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커피에 관한 이야기들을 올리겠습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경험한 것들, 그리고 마시면서 느낀 것들, 그리고 얻은 것들입니다. 일반 상식처럼 흔히 알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섞일 것입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잘 알고 있는 커피 매니악이 있을 수도 있고 전문가가 계실 수도 있습니다. 읽다가 틀린 점 빠뜨린 점 있으면 충고를 부탁합니다.
사실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혹은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잘못 되어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에 제가 아는 것을 나누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습니다. 얼핏 생각해도 분량이 대단히 많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정리하지요.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 판매하는 이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향 커피 판매가 95%이상을 차지하고 있지요.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향커피 그 중에서도 헤이즐넛을 좋아합니다. 커피 전문점에 가면 으레 느껴지는 향취가 바로 헤이즐넛향입니다.
물론 매니악들이 순례하고 인정하는 전문점은 빼겠습니다. 그런 전문점은 대부분 수제 커피를 사용하거나 혹은 그 질을 인정받은 커피를 블렌딩해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수제커피란 직접 볶은 커피를 뜻합니다.
아, 말이 나온 김에 용어를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겠군요. 커피 세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들입니다.
블렌딩부터 시작할까요.
블렌딩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blending으로 융합, 혼합, 조합이라고 나옵니다. 그 뜻대로 섞은 커피입니다. 여러 가지 원두를 섞어서 만들어낸 커피지요. 왜 한가지 원두로 하지 않고 여러 가지 원두를 섞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한 종류의 원두만 가지고 맛을 추출해낸 커피를 단종 커피(straight coffee, origin coffee), 혹은 레귤러 커피라고 부릅니다. 한 원두가 가진 맛은 각기 다릅니다. 따라서 좋은 커피의 맛을 뽑아내기 위해서 여러 종류를 가게 나름대로 섞어서 커피를 추출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가 있고 맛을 더 좋게 하려는 이유가 있고..
그러므로 각 카페 혹은 전문점에서 내놓은 커피를 브랜드 커피라 이름하지요. 이때의 브랜드는 Brand입니다. 상표, 특정 상품이란 뜻을 가지고 있지요. 따라서 브랜드 커피란 각 커피점에서 직접 볶거나 혹은 볶은 커피를 사다가 나름대로 블렌딩해서 만들어낸 커피라고 보시면 됩니다. ( 제가 블렌딩한 커피는 tinkle 표 커피가 됩니다. 정가네님이 블렌딩하면 정가네표 커피가 됩니다. )
가게마다 자랑스러워하는 커피가 있습니다. 혹은 자신들이 블렌딩해서 내놓은 커피로 맛있고 싸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우리집 상품이란 뜻이지요.
이 정도면 블렌드와 브랜드를 이해하셨을 겁니다. 이제 헤이즐넛으로 넘어갑니다.
저도 예전에는 헤이즐넛 대단히 좋아했었지요. 한동안 헤이즐넛 커피 아니면 마시지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몇 년 전에 그랬단 이야기지요. 지금도 헤이즐넛향 원두가 있지만 찬장에서 그저 세월만 묵히고 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회사 제품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원두 아닌 인스턴트 헤이즐넛도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산은 없고 모두 외국산이었지요. 제가 처음 헤이즐넛을 대한 것은 테이스터스(Taster's Choice)에서 나온 인스턴트 헤이즐넛이었습니다. 그 향이 대단했지요. 아는 이가 건네준 테이스터스 헤이즐넛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가 미국에서 구해온 그 헤이즐넛을 고마운 마음으로 잘 마셨는데 다 마시고 나니 막막했습니다. 미국에서 구해오라 부탁할 사람도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가게 돌아다녀도 구할 방도도 없고 해서 이런 저런 헤이즐넛을 마셔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덕분에 많이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아, 여기서 향 커피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지요.
향 커피는 flavored coffee입니다. 말 그대로 향을 입힌 커피지요.
향 커피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상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향 커피로 헤이즐넛, 아이리쉬, 초콜렛, 바닐라등등이 있지요. 이들 향커피는 원래 원두의 향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서 원두에 인공향을 입힌 것이지요. 이때 원두는 볶은 지 1년 이상이 된 것을 사용합니다.
왜 1년 이상이라고 못박을까요.
금방 볶은 커피에는 향을 입힐 수 없을까요?
그렇습니다. 원래 커피 향은 대단히 진합니다. 금방 볶아 낸 커피라면 그 향이 집안에 진동하지요. 사람에 따라서는 머리가 아프다고 할 정도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신선한 커피에 향을 입히면 그 향은 살아나지 못합니다. 서로가 어울려서 향취가 아닌 악취가 날지도 모르지요. 원래 향 커피란 오래 묵은 원두를 재활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볶은 지 오래 되어 버릴 수밖에 없는 원두를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하다가 만든 것이라고 하니까요.
그럼 향은 모두 인공향이냐구요. 물론 천연향을 사용한 향커피도 있습니다. 오렌지나 다른 향이 강한 과일향을 입힐 수 있지요. 그러나 천연향은 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따라서 그 향커피는 비쌀 수밖에 없겠지요. 게다가 천연향은 쉽게 날아가지 않나요. 이런 이유들로 인해 천연향 커피는 경제적이지 못하므로 쉽게 대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집에서 만들 수야 있지요. 마음이 내킨다면 만들어보세요. 묵은 원두와 과일을 사용해서요.
그럼 우리가 대단히 좋아하는 헤이즐넛이란 무엇일까요.
hazelnut은 우리말로 개암입니다. 개암이라.....도깨비 이야기에 나오지요. 욕심 많은 형과 아우이야기..개암을 딱 깨물었더니 도깨비가 도망갔다는 이야기..
굳이 개암을 들먹인 이유는 구수한 그 향을 연상하라는 의미지요. 개암은 제과 제빵재료로도 많이 사용합니다.
사실은 개암향 커피보다는 헤이즐넛 향 커피가 어쩐지 좀 더 세련되어 보이지 않으세요? 어감이라는 것이 실로 미묘하지요.
헤이즐넛향 커피가 우리나라에서 그토록 많이 팔리는 이유는 그 향 때문이기도 하고 그 어감도 만만찮은 몫을 한다고 봐야지요. 아이리쉬향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쩐히 화려해 보이지 않나요? 그 어감상..
헤이즐넛향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젊은 여성이 대부분입니다. 20대에서 30대에 걸치는 젊은 여성들.. 심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한 대목이지요.
원래 향커피를 즐겨마시는 이들은 여성들이 많습니다. 반드시 여성은 아니더라도 이들 향커피를 즐기는 이들은 20에서 50대로 진짜 커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설탕과 크림은 싫어하지만 부드러운 커피를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이지요. 설탕과 크림을 왜 싫어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이제 별 의미는 없지만 제 경험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테이스터스 초이스의 인스턴트 헤이즐넛에 반해서 헤이즐넛향 커피만 찾게 된 저는 거의 모든 회사에서 나오는 헤이즐넛향 커피를 다 마셔보았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가게에서 구할 수 있는 커피지요. 그 결과 회사마다 향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역한 향도 있었습니다.(역시 이름만 대면 알 유명회사인 맥XX회사 제품입니다. 이름하여 향 원두 분쇄커피, 그리고 뻔뻔스럽게도 premium이랍니다.)혹시 해서 바꾸어보았지만 마찬가지 향이더군요. 그런 커피를 팔다니..그 커피 지금도 냉장고에서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누구 원하는 분 계시면 봉지채로 뜯지도 않은 것 드릴 수도 있습니다만......그런 연유로 해서 대체 왜 이렇게 회사마다 향이 다를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공부하다가 알아낸 게 인공향이라 그렇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반해서 마시던 헤이즐넛향 커피를 언제부터 역하다고 느끼게 되었지요. 지금 헤이즐넛과 그냥 커피를 섞는다면 틀림없이 알아차리겠지요. 물론 괜찮은 헤이즐넛 향 커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향은 아무래도 커피가 지닌 순수한 향만 못하더군요.
커피는 본인이 좋아하면 좋은 것입니다. 내가 느끼는 맛은 나만이 알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 좋다 나쁘다 평을 하더라도 그에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음료가 그렇듯이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커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드세요. 그것이 최고입니다.
첫댓글 옷! 이 이야기는 뭐라 하지요? 삶속에 들어갑니까? 바람 한 점?
이제 커피 공부까지 해야하는구나...난 정가네 커피가 좋은데...
치 아직 끝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공부는 제가 하지 선생님하시는 거 아니잖아요. 흥! 전 영원한 학생! 정 선생님은 영원한 샘님! (고로 노XX)
커피 공부하지 마세요. 절대로 하지 마세요. 그냥 보고 넘기세요. 즐기기만 하세요.
지난해까지 허구헌날 퍼질러 앉아있던 사이트가 있었거든요? 거기서 제 필명이 커피였구요. ^^ 그래 커피 커피 하면 아직두 저를 부르는 듯만 싶어 쓰윽 뒤돌아보게되는 2: 2: 2 양수리식 커피마니아 데이지.
커피 향내음을 다시 맛봅니다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뽑아 그 향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팅클님 참으로 섬세하셔라..블렌딩, 향커피, 브랜드등등의 정확한 뜻을 알게되었읍니다. 전 개인적으로 향이 너무 진한 커피는 싫어요. 그저 밥처럼 물처럼 순한 맛이 좋아요^^^
우리집에 포장도 뜯지 않은 커피 박스가 있는데 팅클님 옆에 계시면 갖다줄텐데 아깝당(주인을 잘못 찾아온 커피가 진랑이 옆에서 울고 있음)
워낙 박학다식하야 학생이라고 몬하것다 ^-^
우이 씨..박학이라는 다식도 있어요? 맛나겠당. 심술장이 스승님, 혼자 다아 드시지 말고 나눠주세요.
어, 커피에도 다식이 필요한감? 녹차 마실 때나 다식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