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퍼펙트 데이즈>
‘완벽한 날’은 무엇일까? 명예·돈·권력과 같은 세속적 욕망이 실현되는 날일까? 특별한 경험과 짜릿한 만남이 추억으로 남는 날일까? 아니면 삶의 근본적 변화를 생기게 하는 변곡점적 충격과 조우하는 날일까? 영화 <페펙트 데이즈>는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것 하나 없지만 일상의 평범한 반복적 삶에서 ‘완벽한 날’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삶은 때론 지루하고 똑같은 일의 반복일 수 있지만, 그것을 성실하게 추구하고 최선의 책임을 다하는 행동 속에서 완벽한 하루를 창출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영화 속 장년의 남자는 공중화장실 청소부로 일한다. 영화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그의 일상을 보여준다. 새벽 일찍 일어나 면도와 세면을 하고 커피로 정신을 일깨운 후, 차를 타고 오래된 팝송을 들으며 일터로 이동한다. 자신에게 배당된 화장실을 정성스럽게 청소한 후 노동의 피로를 목욕과 가벼운 술로 마무리하고 가끔 낡은 책방에 들려 책을 구입한 후 집으로 돌아온 후 잠자기 전에 읽는다. 그것이 남자의 일상이다. 그것은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그는 매일같이 새로운 느낌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하루를 시작한다. 그에게 특별한 취미가 있다면 점심시간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숲 속의 나무와 그 사이에서 비치는 햇빛을 촬영하는 것이다. 그것은 찰나의 태양이 지닌 현재적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의 삶은 아주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은 평화로움과 일치한다.
일상의 반복 속에서 진행되던 일과는 약간의 일탈과 만나게 된다. 여동생의 딸인 조카가 엄마와 싸우고 삼촌의 집으로 온 것이다. 며칠간의 동거는 그의 일상을 조금은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러한 돌출을 통해 남자의 복잡하고 힘든 과거의 상처를 막연하게나마 보여주었다. 조카를 보내고 다시 떠오르게 된 과거의 상처는 연이어 일어난 일들과 함께 그의 일상에 흠집을 내기도 하였다. 같이 일하던 젊은 동료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었고 자주 방문하던 술집의 여주인과 전남편의 아픈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평범한 삶에 작은 균열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남자의 일상과 그 속에서 만나는 일탈을 통해 남자의 성품이 드러난다. 거의 말을 하지 않는 과묵한 성격이지만 그는 괴팍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을 소유하고 있다. 젊은 동료의 푸념에 돈을 빌려주고, 화장실에서 만난 낙서에 응답해주며, 누군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불편을 감내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한 성품이 그의 일상을 고귀하게 만들어준다. 그는 도피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존중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때론 고통을 반추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그것 또한 삶의 과정에서 만나는 일상적 사건이다.
삶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여정일 뿐이다. 삶에서 이탈하지 않는 한 그는 현재의 일에 다시 열중해야 한다. 일상을 흔드는 충격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남자는 다시 새벽에 일어나 차를 타고 일을 나선다. 반복되고 지루할 수 있는 시간들이지만, 그것은 그가 살아있고 존재할 수 있는 가치를 증명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픔은 여전히 내재하고 그의 내면을 흔들겠지만 일상의 반복은 그를 다시 회복시키는 중심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완벽한 하루’는 없다. 그저 삶의 진지함을 통해 ‘지금의 삶에 충실하는’ 날들이 모여 ‘완벽한 날들(퍼펙트 데이즈)’를 만들 뿐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삶은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
첫댓글 - "삶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여정일 뿐이다. ~ ‘삶은 질문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