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 금봉화, 봉사, 지갑화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봉선화란 이름은 꽃의 생김새가 머리와 날개를 펴고 펄떡이는 봉황새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봉숭아는 단단한 것을 물렁물렁하게 하는 데 불가사의한 효력을 발휘하는 토종약초이다.
봉숭아 중에서도 흰 꽃이 피는 토종 흰 봉숭아는 요통, 불임증, 생리불순, 대하, 적취, 어혈, 신경통, 신장결석, 요도결석, 물고기 중독, 변비 등의 갖가지 질병에 놀랄 만큼 신비한 효력을 나타낸다.
이 외에도 갖가지 문명병들 곧 비만증, 과음 과식으로 생긴 병, 두통, 공해 독으로 인한 병, 체 한데, 종기, 소화기 계통의 암 등에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봉숭아 씨앗을 급성자(急性子)라고 하는데 약성이 급하여 즉시 효력이 나타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봉숭아 잎, 줄기, 뿌리, 꽃 등도 모두 씨앗과 같은 효과가 있다.
봉숭아에는 붉은 꽃이 피는 것과 노란 꽃이 피는 것, 자주색 꽃이 피는 것 등 여려 가지가 있으나 반드시 흰 꽃이 피는 토종 봉숭아만이 갖가지 난치병에 신비한 효력이 있다.
그러나 흰 꽃이 피는 봉숭아는 거의 멸종되어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마귀를 쫓는 봉숭아
기실 봉숭아는 마취가 아닌 마귀와 관계된다. 예로부터 봉숭아는 몸에 침입하는 나쁜 병기운을 막아주는 수호신이었다. 중국에서는 봉숭아가 작물을 병충해로부터 막아준다고 생각해 수박밭이나 참외밭 곳곳에 봉숭아를 심었다고 한다. 평안도 지방에서 밭둑 가에 봉숭아를 심는 풍습도 이와 관계가 있다. 또한 우리 조상들은 집안에 침범하는 악귀나 병귀를 막으려는 뜻으로 울타리 밑에 봉숭아를 심었다. 장독대에 봉숭아뿐만 아니라 분꽃 등을 심은 것도 이 꽃들이 뱀이나 해충들을 막아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꽃의 붉은 색과 향기를 해충들이 피한다는 생각이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봉숭아물은 어린아이들이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들였다고 한다. 최영전씨는 '한국의 민속식물'에서 봉숭아물 들이기가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에 아이들의 병마를 막고자하는 귀신을 쫓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썼다. 오늘날에는 여성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방편으로 여기지만, 봉숭아물 들이기는 그 출발이 예뻐지기 위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봉숭아물 들이기 풍습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치 않다. 다만 고려 후기 충선왕 때에 봉숭아물 들이기와 관련한 고사가 있고, 이 풍습이 '흰옷'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으로 여겼다는 점을 보면, 이것이 중국에서 유래됐다는 설에 약간의 의문이 든다. 충선왕은 말년에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원나라에서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맑은 가야금 소리가 나 이를 따라가 보니,앞을 못 보는 한 소녀가 피흘리는 손으로 가야금을 타고 있었다. 충선왕이 다가가 묻자, 그녀는 고국을 잊지 않으려고 봉숭아물을 들이고 있노라고 말했다. 벌써 고려시대에 봉숭아물 들이기는 우리 민족의 전통 풍습이었던 셈이다.
★ 봉숭아 씨는 딱딱한 것을 연하게 하는 작용이 강하다.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렸을 때 봉숭아 씨앗을 가루 내어 물에 타서 마시면 가시가 녹아 없어진다.
생선이나 고기를 삶을 때 흰 봉숭아 씨를 몇 개 넣고 삶으면 뼈가 물렁물렁해진다. 난산으로 고생할 때에도 씨앗 몇 개를 달여 마시면 골반 뼈가 연해져서 쉽게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된다. 봉숭아를 투골 초라고도 하는데, 이는 약효가 뼈 속까지 침투한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가시가 살갗에 박혔을 때에는 씨앗을 가루 내어 바르면 효과가 있다. 씨앗을 술에 담가 두었다가 그 술을 먹거나 바르면 효과가 더 좋다.
★ 봉숭아 씨앗이나 줄기 달인 물을 마실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절대로 이빨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봉숭아 가루나 줄기 달인 물이 이빨에 닿으면 이빨이 물렁해져 빠져 버릴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빨대를 이용하여 목안으로 바로 삼키는 게 좋다.
★ 식도암, 위암, 대장암 등 소화기 계통에 생긴 암에는 봉숭아 씨앗 30~60g을 물 한 대접에 넣고 달여 하루 두 번에 나누어 마신다.
★ 배속에 딱딱한 덩어리가 있을 때와 냉증으로 인한 불임증에는 봉숭아 줄기와 뿌리 말린 것 40g 정도를 달여서 한번에 맥주 잔으로 한잔씩 하루 세 번 빨대를 사용하여 이빨에 닿지 않게 마신다. 대개 10~15일이면 딱딱한 덩어리나 냉증이 풀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 심한 요통이나 신경통, 어혈에도 봉숭아 씨앗이나 잎을 30~40g을 달여서 하루 세 번 마신다. 대개 줄기를 달여 하루 세 번, 한 달쯤 복용하면 효과가 있다. 특히 심한 요통이 있는 불임여성은 봉숭아 줄기와 잎 달인 물을 20일쯤 마시면 요통도 없어지고 임신 가능성도 높아진다.
★ 신장결석이나 요도결석으로 통증이 심할 때에는 씨앗과 꽃을 술에 담가 두었다가 소주잔으로 한잔씩 마시면 두 시간쯤 뒤에 통증이 사라진다. 결석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0~20일이면 결석이 녹아서 뜨물처럼 되어 오줌에 섞여 나온다.
[전설]
봉선이와 봉선화
민간에 전래되는 봉선화의 유래담 중에는 봉선화란 꽃이름이 봉선이란 궁녀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것과 봉선이란 신선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백제 때의 한 여자가 선녀로부터 봉황 한 마리를 받는 꿈을 구고 딸을 낳아 봉선이라 이름지었다. 봉선이는 곱게 커서 천부적인 거문고 솜씨로 그 명성이 널리 알려져 결국에는 임금님의 앞에까지 나아가 연주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궁궐로부터 집으로 돌아온 봉선이는 갑자기 병석에 눕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님의 행차가 집앞을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봉선이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힘을 다하여 거문고를 연주하였다. 이 소리를 알아듣고 찾아간 임금님은 봉선이의 손으로부터 붉은 피가 맺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매우 애처롭게 여겨 무명천에 백반을 싸서 동여매주고 길을 떠났다. 그 뒤 봉선이는 결국 죽고 말았는데 그 무덤에서 이상스런 빨간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그 빨간 꽃으로 손톱을 물들이고, 봉선이의 넋이 화한 꽃이라고 하여 봉선화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결백한 아내의 넋
아내의 부정을 의심한 남편에 대한 항거와 결백의 표시로 자결을 하고만 여자의 넋이 봉선화로 피어났다고 한다. 봉서화 씨를 조금만 건드려도 툭튀어 나가는 것은 자신의 몸에 손대지 말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봉선화의 특징을 관찰한 사람들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어낸 것이라고 생각된다.
봉선화는 오래 전부터 우리 곁에 항상 있어 온 서민적 꽃으로, 이에 얽힌 많은 얘깃거리가 있는 식물입니다. 대부분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에게는 가을이 다가오면 손톱에 빨갛게 봉숭아물을 들이는 풍습이 있습니다. 첫눈이 내릴 때까지 봉숭아물이 남아 있으면 이듬해에는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옛부터 봉선화는 나쁜 기운을 쫓아낸다는 이유로 장독대 주변에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손톱에 물을 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홍난파의 노래 중에도 '봉선화'가 있습니다. 일제의 압박 가운데 있었던 우리 민족을 봉선화에 비유한 노래였습니다. 봉선화는 이렇듯 힘들었던 시절에도 '울 밑에서' 변함 없이 우리 곁에 있어주었던 식물입니다.
서양에는 봉선화에 얽힌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옛날 그리스의 한 여신이 억울하게 도둑 누명을 쓰고 올림푸스산에서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없었던 여신은 너무나 억울한 나머지 죽어서 봉선화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봉선화는 요즘에도 조금만 건드리면 열매를 터뜨려서 속을 뒤집어 내 보이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옛날 올림포스 궁전에서 어떤 아름다운 여신이 무언가를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결국은 심술궃은 신의 장난임이 밝혀져 혐의는 풀렸지만 결벽한 여신에게는 의심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수치.
분함과 부끄러움 때문에 자청해 '봉선화'가 되었습니다.
열매가 익으면 살짝만 만져도 씨앗이 흐트러집니다.
그것은 여신이 자기 마음을 열고 지금도 무고함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별명은 'Touch-Me-Not'.
씨앗이 날아 흩어지는 탄력에서 '튀어오르는 베티(Jumping Betty)'라는 이름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