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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의 보편적인 서정舒情 [이별의 마음 아픈 정한情恨]
고려가요 “가시리”
가 시 리
가시겠습니까, (진정으로 떠나)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생각 같아서는) 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혹시나 임께서 행여) 서운하면 (다시는)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
(떠나 보내기) 서러운 임을 (어쩔 수 없이)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총총히)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이 고려가요 ‘가시리’는 고려시대에 구체적으로 연대는 미상이나 고려속요라는 갈래에서
작자미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문학사에서 매우 귀중하게 남은 고려시대의 가요 형식으로 분절체, 4연, 각 2구의 분연체(각 연이 나누어져 하나로 이어지는)문장형식으로
운율은 외재율, 3,3,2조의 음보를 유지하고 있으며, 4단 구성의 문장의 기,승,전,결은 다음과 같다.
기, 뜻밖의 이별에 대한 놀라움과 원망에 가득찬 하소연
승, 하소연의 고조 또는 슬픔의 고조
전, 감정의 절제와 체념
결, 감정의 잘제와 체념
이 가요의 표기는 대대로 구전되어 오다가 조선중기에 표기로 정착되었으며
제재는 임과의 이별을 노래한 내용이며, 주제는 이별의 정한을 비애적인 사랑이다.
표현을 분석해 보면,반복법의 사용. 간결하고 소박한 함축적인 시어로 이별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하였으며, 자기 희생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다. 이별의 슬픔과 임이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결한 형식과 진솔한 언어로 표현한 소박한 서정시로 이별의 정한이라는 우리의 전통적 주제를 다른 고려 속요 중, 민요적 율격과 한의 정조가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다.이 작품의 의의로 볼 때,
고려가요라는 확증은 없으나, 가풍(歌風)이나 시정(詩情)으로 보아 고려가요로 추정되며,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대표작으로 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노래한 민요풍의 전통시로 이별의 걸작으로서 소박하고 애절하고, 이 노래의 이별의 정은 국문학의 여성적 정조의 원류가 되어, 민요 '아리랑', '황진이의 시조',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에 맥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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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겠습니까,(진정으로 떠나) 가시겠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의 뜻으로 대뜸 원사(怨辭)로 시작하여 떠나겠다는 갑작스러운 임의 말에 당황해 하면서, 임이 떠나는 것을 차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이별의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반복법이 사용되고 있는데 '청산별곡'에도 이와 같은 반복의 표현법이 쓰이고 있다. 반복법의 사용을 통해 자신을 떠나겠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말로 속으로는 떠나지 말라는 애원을 담고 있는 표현이다. AABA 구조가 보임(전체 네 마디 중에서 같은 뜻의 말이 세 차례 반복되고, 셋째 마디는 다른 말이 오는 이른바 'AABA'형이 있다. 이런 반복은 민요에 많이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형님 오네 형님 오네 분고개로 형님 오네 /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릿다./
가시리 : 가시렵니까? '가시리잇고'의 준말로 음수율에 맞추기 위해 생략.
가시리잇고 : 가시겠습니까? 가시렵니까? 가(동사어간) + 시(주체높임선어말어미)+리(미래 시제선어말어미)+잇고(높임 의문형 어미) - 잇고는 자음이 탈락됨
나난 : 악률(樂律)에 맞추기 위한 무의미한 소리. 조흥구(助興句).
버리고 : 버리고
'증즐가'는 악기의 의성어로 구전되다가 후대에 궁중의 악곡으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악률에 맞추기 위해 삽입된 여음으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
나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라는 뜻으로 옛날 우리 여인들의 전형적인 수동적인 자세가 나타난다.고려 가요 '서경별곡'의 시적 화자는 '가시리'와 대조적이다.
날러는 : 나는. 나더러는
엇디 : 어찌.
살라 : 살라. 살아라. 살(어간) + 라(명령형어미), 'ㄹ' 탈락
: 후렴구이며 의미 없는 여음구로 '위'는 감탄사, '증즐가'는 악기의 의성어로 구전되다가 후대에 궁중의 악곡으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악률에 맞추기 위해 삽입된 여음으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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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같아서는)붙잡아 둘 일이지마는 (혹시나 임께서 행여) 서운하면 (귀찮아 마음이 토라지면, 다시는) 아니 올까 두렵습니다."라는 뜻으로 이 구절은 앞의 '잡사와 두어리마는듯'과 함께 '허실(虛實)'의미를 살리고 있다. 못 가게 붙잡을 수도 있지만, 고이 보내고 싶은 여인의 마음이요, 수동적인 자세가 들어 있다. 떠나는 임을 붙잡고 싶지만 그러면 임이 영원히 나를 떠나 버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담고 있다. 임을 보내는 서러움이 절제된 가운데 드러나 있다.
잡사와 : 잡아, 붙잡아
두어리마나는 : 두겠습니까마는, 둘 일이지마는, '마나난'은 '마난'에 '안'이 첨가된 것인데, '안'은 음률을 맞추기 위한 무의미한 소리이다.
선하면 : 서운하면. 마음이 토라지면. 문헌상(文獻上) 용례(用例)가 없어 정확한 뜻은 알 수 없고, 양주동(梁柱東) 박사는 '선'을 '선뜻, 선선'의 뜻으로 보았고,김형규(金亨奎) 박사는 '서운하면'에서 '우'가 생략된 것이라 생각된다고 하였고, 박병채(朴炳采) 교수는 '선머슴, 선웃음' 등의 '선'의 뜻일 것이라 하고 '시틋하면, 귀찮아 마음이 거칠어지면'으로 풀이하였다.
올셰라 : 올까 두렵다. 올까 두렵습니다
: 서운하면 아니올까 두렵다는 뜻으로 이 구절은 앞의 '잡사와 두어리마는듯'과 함께 '허실(虛實)'의미를 살리고 있다. 못 가게 붙잡을 수도 있지만, 고이 보내고 싶은 여인의 마음이요, 수동적인 자세가 들어 있다. 떠나는 임을 붙잡고 싶지만 그러면 임이 영원히 나를 떠나 버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담고 있다. 임을 보내는 서러움이 절제된 가운데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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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 보내기) 서러운 임을 (어쩔 수 없이) 보내옵나니,
가자마자 곧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총총히) 가시는 것처럼 돌아서서 오십시오.
서러운 임을 보내 드리오니라는 뜻으로 '셜온'의 주체는 임이 아니고 임과 서러운 이별을 하는 서정적 자아인데도 그 주체를 임인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서러운 임을 보내 드리오니라는 뜻으로 '셜온'의 주체는 임이 아니고 임과 서러운 이별을 하는 서정적 자아이다. 여기서 ' 셜온 님'은 서러운 님, 이화 강화 현상
[이화 : 서로 같거나 비슷한 소리의 하나가 다른 소리로 바뀌는 현상. 중세 국어의 '붚', '거붑'이 현대 국어의 '북', '거북'으로 바뀐 것 따위이다. 반대어 동화]
보내옵노니 : 보내옵노니. 보내 드리니.
가시는듯 : 가시는 걸음이 경쾌한 것에 대한 원망과 함께 가실 때 그리 총총 떠나는 것과 같이 가시자마자 곧 돌아와 달라는 기원이 담겨 있는 시구이다. '가시자마자'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은근한 역설적 표현으로, 언제까지나 떠난 임을 기다리겠다는 간절한 기다림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함축적으로 주제가 드러나 있는 부분이다.
가시는 듯 : 가시는 듯(이). 가시는 즉시. 하자마자, 여기서 '듯'은 의존 명사
도셔 : 돌아서서.
오쇼셔 : 오소서, '쇼서'는 존칭명령형어미
이 노래에서 여음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을 정리해 보고, 이를 소리내어 낭송해 보기로한다.
가시리/ 가시리 / 잇고
버리고/ 가시리 / 잇고
날러는 / 엇디 / 살라하고
버리고 / 가시리 / 잇고
잡사와 / 두어리마나난
선하면/ 아니/ 올셰라
셜온님 / 보내옵나니
가시는 듯/ 도셔 오쇼셔.
민요 아리랑도 '가시리'와 마찬가지로 3음보로 이루어졌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 고개로 / 넘어간다
나를 / 버리고 / 가시는 임은
십 리도 / 못 가서 / 발병 난다
이 노래의 후렴구가 주는 인상은 작품의 분위기와 이질적이다.
고려 속요는 평민들 사이에서 전승되던 민요가 궁중악으로 수용되고 개편되다가 조선 시대 한글 창제 이후에 '악장가사'나 '악학궤범', '시용향악보' 등에 기록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전승과정을 중심으로 생각나게 한다.
'가시리'는 원래 평민들의 노래였던 것이 궁중악으로 수용되고 개편되었다.
궁중 음악으로 노래가 개편되면서 노래 가사는 많이 변개되지 않았으나 후렴구가 궁중의 문화에 맞게 번개 되었다. 따라서 후렴구는 작품 분위기와는 다른 이질적인 면을 보인다.
이 노래의 내용과 관련하여,이 작품의 서정적 자아는 누구이며,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
시적 화자의 어조나 정서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한다.
이 노래는 여성적인 어조와 진솔한 정감을 담고 있다. 더 나아가 시적 화자나 서정적 자아는 작자와 동일 인물이 아니라는 점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진달래꽃'의 여성적인 시적 화자와 시인 '김소월'이 다른 이유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또 이 노래의 배경 설화라고 추정되는 '예성강곡 설화' 에서는 시적 화자가 부인을 떠나 보내는 남편으로 설정되었다는 점도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서정적 자아는 임을 떠나 보내는 여성이다. 이 여성은 사랑하는 임을 떠나 보내야 한다는 슬픔에 괴로워하면서도, 그 슬픔을 참아 내면서 임을 떠나 보내고 있다.
임을 떠나보내는 여성은 어떤 마음의 갈등을 겪고 있는가?
이러한 심리의 미묘한 움직임이 노래에 흐르고 있음을 주지시키며 마음의 갈등이 드러난 부분을 찾게 한다. '잡사와 두어리마나난 / 선하면 아니 올셰라' 라고 한 부분에 시적 화자의 갈등이 가장 고조되고 있다.
임을 보내는 서정적 자아는 떠나가는 임을 원망하여 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편, 임이 붙잡는 자신을 서운하게 생각하고 다시 오지 않을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두 마음이 갈등하며 결국 서정적 자아는 임을 고이 떠나 보낸다.
이 작품에서'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 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주제'이다.
이 노래에 담긴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고 이 시의 주제가 앞서 배운 한국 문학의 특질과 연관됨을 확인하게 해 준다면 한국 문학의 전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임을 떠나 보내는 처지의 시적 화자는 사랑하는 임을 붙잡고 싶지만 혹시 임이 그런 자신의 모습에 서운함을 느끼고 다시 자신을 찾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결국 임을 보낸다.
그렇게 이별의 슬픔을 가슴 깊이 묻고 임을 보내야 하는 정한(情恨)이 이 시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다음 작품들은 임과의 이별을 다룬 노래들이다.
정서의 표출 방법, 이별을 대하는 태도 면에서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본다.
우리 시가사에는 임과의 이별을 제재로 다룬 작품이 양적으로 매우 풍부하다. 이들 작품들이 대체로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다.
한국인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에 연결시키면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가령 이를 단순히 이별이라는 상황을 수동적으로 체념하는 태도로 이해하기 보다는 삶의 유한성에 대한 수긍과 이를 통해 정서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자세로 이해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황조가'에서는 이별을 당한 화자의 심리가 황조라는 대상에 대조됨으로써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외로운 나 : 정다운 꾀꼬리'의 짝을 통해 님의 부재가 한층 뚜렷한 실감으로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누구와 함께 돌아갈 것인가' 하는 자탄에서 님과의 재회를 갈망하는 심정이 직접적으로 표출되어 있다.
'서경별곡'에서 화자는 처음에는 이제 막 자신을 떠나는 임을 따라가서라도 이별의 상황을 피해 보고자 애를 썼으나, 이내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사랑의 지속을 믿음으로써 자기 위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자기 위안의 모색은 심지어 이별의 원인을 제3자인 사공에게 전가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진달래꽃'은 이별이라는 상황을 가상적으로 설정하고 떠나는 임을 화자 자신이 고이 보내드린다고 하였다.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역설적이라 할 수 있다. 이별이라는 상황은 가상 상황이라는 것은 적어도 당분간은 이별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표현한 것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역설이 발견되고, '고이 보내드린다'는 진술이 실제로는 그럴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역설이 발견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진달래꽃'의 화자는 임과의 이별을 체험했거나 체험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달콤하고 황홀한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노래는 아프고 쓰린 이별의 심정이 절묘하게 그려진 애절한 노래로, 다른 고려 속요에서 볼 수 없는 깊이와 풍미를 느끼게 한다. 그것은 이 노래의 빈틈없는 사려 깊은 작자의 마음씀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간결, 소박하면서도 가슴을 적시는 감동적인 이별의 노래로 전통 사회에서 임을 떠나 보내는 여인의 심리가 짧은 언어적 형식 속에 농밀히 녹아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이렇게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작품의 계보는 '아리랑', 황진이의 시조, 김소월의 진달래꽃'으로 이어진다.
또, 이 노래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이별의 정서를 절묘하게 함축적으로 그리고 있어, 다른 고려가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미를 느끼게 한다. 그것은 이 노래의 빈틈 없는 짜임과 사려 깊은 작자의 마음이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결구의 '서러운 임을 보내 드리는 가시면 곧 오십시오.'라는 말 속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하나는 노래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하소연이기도 하고, 또는 무언가 드러나 있지 않은 사연 때문에 서럽게 떠나는 임이기에 붙잡지 못하고 당부 드리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짧은 형식 속에 이별의 정한을 훌륭한 노래한 이별가의 절조(絶調)라 할 수 있다.
1연에서는 '가지 말라'는 애원을, 2연에서는 고조된 원망적 애소를, 3연에서는 절제와 체념의 심정을, 4연에서는 보내긴 하지만, 곧 돌아 오라는 간절한 기원을 표현하고 있다. 이 노래는 여성 화자의 목소리로 표현되어 있다. 즉, 임과의 이별을 앞둔 여인의 애틋하고 서글픈 정서가 함축적인 시어로 구사되고 있으며, 비교적 짧은 시 형식에 여인의 사려 깊은 마음 씀씀이가 잘 나타나 있다. 또, 악곡으로 연주되었던 관계로 음악적 여운을 주는 후렴구가 첨가되어 있음도 주목된다. 그러나 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든다면 여성이 비주체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관점은 오늘날의 남녀평등주의적 관점이 강하게 반영된 말이지만, 서경별곡에 등장하는 여성은 가시리의 시적 화자와 견주어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후렴(後斂)
선후창(先後唱)으로 부르는 노래에서 선창(메기는 소리)이 끝나고 나서 여럿이 부르는 후창(받는 소리), 또는 유절양식(有節樣式)의 노래에서 매 절(節)마다 같은 내용으로 반복되는 각 절의 후반부.
음악적인 의미와 문학적인 의미가 섞여 있으나 대체로 문학적인 의미가 중심이 된다.
문학적인 측면에서는 일반적으로 연장체(聯章體) 시가(詩歌)들의 경우 각 연(聯)의 끝 부분에서 동일하게 반복되는 부분을 가리킨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보다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후렴의 길이는 한 단어나 어절에서 한 행이나 여러 행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지만 대체로 행 단위 이상인 것들이 많다. 후렴은 무의미한 말이나 소리로 된 것, 유의미한 말로 된 것, 그 둘이 섞인 것 등이 있는데, 두 번째 유형이 가장 보편적이다. 후렴은 대개 연장체 형식의 시가에 나타나지만 단련체(單聯體) 형식의 시가에도 나타난다. 후렴이 놓이는 위치는 대체로 각 연의 끝이다. 그러나 간혹 중간인 경우도 있다.
후렴의 기능은 형식적인 측면과 의미상의 측면으로 나누어 살필 수 있다.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주로 리듬을 조성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동일한 음들을 반복함으로써 청각적인 즐거움을 주기도 하고, 시각적으로 연(聯)이나 장(章)을 분명하게 구분짓기도 하며, 전체적으로는 시가의 구조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구실을 한다.
의미상의 측면에서 볼 때 한 연이나 장에서는 의미의 전환을 가져오고, 전체적으로는 다양하게 전개된 의미의 확산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참고문헌≫ 國樂大事典(張師勛, 世光音樂出版社, 1984), 文學批評用語事典(權澤英·崔東鎬, 새문社, 1985), 고려가요 조흥구의 연구(양태순, 고려가요의 음악적 연구, 이회문화사, 1997), Princeton Encyclopedia of Poetry and Poetics(Princeton University Press, 1965).(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여음(餘音)
여음은 주로 가창하는 노래에서 감흥과 리듬에 연관된 구절과 어절이었던 만큼, 그것을 시어의 의미기능에 크게 비중을 두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여음을 모두 단순한 소리가락의 표현으로만 볼 수 없다.
그 시적 기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의 여음은 ① 연(聯)과 연을 나누는 분렴신호이다. ② 노래를 부를 대 호흡조절의 대문이 된다. ③ 본 시가의 소박한 기조운율을 이룬다. ④ 그 시가의 표현상의 특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⑤ 민요나 창가에서는 창의 리더(導唱, pre'lude)의 구실도 하고 합창의 대문이 되기도 한다. ⑥ 시조(가사·단가)에서는 문맥상·표현기교상 정점(climax, accent)과 여운(trailing, echo)의 구실을 한다. 여음은 한국 시가문학상 특징의 하나이며 특히, 전통적 음성 운율상, 구문적 문체상 소박한 원형(archetype)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한국시가의 여음구조는 문장 배열상·어형상·음성상의 세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가시리의 후렴구 '위 증즐가 대평성대'의 기능
가시리의 후렴구 '위 증즐가 대평성대'의 기능은 악기의 소리를 흉내낸 의성어로 악률을 맞추기 위한 여음구에 해당한다. 여음구는 일반적으로 노래에 리듬감을 갖게 하여 흥을 돋우는 구실을 한다. 또 시상 전개에 통일성을 부여하여 형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대평성대라는 말은 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데, 이는 이 작품이 궁중에서 노래로 불렀다는 점을 감안해야 이해해야 할 것이다. 즉 임금께 나라의 태평성대를 고하며, 성덕을 기리는 축원의 의도로 불린 것이므로 이런 표현이 삽입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별의 정한(情恨)'의 흐름
한국 여인의 보편적 정서인 '이별의 정한'은 고구려의 '황조가'에서 고려속요인 '서경별곡', 한시인 정지상의 '송인', 황진이의 시조, 민요의 '아리랑',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같은 작품에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의 서정적 자아가 보여주는 정서는 조금씩 다르다. '가시리'의 경우, 자기 희생과 감정의 절제를 통해 재회를 기약하고 있으며, 이러한 감정의표출이 자연스럼고 소박하게 표현되어 있다. 예를 들면 '황조가'의 정한은 '꾀꼬리'라는 매개체로 부각되고 있으며, '가시리'의 정한은 소극적이고 직선적이지만, 희생과 감정의 절제를 통한 기다림의 정서를 담고 있고, '서경별곡'의 정한은 저돌적이고 자기 중시적인 여성의 어조로 이별을 거부하며 함께하는 행복과 애정을 강조한다. '진달래꽃'의 정한: 가시리처럼 다시 돌아와 달리는 원망을 토로하지 않고 감정의 절제 및 자기 희생적 자세를 역설적으로 보인다.
'가시리'의 여인상(女人像) 연구
'서경별곡'의 여인은 가는 임에 대해서 하소연, 다짐, 원망(怨望) 등의 심리적 갈등을 보이고 또 질투심까지 나타내지만, '가시리'는 그런 감정을 억제하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고매한 인격의 면모를 보여 준다. '진달래꽃'의 여인은 언제까지나 이별의 슬픔을 인내하겠다는 태도인데 비해 '가시리'의 여인은, 임이 돌아오기를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는 긍정적(肯定的)인 자세를 나타낸다.
'가시리'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
‘악장가사’에서는 ‘가시리’라고만 하며 전문을 소개하고, ‘사용향악보’에서는 ‘귀호곡’이라고도 일컫고 한 대목만 내어놓았다. 이 노래는 길이를 본다면 짧은 노래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장을 나누는 표시가 분명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장과 장 사이에 여음이 삽입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서경별곡’이나 ‘청산별곡’과 다름이 없다.
보내고 싶지 않은 님을 보내야 하는 설정을 소박하게 나타내기만 했으나, 너무 감탄한 나머지 지나친 평가를 할 것은 아니고, 수준 높게 다듬은 표현이 없다고 해서 낮추어 볼 필요도 없다. 어느 대목이든 쉽게 이해되지만, 나타난 말이 얼마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숨은 사연을 생각하게 한다. 서러운 님을 보내니 가는 듯이 돌아오라고 한 대목은 두 가지 뜻을 가질 수 있다. 노래하는 여자를 서럽게 하는 님에게 하소연하는 말이기도 하고, 무언가 드러나 있지 않은 곡절 때문에 서럽게 떠나야 하는 님이기에 그렇게 당부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어느 쪽이거나 이런 노래는 원래 민요였으리라고 생각되고, 후대의 아리랑과 상통하는 사연을 지녔다 하겠다. 그런데 그 곡조가 들을 만한 것이었음인지 궁중 속악으로 채택되었고, 거기 따르는 변모도 겪었겠다. ‘나난’이라는 말이 노래 한 줄이 끝날 때마다 붙는 것은 민요 자체에서 유래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자기를 버리고 간다는 사정을 강조하자는 말이다. 하지만, 태평성대를 들먹이는 여음은 사설이 나타내는 것과 반대가 되는 느낌을 준다. 궁중 속악은 태평성대의 즐거움을 구가하는 노래라야 어울리기에, 사설은 바꾸어 놓지 않았어도 여음은 그런 분위기에 맞도록 갖추었을 수 있다.(출처 : 조동일, ‘한국문학통사2’)
‘가시리’는 작자 및 연대 미상의 고려가요로 일명 ‘ 귀호곡 ( 歸乎曲 ) ’ 이라고도 한다.
≪ 악장가사 樂章歌詞 ≫ 에 가사 전문이, ≪ 시용향악보 時用鄕樂譜 ≫ 에 1장에 대한 가사와 악보가 실려 있다. 또한 이형상(李衡祥)의 ≪ 악학편고 樂學便考 ≫ 에 ‘ 嘉時理(가시리) ’ 라는 제목으로 가사가 실려 있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안타까워하며 부른 노래로 애절한 심정을 곡진하게 표현하였다. 가사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가시리’라는 고려가요를 문학사적 측면에서 분석해 볼 때,
형식은 모두 4연으로 된 연장체(聯章體)로서, 매 연은 2행으로, 각 행은 3음보격의 율격을 이루고 있다. 각 연이 끝날 때마다 ‘ 위 증즐가 대평성 倨 (大平盛代) ’ 라는 후렴구가 따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각 행의 제3음보가 기준음절수보다 적은 음보(音步)일 경우 의미론적 긴밀성과는 상관없이 ‘ 나 勘 ’ 이라는 투식어(套式語)가 맨 끝에 덧붙어 있다.
이러한 투식어와 후렴구를 모두 제외하고 가사를 재편해보면, 4행을 1연으로 하는 2연의 민요체 가요가 되는데, 이것이 이 노래의 원가(原歌)였음을 알 수 있다. 즉, 4행체를 기조로 하는 민요였던 것이 고려의 궁중음악인 속악으로 개편되면서 그러한 투식어와 후렴구가 첨가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작품의 원가가 가지는 의미의 지향과 후렴구의 그것이 호응을 이루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민요로서의 원가는 서정적 자아가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내는 이별의 슬픔을 비극적 정조(情調)로 노래하고 있지만, 이것이 궁중음악인 속악으로 수용되면서 그러한 비극적 분위기와는 관계없이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후렴구를 덧붙여 왕실의 궁정 음악으로 향유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시용향악보 ≫ 에서는 ‘ 귀호곡 ’ 이라는 제목과 함께 ‘ 속칭 가시리 ’ 라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로써 보면 이 노래가 3단계의 전승과정을 겪어 문헌에 정착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첫째 단계는 노래 제목이 없이 지방 민요로서의 특수성을 갖추고 있을 때이고, 둘째 단계는 ‘ 가시리 ’ 라는 제목이 붙어 전국적인 범위로 확산되면서 보편적인 민요의 성격을 갖추게 된 단계로 볼 수 있다.
셋째 단계는 고려 궁중의 속악가사로 개편되어 왕실에 수용되면서 현재 문헌에 남아 있는 모습으로 변모된 상태에 해당한다. ‘ 귀호곡 ’ 이라는 한문 제목은 세 번째 단계에서 붙여졌을 것이다.
즉, 이 노래는 원래 지방성 민요였던 것이 점차 보편성을 획득하면서 지역의 한계성을 뛰어넘어 일반 민요의 성격을 띠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뒤에 고려 궁중의 속악으로 채택되면서 작품의 비극적 주제와는 상관없이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노래로 기능이 변화된 것이다.
그러므로 작품의 주제와 의미 해석도 민요로서의 관점과 궁중의 속악, 곧 속요로서의 관점으로 나누어 이원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민요로서의 이 작품은 남녀간의 이별의 정한(情恨)을 노래한 것이 주제가 된다.
그러한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①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
② 버림받을 경우 외롭고 쓸쓸한 삶을 두려워하는 심정을 노래한다. 이어서
③ 임의 마음이 상할까 두려워 떠나는 임을 잡지 못하는 여심(女心)을 드러낸 후,
④ 홀연히 떠난 임이 곧 돌아오시기만을 애처롭게 호소하는 것으로 시상(詩想)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노래를 궁중의 속악가사로 이해하면 작품의 주제는 임금의 총애를 잃지 않으려는 신하의 애틋한 충정을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여기서 서정 자아는 여염의 여인에서 궁중의 신하로 바뀌고, ‘ 님 ’ 의 상징적 의미도 여염의 남정네에서 임금으로 바뀌게 된다.
마치 정철 ( 鄭澈 )의 가사 〈 사미인곡 〉 에서 서정 자아와 임의 관계가 임금과 신하의 관계로 설정되어 있는 것과 같다. 결국 이 노래는 궁중의 속악가사로 수용되면서 〈 사미인곡 〉 이나 〈 정과정곡 〉 과 다를 바 없는 ‘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 ’ 라는 주제를 갖게 된다.
그리하여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후렴구의 반복과 조화되어 작품 자체의 비극적 정조는 소멸된다. 동시에, 궁중의 호화로운 잔치 분위기에서 임금과 그를 둘러싼 간신들의 유락적 · 퇴폐적인 성조 ( 聲調 )로 바뀌면서, 고려 후기의 궁중 음악으로 채택된 뒤 조선 중기까지 연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요로서의 이 노래의 원 모습은 후렴구와 투식어를 제외하면 그것의 대체적인 형태가 드러난다. 이로써 볼 때 이 노래는 4구를 1연으로 하는 2연 형태의 민요격 향가인 〈 처용가 〉 와 맥이 닿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고려의 속악가사로 개편되면서, ① 연장체로 된 점, ② 연마다 후렴구가 붙는 점, ③ 3음보격의 율격구조로 짜여 있는 점 등을 갖춤으로써 전형적인 속요의 양식을 보이게 되었다.
결국 이 노래도 다른 속요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전승민요 사설을 새로 들여온 궁중음악의 가락에 맞추어 재구성함으로써 현재 전하는 형태로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민요로서의 이 작품에 드러나 있는 비극적 정한은, 고려 후기 원나라의 폭정(暴政)의 압제에 따른 비극적 사회상과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비극적 정한은 일제강점기의 강포(强暴)한 식민지 치하를 배경으로 한 김소월(金素月)의 시에서 가장 섬세한 근대시로 승화되면서 한국적 미의식의 맥락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즉, 이 작품에 표현된 남녀간의 사랑은 단순히 이성애(異性愛)로서의 연모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 몽고의 침략과 유린에 따른 당시의 사회 혼란과 파국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작품이 드러내는 미의식의 유형은 비극미이고, 그것은 이상(理想)이 용납되지 않는 냉혹한 현실과 관련된다. 다시 말해서 이 작품에서 이상적인 것은 임과 내가 화합하여 이별의 슬픔 없이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이상과는 관계없이 나는 어찌 살든 버려두고 떠나버리는 임의 냉혹한 현실의 장벽 앞에서 좌절하는 비극적 상황에 기저한 비극미가 이 작품에 표출되어 있다.
속요 가운데는 한 가지 주제를 연장체 형식으로 노래한 일제연장(一題聯章)과 연마다 각각 그 주제가 다른 분제연장(分題聯章)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 노래는 〈 정읍사 〉 와 함께 일제연장에 해당한다.
음악적 측면에서 볼 때.
〈 가시리 〉 는 ≪ 시용향악보 ≫ 에 그 악보가 전하는데, 곡조는 평조 ( 平調 )이고 기보법은 6대강(六大綱) 16정간(十六井間)에 오음약보(五音略譜)로 되어 있다. 4행을 한 묶음으로 하여 제1행에는 오음약보, 제2행에는 장고의 악보, 제3행에는 박(拍)의 악보, 제4행에는 사설을 적어놓았다.
≪ 시용향악보 ≫ 에는 ‘ 歸乎曲(귀호곡) ’ 이라는 한문 곡명 다음에, ‘ 俗稱(속칭) 가시리 ○ 平調(평조) ’ 라고 되어 있어서 〈 가시리 〉 의 한문 이름이 ‘ 귀호곡 ’ 이라는 점과 노래의 곡조는 평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악보로 되어 있는 부분은 4절 중 1절 부분만이어서 각 절의 음악이 같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1절의 가사가 16정간으로 된 악보 6행에 나뉘어 들어가 있다. 즉, ‘ 가시리 가시리 ’ 가 첫째행, ‘ 잇고 나 勘 ’ 이 둘째행, ‘ 槨 리고 가시리 ’ 가 셋째행, ‘ 잇고 나 勘 위 ’ 가 넷째행, ‘ 증즐가 ’ 가 다섯째행, ‘ 대평성대(大平盛代) ’ 가 여섯째행에 들어가 있다.
각 행은 고(鼓) · 요(搖) · 편(鞭) · 쌍(雙)의 장단으로 되어 있고, 각 행의 첫 박에는 박(拍)이 들어간다. 종지 부분인 ‘ (대)평성대 ’ 부분은 선율이 하일(下一) · 하이(下二) · 하삼(下三) · 하사(下四) · 하오(下五)로 순차 진행하여 하강 종지를 하고 있다.
≪ 참고문헌 ≫ 時用鄕樂譜(延世大學校 東方學硏究所, 1955), 麗謠箋注(梁柱東, 乙酉文化社, 1955), 韓國古典詩歌의 硏究(金學成, 圓光大學校出版局, 1980), 高麗時代의 가요문학(金烈圭 · 申東旭 編, 새문社, 1982), 韓國音樂通史(宋芳松, 一潮閣, 1984), 高麗歌謠의 作者層과 受容者層(金學成, 韓國學報 31, 一志社, 1983),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가시리'를 이병기(李秉岐) 박사는 <고려사악지(高麗史樂誌)> '속악조(俗樂 條)'의 '예성강곡(禮成江曲)'의 전편(前篇)으로 추측하였는데, '예성강곡(禮成江曲)'의 설화는 다음과 같다. 고려시대의 가요. 작자·연대 미상. 전후 2편으로 된 듯하나, 가사의 내용은 전하지 않고,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 그 유래만 전한다.
옛날 중국 당(唐)나라의 상인인 하두강(賀頭綱)이라는 사람이 바둑을 잘 두었는데, 하루는 그가 한 번은 왕래가 빈번한 예성강가에서 한 아름다운 부인을 발견하고, 그 남편과 내기 바둑을 두었다. 하두강은 부인을 빼앗을 생각으로 처음에는 짐짓 지는 체하다가 나중에는 자기가 또 지면 많은 물건을 주고 이기면 그 아내를 받기로 내기를 걸었다. 상인이 한판 승부에 이겨 그 아내를 배에 싣고 떠나자 남편이 비로소 뉘우치고 한탄하여 지은 노래가 전편이다. 또한 상인이 범하고자 하나, 그 아내는 정절을 굳게 지켜 뜻을 이루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배가 바다 가운데에서 움직이지 않아 할 수 없이 배를 돌려 여인을 되돌려 보내니 그 기쁜 심정을 아내가 노래로 부른 것이 후편이라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보면 이 노래의 작자는 남자여야 하는데 '가시리'의 시적 화자는 여성적이어서 '예성강'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는 듯하다.
악장가사(樂章歌詞)
고려 이후 조선 전기에 걸친 악장(樂章)과 속요(俗謠)를 모은 시가집. 《국조사장(國朝詞章)》이라고도 한다. 편찬자와 연대는 미상이나, 조선 중종(中宗)~명종(明宗) 연간에 밀양 사람 박준(朴浚)이 엮었다는 일설이 있다.
현재 전하는 순수한 가집(歌集)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특히 오랫동안 구전되어 오다가 훈민정음이 창제된 후 기록된 고려가요들이 실려 있어 《악학궤범》 《시용향악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자료이다. 수록된 가사의 연대 범위가 고려에서 조선 초에 걸쳐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만 발견된 가사도 14종에 달하여 가치가 매우 높다.
현재 국내에는 장서각(藏書閣)에 간행 연대 미상인 1책, 활자본의 유일본(唯一本)이 전해지고 일본의 호사문고[蓬左文庫]에도 1책이 있는데, 이를 영인(影印)한 것과 《속악가사(俗樂歌詞)》를 《국어국문학》 36∼38호에 영인 게재한 것이 있다. 내용은 첫머리에서 18면까지는 궁중연례(宮中宴禮) 때 쓰인 노래가 한문 내지 한문에 한글 토를 붙인 형식으로 실려 있는데, 종묘영녕(宗廟永寧)에 해당하는 28곡, 비궁속악(遡褻桐? 11곡, 아악가사(雅樂歌詞)로 풍운뇌우(風雲雷雨)·사직(社稷)·선농(先農) 등의 해설 및 <납씨가(納氏歌)><정동방곡(靖東方曲)><대보단악장(大報壇樂章)> 5곡 등이다.
다음에 《가사(歌詞) 상(上)》이라고 하여 <여민락(與民樂)><보허자(步虛子)><감군은(感君恩)><서경별곡(西京別曲)><어부가(漁父歌)><화산별곡(華山別曲)><풍입송(風入松)><야심사(夜深詞)><한림별곡(翰林別曲)><처용가(處容歌)><정석가(鄭石歌)><청산별곡(靑山別曲)><사모곡(思母曲)><능엄찬(楞嚴讚)><영산회상(靈山會相)><쌍화점(雙花店)><이상곡(履霜曲)><가시리><유림가(儒林歌)><신도가(新都歌)><만전춘별사(滿殿春別詞)><오륜가(五倫歌)><연형제곡(宴兄弟曲)><상대별곡(霜臺別曲)> 등 24곡이 실려 있으며, 이 중 <정석가> 이하의 14곡은 이 책에서만 발견된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가사 상》에 수록된 24곡이나 《아악가사》 편에 들어 있는 <납씨가><정동방곡>을 포함한 26편의 가사는 모두 한국 시가문학의 귀중한 자료로서, 고시가사(古詩歌史)에서 큰 줄기를 이루는 작품들이다. 이 책의 편찬 순서나 가악(歌樂)의 종류 및 분류 등은 뚜렷한 기준이 없으나 《가사 상》에 대하여 《가사 하(下)》도 분명히 있을 듯한데 아직 전해지지 않는다.(동아대백과사전)
마지막으로 고려가요 ‘가시리’를 소개하면서 한국여인의 보편적인 정서인 이별의 정한으로
쓴 망부가의 마음 아픈 이별을 주제로 쓴 한글 편지 한 통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 여기에 소개하는 "망부가"라는 글은 지금으로 부터 412년전인 1595년 안동에 살던
고성 이씨 가문의 이응태라는 사람의 묘를 지난 4월에 이장하던중 발견된 놀라운
한글로 쓰여진 편지인데,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은 망자인 남편을 못잊어 슬픈 심정을
절절하게 적어 남편의 관 속에 넣어둔 한글로 된 아내의 편지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편지의 원본도 큰 훼손이 없었을뿐만 아니라, 이 편지를 통하여
그 당시 조선시대 부부 사이에 수 놓아진 아름답고 지순한 사뭇친 사랑의
망부가를 다시 재조명해 봄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부부 사이의 맺어지는 아름답고 지순한
참사랑의 심도를 애절하게 느끼게 하는 글 이라고 사료되어 올려 봅니다.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둘이서 머리 희어지도록 함께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하여 나를 두고 당신만 먼저 가십니까?
이제 나와 어린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덯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혼자만 떠나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어덯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어덯게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나는 언제나 당신에게 말 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 처럼 서로 어여삐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당신 혼자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애써도 나는 혼자 살아갈 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빨리 나를 당신에게 대려다 주세요.
당신을 향한 이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대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읽어 보시고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 속에 자식 낳으면
"보고 말 할 것 있다" 말씀하셨지요?
그런데 이렇게 혼자 가시니 뱃속에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는 것인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겠습니까
이런 슬픈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뿐이겠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당신을 사랑하는 이 마음 한도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말 해 주세요.
나는 꿈 속에서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운 당신 몰래 와서 당신 모습 보여주세요.
말해 주세요.
꿈길에 몰래와서 보여주세요.
하고픈 말 끝이 없지만 이만 적습니다.
이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서 꿈속에서는 그리운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라고 믿으면서
당신의 모습을 빨리 보여 달라고 몇번이나 반복해서 말 하는 애절한 아내의 슬프디 슬픈 마음이 읽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사랑하는 감정이 왠지 인색해져가는 이 시대에서
412년전에 살았던 이 부부의 전류처럼 흐르던 사랑의 감정을 읽으면서
지고지순한 참 사랑은 인생을 마감하면서도 아름다운 신념으로 부활 할 것 이라는
최선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사랑하던 님을 보낸 후,
바람처럼 풀어지는 세월의 깊은 고요를 스러져간 이 여인의 애닲은 삶을 상상해 보면서
잠시 눈을 감아 봅니다.
한줄기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흐릅니다.
살아갈 시간 보다 추억의 골이 더욱 깊은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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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미비한 부분은 외출 다녀와사 보완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미비부분은 '예문'인용입니다. 써 놓고 보니 와~ 너무 깁니다.ㅎㅎㅎ
감동입니다. 여인의 깊고도 예민한 감정은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부곡...한 여인의 남편에 대한 사랑이 절절이 담겨있는 편지...참 감동적입니다, 우리의 모든 가락은 삶과 죽음사이에 사랑의 경계선으로 점철 된 듯합니다, 귀한 자료 감사드립니다,손소운선생님.^^*
사랑과 별리의 정한~ 우리 옛여인들의 삶의 깊은 율격에 잠기어 봅니다 ... 귀한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