싶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카드 결제도 안 되고 현금영수증을 해 달라 하면 해 주긴 해 주는데 신경질적으로 해 주던 터라 영주 시민들도 이용하기를 꺼리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저희 이모가 살고 계시는 영주네요..지금은 승용차로 영주를 가고 하지만..어릴적 버스타고 오고 가고 했던 생각이 나네요..터미널 옮긴 뒤로 한번도 가보지를 못했는데..담에 영주를 방문하게 되면 현재 터미널을 한번 가봐야겠네요..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감기 조심하세요^^
승용차로는 느끼지 못하는 버스만의 따뜻한 감성이 있지요... 한 번 타고 가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내 아픈 사랑님도 추운 겨울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
알찬 정보와 좋은 사진들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주종합터미널 : https://yeongjuterminal.modoo.at/
재밌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혹여나 민폐가 되지 않았나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