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 교수(국민대, 코칭경영원)
안녕하세요? 고현숙입니다. 비즈니스에서 ‘가격 결정’은 수익을 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인지만, 현재의 가격이 적정한지를 근거 있게 판단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혹시 충분히 가격을 더 올릴 여지가 있는데도 낮은 가격을 매겨 이익을 스스로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면 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적정 이익을 못 내고 고민하고 있지 않나요? 오늘은 가격 결정에 있어 세계 최고의 권위자인 헤리만지몬의 책 <프라이싱>을 통해 가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가치를 창출하고 가치를 소통하라]
경영자들은 가격 인상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요곡선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줄어드는데요. 가격을 낮추면 판매가 늘지만, 반대로 올리면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가격 인하로 경쟁하면 점점 더 자주, 더 큰 폭으로 인하해야 합니다. 일례로 맥주시장에서 50% 할인 프로모션을 자주 했는데, 2년이 지나자 시장의 7할이 특가 상품만 팔게 되었습니다. 가전제품 유통업체 베스트바이도 가격 인하를 자주 했는데, 이게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지 팔린 물건의 가격만 낮췄을 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대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득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베블런이 <유한계급론>에서 가격이란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어서 심리적 효용을 제공한다고 했는데요, 그래서 비쌀수록 잘 팔리는 것을 베블린 효과라고 합니다. 수요곡선과 다르게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제품들이 있는 거죠. 벨기에 명품핸드백 델보는 브랜드를 높이려고 가격을 올렸는데요, 그러자 소비자들은 델보를 루이비통과 동급으로 받아들였고, 오히려 판매가 급등했습니다. 위스키 시바스리갈도 같은 제품에 고급스러운 라벨만 새로 개발해 붙이고선 20% 가격 인상을 했는데요, 같은 제품이었지만 가격 인상 후 판매는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즉,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잘 팔리는 게 아니라 높은 가격 때문에 잘 팔리는 상품이 있다는 겁니다.
[가격의 핵심은 ‘가치’]
이런 이유를 저자는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가치, 즉 고객이 느끼는 가치라고 단언합니다. 고객이 가치가 높다고 지각하면 지불용의 가격은 올라갑니다. 문제는 지각이란 굉장히 주관적인 것이라는 점, 그래서 투입원가 등 객관적 가치와 본질적으로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지각하는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우선 품질, 디자인, 기술혁신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2)이 가치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브랜드가 갖는 파워는 가치를 소통한 결과이죠. (3)그 다음으로 구매 이후 긍정적 지각을 유지시켜주라는 겁니다. 다소 비싸더라도 한번 지불한 가격은 쉽게 잊혀집니다. 하지만 품질에 대한 인식은 오래가죠. 형편없는 품질을 접할 때마다 화가 나는 데, 한 번 지불해버린 가격에 대한 기억은 짧은 셈인 겁니다.
가격은 품질 지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격이 낮으면 품질이 걱정되어서 오히려 사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특히 사본 적이 없는 새로운 상품일 경우 더욱 더 그렇다는 겁니다. 낮은 가격이 상품에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거죠. 가격에도 플라시보 효과가 있는데요, 일례로 비싼 진통제를 처방 받은 환자들은 모두가 약효가 매우 좋았다고 한 반면, 싼 진통제 처방 환자들은 절반만 약효가 있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는 두 가지 약 모두 진통효과가 전혀 없는 단순 비타민C 영양제였는데도 말이죠. 두 그룹의 유일한 차이는 각자 본 가격표일 뿐이었습니다.
[현명한 가격정책의 사례]
현명하게 가격을 잘 활용한 예로 저자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들었습니다. 당시 특별한 가격체계로 인해 예상보다 높은 이익을 창출했고,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활용되었죠. 가장 싼 기본티켓은 20.12파운드, 가장 비싼 티켓은 2012파운드였습니다. 금액 자체가 올림픽을 홍보한 겁니다. 특히, 청소년은 ‘나이만큼 지불’하는 방식이라 여섯 살 어린이 입장권은 6파운드, 16살 청소년은 16파운드였습니다. 노년층에게는 할인티켓을 주었죠. 이 가격체계는 엄청난 호평을 받았고 여왕이 공개적으로 칭찬할 정도였죠. 중요한 것은 이 외에는 전혀 할인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올림픽 기간 원칙을 철저히 고수해서 비인기 경기라도 예외는 없었고, 끼워팔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티켓가격이 그 값을 한다는 확고한 신호를 보낸 거죠. 그 결과 티켓 수익목표보다 75%나 많은 6억6천만 파운드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저가전략과 고가 전략의 성공요인]
가격문턱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이 가격을 넘어갈 때 판매가 크게 변화하는 가격선을 말하는데요, 그래서 상품 가격이 숫자9로 끝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9.99달러를 사람들은 10달러로 인식하지 않고, 9달러 몇센트로 인식하기 때문이죠. 저가전략에서는 1센트의 가격 문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러한 저가전략의 성공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1.영업 첫날부터 일관성 있는 저가정책 2.극도의 효율성 3.적당하고 지속적인 품질 4.주요상품에 주력 5.높은 성장세와 큰 수익에 집중 6.물품 조달 즉 구매에서 승리 7.적은 기업부채 8.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통제력 확보 9. 가격 이점에 집중한 광고 등입니다.
반면, 고가 전략은 어떨까요? 예로 질레트 면도기를 들 수 있습니다. 3중 면도날 마하3 제품을 개발하는 데만 7억 5천만 달러를 투자했는데요, 출시할 때 기존 최고가 제품보다 가격을 41% 높였습니다. 이후 5중면도날 퓨전제품까지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며 가격 상승을 주도했죠. 소비자들이 경쟁제품으로 옮겨갔을까요? 오히려 질레트는 전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고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습니다. 혁신으로 가치를 창출한데다가 가격결정 기술도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프리미엄 가격전략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요? 1.훌륭한 가치는 필수적이라는 것. 2.가격-가치 관계는 결정적인 경쟁우위라는 것, 3.혁신이 기초라는 것, 4.지속 가능한 고품질이 필수적이라는 것. 5.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다는 것. 6.제품의 가치를 소비자가 지각할 수 있도록 소통에 많은 자원을 투자할 것. 7.프리미엄 가격결정자들은 특가 할인을 피할 것. 등입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가격에 따른 소비자 행동의 변화사례를 보면서,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을 다시 한 번 얻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