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선생의 6폭병풍 내용
우리가 흔히 제사를 지낼때 6폭 병풍을 제사상 뒤에 펴는데 거기에 굵게 내리 쓴 한시를 접하게된다.
일컬어 추사체(秋史體)라 하여 김정희(金正喜) 선생이 쓴 글씨로 일설에는 칡을 잘라 썼다 하는데 그래서 그런가
명필(名筆)다운 글씨라기 보다는 알아보기 힘든 막대기 글씨 같다는 느낌이요 그나마도 반듯하게 쓴 예서체도
아니고 하여 더욱 글자를 알아보기 힘든 내용들이다.
이참에 그 싯귀에 대한 정보를 알수 있게 되어 식견이 짧은 나로서는 무척 다행이거니와 내친 김에 그 구성에
대하여도 세세히 알아보는 계기로 삼게 되고 보니 이 또한 기쁜일이라 아니할수 없다. 學而時習之不亦悅乎.
腹中書籍幽時曬 (복중서적유시쇄) 복중 서적은 고요할때 펴보고 曬:쬘새, 말리다.
墨池香靄花間露 (묵지향애화간로) 벼루향 아지랑이 되어 꽃잎에 이슬 맺히네 靄:아지랑이 애
南極一聲朝北斗 (남극일성조북두) 노인성이 북두성에 조회를 하니
肘後醫方靜處看 (주후의방정처간) 소매속 약방문을 고요한 곳에서 펴보네 肘:팔꿈치 주
(선비들은 도포를 입었는데 소매가 늘어져 있어 흔히 그곳에 간단한 물건을 넣고 다녔으니 팔꿈치 뒤를 ~)
春潮帶雨晩來急 (춘조대우만래급) 봄 물결 비를 띠고 저녁되자 급해지고
野渡無人舟自橫 (야도무인주자횡) 사람없는 나룻터엔 빈 배만 비껴있네
獨憐幽草澗邊生 (독련유초간병생) 유초 한떨기 가련히 시냇가에 피어있고 澗:산골물 간
上有黃鸝深樹鳴 (상유황리심수명) 숲속 나무위에서는 꾀꼬리가 지저귀네 鸝:꾀꼬리 리
野人易與輪肝膽 (양인이여윤간담) 야인은 쉬이 어울려 속마음 털어내고
樽酒相逢一笑溫 (준주상봉일소온) 동이술로 서로만나 정겹네
斷韻歸鳥暮天長 (단운귀조모천장) 조각구름 돌아오는 새들 석양에 길게 드리우고
深洞幽蘿暗竹房 (심동유라암죽방) 깊은 골 짙은 이끼 대나무 방은 우둡구나. 蘿:쑥라 ,이끼
이하는 당(唐)나라 시인 위응물(韋應物)의 저주서간(滁州西澗) 즉 저주의 서쪽개울가 라는 제하의 시를 인용한것인데 이 대목이 위의 병풍에 삽입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滁州西澗 獨憐幽草澗邊生 (독련유초간병생) 유초 한떨기 가련히 시냇가에 피어있고 上有黃鸝深樹鳴 (상유황리심수명) 숲속 나무위에서는 꾀꼬리가 지저귀네 春潮帶雨晩來急 (춘조대우만래급) 봄 물결 비를 띠고 저녁되자 급해지고 野渡無人舟自橫 (야도무인주자횡) 사람없는 나룻터엔 빈 배만 비껴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