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라 검은 1004섬. 흑산도 12굽이길
머릿속 어지러운 것들을 씻어내고 싶다면 그리운 섬 흑산도를 찾으라. 열두굽이길을 흥겨운 아리랑 가락에 맞춰 전망대에 올라보라. 먹물로 점을 찍어놓은 듯 점점이 떠 있는 섬 풍경을 바라보면 박하사탕을 깨문 듯 청량해진다.
흑산도는 나무가 빼곡해 멀리서 봤을 때 검게 보여 흑산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백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등 95%가 상록활엽수이기에 겨울에도 나뭇잎이 붙어 있어 연중 푸름을 과시하는데 푸른 것이 먼발치에서 보면 검게 보인다고 한다.
흑산도는 유인도가 11개, 무인도가 285개 열도로 섬 주민만 4300명에 달한다. 예리항에서 진리마을로 향하다보며 흑산 중학교가 반긴다. 기숙사가 학교 건물보다 더 큰 것이 특이한데 흑산도 전역은 물론 홍도, 가거도, 만재도, 상하태도 등 인근 섬 아이들이 흑산도로 유학을 온다. 각 섬의 대표자격으로 올림픽 메달경쟁을 하듯 치열하게 공부한단다. 현재 학생수는 16명 그만큼 인구가 줄어들었다.
진리마을 안쪽 흑산 초등학교는 한때 16개의 분교를 가진 공룡학교(?)로 교장이 각 섬의 분교만 순례를 해도 한 달은 족히 걸렸다고 하는데 7-80년대 당시 진리초등학교 학생수는 1천에 육박했다고 한다. 지금은 26명.
아 옛날이여
흑산천주교회는 1950년에 외국 신부님이 오셔서 건물을 세우고 경제적 도움을 줘 흑산도에는 천주교인이 많다고 한다. 정약전이 천주교를 믿었다고 대역죄인으로 귀양온 흑산도에 있는 성당이라 의미있겠다. 내부에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다. 지금은 흑산문화관광호텔을 인수해 천주교 피정의 집으로 거듭났다. 객실에서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힐링
진리마을 입구에는 팽나무 2그루가 수호신처럼 서 있다. 뚱뚱한 것이 남자, 날씬한 것이 여자. 둘이 열렬한 사랑을 아직도 이어졌는지 숫컷 가지가 암컷의 궁을 파 붙어 있다. 자연의 순리가 참 오묘하다.
둥그런 곡선을 그린 진리해수욕장을 지나면 섬사람들의 민간신앙의 공간인 진리당이 나온다. '흑산의 본당'이라고 부를 정도로 권위 있는 당집으로 용왕굿을 통해 뱃길의 무사 항해와 풍어를 기원하고 있다. 일명 신들의 정원으로 솔숲이 끝내준다. 전설의 고향에 등장하기도 했다.
진리당을 빠져나와 해안길을 따라 걸으면 ‘한국의 알카트라즈’라고 불리는 옥섬이 나온다. 조선시대 수군진이 설치되었을 때 감옥으로 활용했던 섬으로 지금은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옥처럼 예쁜 섬이 아니라 감옥처럼 무시무시한 곳.
상라고갯길 오르기 전에 제법 너른 곳에 무심사터가 나온다. 화사창을 잃어버린 석등과 오래된 삼층석탑이 폐사지를 지키고 있었다. 선종계열의 절집이라는데 無心이란 이름이 참 좋다. 그곳을 지나면 빼곡한 동백숲이 이어진다.
아이의 머리통 굵기의 동백나무, 후박나무, 너도밤나무 등 남방의 식물들이 머리털마냥 촘촘하게 박혀 있다. 굽이굽이 열두 굽이, 상라리 고개를 올라갔다. 아마 민요 '아리랑'을 길로 표현하면 이런 굽이길이 아닐까 싶다. 전망대에 오르면 예리항과 동서로 점을 찍어놓은 듯한 열도가 보인다. 출어기가 되면 1천척의 배가 불야성을 이룬다고 한다. 고갯마루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노래비인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서 있다. 바다를 굽어보며 이미자의 구성진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미자의 핸드프린팅도 볼 수 있으며 자동차가 지나가면 센서가 달려 있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전망대에서는 홍도가 한눈에 모인다. 노을이 지면 왜 紅島인지 알 것이다.
그 아래 ‘세계에서 2번째로 전망 좋은 화장실’도 볼만하다. 자연을 해치지 않기 위해 지하에 푹 파묻혀 있는 것이 이채로운데 남성들은 서서 쉬야를 하면 장도는 물론 홍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그럼 세계에서 첫 번째 전망 좋은 화장실은 어디인가?
전망대 건너편은 고려 때 외적방어를 위해 세운 상라산성과 봉수대가 서 있다. 도보로 5분 정도, 성의 모습이 반월 모양이라 반월성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흑산도는 해상왕 장보고가 당나라와 무역시 전초기지였다고 한다. 왜적출몰을 감시하기 위해 성을 조성. 길이는 280미터 정도 된다. 이곳 전망대는 역시 장쾌한 풍경이 일품
봉수대는 삼면의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여서 홍도는 물론 서남단 끝섬인 가거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다도해로 솟아오르는 장엄한 일출과 장도로 떨어지는 일몰이 남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장도는 산 정상(해발 200미터)에 습지가 조성되어 있다. 물이 맑아 지금도 그 습지에서 내려오는 물을 식수로 삼는다고 한다. 조금 더 가면 지도바위. 바위 구멍이 대한민국 지도처럼 뻥 뚫려 있다. 왼쪽으로 몸을 조금씩 움직이면 한반도의 땅덩어리가 넓어져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 다음르호 400미터 하늘도로가 열린다. 다리 아래는 기둥이 없어 길이 하늘에 붕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암반을 발파해 길을 내면 인근 양식장의 피해가 우려되어 H빔을 받치고 옹벽을 설치했다고 한다.
흑산도의 서쪽면은 급경사 절벽이기에 보기만 해도 움찔하다. 섬 일주도로는 25.4km 워낙 절벽이 많아 공사에 애를 먹었는데 1984년 착공해 무려 27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운암산 깊은 골짜기 아래 자리한 심리(深里)마을은 하트모양의 포구가 예쁘며 물색은 코발트빛이다. 이곳에 유배오고 싶을 정도
70년대 육영수 여사가 심리초등학교 학생들은 청와대에 초청했다고 한다. 그 사진이 걸려 있는데 사진 속의 아이는 지금 70대 노인이 되었을 거다. 심리마을은 일몰명소. 바다속으로 해가 풍덩
아이들 보고 소원이 뭐냐고 했더니
“기차가 보고 싶어요”
그랬더니 기차를 군함에 실려 보냈다. 좋은 관광자원이 될텐데~~아쉽게도 소금바람에 훼손되어 없앴다고 한다.
심리에서 사리마을까지 흑산도에서 가장 사납고 경사가 깊은 고개가 가로막는다. 정상에는 멋진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살아있다면 정이품송쯤 되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고사.
사리마을은 손암 정약전 선생이 유배지로 후학을 지도했던 사촌서당을 복원해 놓았다. 이곳에서 15년간 유배 생활을 하면서 어류 백과사전인 자산어보(慈山漁譜)를 저술했다. 慈山은 흑산(黑山)을 뜻함
다른 유배인과는 달리 정약전은 지역 주민들과 친분이 두터웠으며, 장창대를 비롯한 주민들이 도움을 받았기에 어족 백과사전을 저술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산이 풀려나서 이 먼 섬까지 올 것 같아 동생의 고생으로 덜어주고자 우이도로 건너갔는데 동생도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북쪽을 바라보며 다산을 생각하는 마음이 엿보이낟.
흑산도 물고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자산어보원이 있으며 그 아래에 유배문화공원이 있다. 흑산도에만 130여 명이, 그러니까 제주, 거제, 진도 다음으로 많은 유배인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사리 해안가는 일곱 개의 바위가 포구를 감싸고 있어 풍랑을 온몸으로 막고 있다. 그 경치가 기가 막힌데 갯바위에는 얼마나 많은 물고기가 유영했겠는가
강원도 산촌처럼 숲이 울창한 소사리를 지나면 자갈과 고운 모래가 일품인 샛개해수욕장이 나온다. 천촌마을에는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되자 도끼를 메고 상소를 올렸던 면암 최익현 선생의 유허비가 서 있다.
일명 '거시기 바위'로 통하는 구문여는 거센 파도가 칠 때 구멍사이로 물줄기가 뿜어 나오면 장관이란다.
아침 7 쯤이면 홍어잡이 배가 속속들이 항구로 몰려든다. 생생한 홍어경매현장은 흑산도 아니면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니 아침에 산책 삼아 포구를 둘러보면 좋을 듯싶다.
드디어 흑산도도 공항건설이 확정되었다. 위치는 예리 고래공원 뒤쪽 대봉산 아래다. 지금은 서울에서 ktx타고 3시간에 걸쳐 목포까지 와서 다시 2시간 배를 타야 흑산항에 닿는다. 하여 흑산도는 해외여행 가는 것보다 더 힘들지도 모른다.
이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가 뜨면 1시간이면 흑산도에 닿게 된다. 흑산도가 거점 섬이 되어 근처 홍도는 물론 가거도, 만재도까지 서남단 르네상스를 열길 바란다. 뱃시간이 남으면 새우, 쥐포, 젓갈을 파는 난전을 둘러봐도 좋고 자산문화도서관에 가면 흑산도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고래뼈를 볼 수 있다.
여행팁
목포에서 흑산도는 목포여객터미널에서 하루 4편 쾌속선이 운행하며 2시간이 소요된다. 가보고 싶은 섬 사이트에서 예약이 가능하다.
홍도1박 ,흑산도 1박 등 2박 3일 코스를 추천한다. 홍도, 흑산도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섬일주버스를 이용하면 버스 기사의 설명을 들으며 흑산도를 둘러볼 수 있다. 택시는 2시간에 10만원
삭힌 홍어보다는 생홍어가 맛나는데 한접시 5만원, 찹쌀떡처럼 쫄깃하다. 홍어애는 부드럽고 감칠맛이 나는데 참기름 소금장을 찍어 먹는다. 자연산 광어회도 입에서 녹는다. 데친 문어와 장어탕수도 먹을만 하다. 싱글벙글 횟집 010-9941-5529
백반정식은 1만2천원, 멸치, 미역, 게장, 새우, 시금치 등 섬에서 나는 나물과 젓갈이 반찬으로 나온다. 특히 우럭 구가이 일품이다. 서해식당 010-9222-7091
#신안군 #흑산도 #흑산도관광버스 #홍어 #생홍어
첫댓글 한국 대표적인 섬 흑산도 홍도, 하태도 가거도 등 두루 가보고 싶으며 어제 시험마치고 싶어요...감사합니다...
42년전 흑산도에서 해군으로 2년간근무했었고 그땐기차도 전시되어있었는데 많이변했네요...사진감상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