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인데 3일 끝날 정읍 마라톤을 신청했다.
산으로 떠나는 것보다 한강이랑도 하루는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다음날 일찍 달리기 하러 가도 좋겠다고 계획한다.
지난 추석 때 아버지 성묘 후
집으로 오는 길에 호계에서 물놀이 했던 것이 생각난 한강이가
그 댐 잘 있을까며 할머니한테 가자 한다.
우치공원에 가지 않음을 천만다행으로 여기며
자전거를 차에 싣고, 둘이서 마륜으로 향한다.
화순읍에 들러 돈을 조금 찾고
가게에서 우리가 먹을 과자와 음료수를 산다.
사평에 들러 기정떡을 한 상자 산다.
마당을 콩과 고추와 호박 등이 덮었다.
비료 한포대를 어머니가 장동아짐 집에서 업고 와
차 뒤에 두신다. 문용씨가 트랙터로 마늘밭을 갈아준다고
얼른 가서 거름을 내야 한댄다.
곤자리 잡는 농약과 성장 촉진제와 삽과
구멍뚫린 비닐을 차에 싣는다.
어머니는 떡 하나 드시고, 바깥사돈에게 줄 떡과 소주를 바케스에 넣고 나가신다.
나 온다고 미리 해 놓은 밥이 취사를 누르지 않아 물이 그대로 있은 채다.
한강이랑 둘이서 밥을 먹고
차를 끌고 밭으로 간다.
사돈 어르신은 발때지게질을 하고, 난 저 멀리 들판과 바다가 좋아 사진을 찍는다.
익은 노란 감과 주렁주렁 열린 참다래도 찍는다.
한강이는 차에서 논다.

조그만 밭에 옮겨놓은 거름을 삽으로 흩뿌린다.
한참후 한강이가 동참한다.
그가 묻는 연장 중에 포크는 음식먹는데도 사용하는 지라
설명이 쉽다. 쇠스랑은 찍어내고, 삽은 흙을 파고---
다 낡은 삽으로 한강이도 거름을 허친다.
그의 신발엔 물기머금은 거름에 더러워지고 어머니는 그만 두라고 하신다.

몇 개 남은 감을 따고 익은 호박과 풋호박을 딴다.
하천양반 부부가 지나다가 밭가에 앉으신다.
떡과 술을 드시며, 자식 이야기 동네 선생님들 이야기와 아버지 이야기를 한다.
난 몇 번 대답을 하다 거름을 깔다 한다.

아직도 파란 늦콩을 차의 뒷칸과 뒷좌석까지 실고
내려온다. 거름을 다 까지도 않았다.
여러군데 도시에 사는 자식들의 차가 있다.
회관 앞에 오니 벌교 광훈이네가 온다.
재균에게 자전거 자랑을 하며 노는 한강이는 자고 가자고 한다.
난 방에 들어가 텔리비전을 켜 놓고 낮잠을 자고
한참 후 선아가 잘라놓은 익은 호박과 풋호박 파란 고추
은하 온다고 담아놓은 게장을 덜어담은 그릇을 실고 떠난다.
들판이 황금색이다. 한강이가 벌교 쪽으로 가잔다.
창욱이 묘지가 지나가는 나를 쳐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