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32 < 거창 황산전통한옥마을 –Y자형 출렁다리--합천 해인사--가조온천>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로 4월과 5월을 꼽고 싶다. 춥지도 덥지도 않으며 꽃과 풀이 돋는 모양을 관찰할 수 있으며 함께 부빌 수 있어서 좋다. 6월로 접어들면서 한여름 기온을 따라가는 날씨에 여행을 떠나는 시작은 부담스럽지만 막상 운전석에 착석하여 시동을 거는 순간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생각하면서 살아 펄펄 뛰는 생동감으로 설렌다. 오늘은 경남 거창 투어를 계획하고 나섰다. 개통하기 전부터 계획했던 거창 Y자형 출렁다리를 목적지로 하였으며 남편과 동행하는 길이라서 평소에 관심 있어 하는 전통한옥마을에 잠깐 들러보고자 황산전통한옥마을을 경유지로 택한 것이다. 여행 때마다 애써 유적지를 한두 곳 경유하는 까닭은 그곳에 담긴 이야기와 장소가 인위적 꾸밈없이 친근하게 다가와 신비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역사가 오래된 곳일수록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후미진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곳 황산전통한옥마을은 거창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는 수승대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어서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기 좋을 듯하였다.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이곳 황산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7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조선 중종 35년(1540년)에 요수 신권 선생이 은거하며 후학을 양성한 것을 시작으로 거창 신 씨의 집성촌이 된 황산전통한옥마을은 후손들에게 남겨주고자 등록문화재로 등재하여 보존되어 관리하고 있다 한다. 한편 거창 신씨의 집성촌인 황산한옥마을의 담장은 전통가옥과 함께 어우러져 고즈넉한 느낌이었으나 마을 입구부터 마을 전체를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다 보니 담장 길은 전통가옥과 함께 어우러져 고즈넉한 느낌이며 실제 주민들이 살고 계셔서 가옥의 몸통은 잘 보존되어 있으나 아무래도 농촌의 정서이다 보니 마당이랄지 주변은 거의 텃밭으로 전략하여 아기자기한 전통 한옥풍경으로는 아쉬운 분분이 있었다. 특별한 것은 요즘 길가다가도 만날 수 있는 개가 없어서 집집마다 대문을 열어두었으나 개 짖는 소리가 없으니 개인적으로는 편안하고 좋았다. 그렇게 반나절을 황산전통한옥마을에서 노는 둥 마는 둥 바로 앞에 위치한 수승대로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수승대는 마음속에 근심이거나 걱정을 이곳에 오면 잊어버릴 만큼 흐르는 물과 바위와 주위의 산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라는데 애당초 계획에 없었기도 하였으며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자니 너무 멀리 와있어서 수승대 입구에서 휘 둘러보고 다시 Y자형 출렁다리로 향했다. 수승대 출렁다리가 덕유산 쪽이었다면 Y자형 출렁다리는 동쪽 가야산 쪽이다. 해발 1,046미터인 산 중간쯤인 해발 620m에 설치돼 있으며 지상 높이로는 60m, 총 길이는 109m이다. 국내 최초의 특수 공법인 와이어를 연결한 현수교 형식으로 세 개의 다리를 Y자 모양으로 설치하였는데 깎아지른 협곡을 세 방향으로 연결한 국내 유일의 산악 보도교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은 개인 자가용으로 주차장까지 갈 수 있으나 주말에는 면의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셔틀버스를 타는 주차장에서 출렁다리 입장권을 발매하는데 어르신은 무료로 경로우대이며 일반인은 3,000원을 받고 2,000원의 거창사랑 상품권을 주셨다. 이렇게 지역 상품권으로 돌려받으면 참으로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출렁다리를 향해 셔틀버스에 탑승하였다. Y자형 출렁다리까지는 576개의 계단이 있었다. 듬성듬성 계단 아래쪽에 삶의 지침이 되는 문구들이 있어서 읽으며 오르는 것도 좋았다. 어르신들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은 내 몸을 체크하면서 출렁다리까지 오르는데 한 계단 오를 때마다 힘들고 지친 몸을 좋은 문장을 읽으며 일상의 곳곳에 삶의 스승들이 참 많다는 생각도 해본다. 힘겹게 올라와 Y자형 가운데 서 있다. 우두산의 빼어난 풍광과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공중에 떠 있는 듯, 내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듯, 이래서 어디든 멀다하지 않고 달려오는 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거창이라는 곳이 아늑하며 매력이 있고 볼거리가 많은 관광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셔틀버스로 내려와 이 지역에 온천지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가조온천으로 향하는 길에 자꾸 해인사의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또다시 욕심을 부려본다. 우리는 뜻밖의 해인사로 발길을 향했다. 이렇게 달리면서 거창에서 합천 해인사가 가깝다는 것도 알았다. 혼자거나 편안한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 이런 맛 아니던가? 갑자기 어디로 튈지 몰라도 가는 곳이 목적지가 되는 매력이 있다. 낮이 길어서 시간은 두고라도 해는 중천에 있다. 그렇게 해인사에 들어선 순간 이 곳에 오길 잘했다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 가야산과 해인사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숲은 숲대로 사찰은 사찰대로 특히 용오름처럼 솟는 거목의 소나무들이 일품이었다. 특히 깊은 계곡과 자연석의 어울림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에 너무 멀리 와서 살짝 지칠 수 있는 경로였지만 참으로 만족할만한 여행이었다. 또한 해인사에서 내려와 집으로 향해도 될 시간이었건만 애당초 계획했던 가조온천으로 향했다. 마치 해인사에서 출발하여 광주대구 고속도로 광주방향으로 24km만 달리면 가조IC가 있으며 약 2km 떨어진 곳에 온천이 있으니 잠깐 들러서 피로를 풀고 오기에 좋았다. 계획대로 또 욕심대로 오랜만에 유명 온천에서 한 시간여 쉬어올 수 있었으니 최고의 여행이었다. 아무리 낮이 길다 하여도 이렇게 많은 볼거리와 생각과 몸으로 즐긴 하루는 기어이 뉘엿뉘엿 해는 지고 둥지 찾아 들어오니 겨울밤 같으면 한밤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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