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음산(728.5m)
우리나라 등줄기인 백두대간 동쪽 자락에 위치한 경상북도 상주시는 우리나라 시군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갖고 있다. 상주시는 산천이 수려하여 발길 가는 곳마다 빼어난 경관을 나타낸다.
상주시 모서면에서 상주 시내로 가는 25번 도로를 운행하다 보면 남북으로 우람하게 솟구친 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상주 삼악의 하나인 노음산이다. 울창한 수림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노음산은 상주 삼악인 연악 갑장산과 석악 천봉산과 함께 노악으로 불린다. 그래서 노음산 자락의 남장사와 북장사의 스님들과 상주 어르신들은 이 산을 노음산이라 부르지 않고 노악산으로 부른다.
남장사를 병풍처럼 두른 상주의 영산인 노음산은 영남 8경으로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상주 지역의 4장사 중 남장사와 북장사를 품고 있어 상주 불교문화의 요람으로 손꼽힌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발견된 남장사는 신라 흥덕왕 7년(832년) 진감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고 경내에는 보물 3점을 소장하고 있다. 북장사도 흥덕왕 8년(833년) 진감국사가 세웠고 중국승녀 파랑새가 그렸다는 화법이 절묘한 보물괘불이 눈길을 끈다.
둘째 산에서의 전망이 일품이라 전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능선에선 장쾌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엔 동쪽으로 천봉산이 가깝고 남동쪽으로 갑장산이 다가온다. 갑장산 오른쪽으론 구미 금오산이 보이고 왼쪽으론 대구 팔공산이 조망된다. 남으로는 백화산-주행봉 줄기가 거대한 장벽을 이루고 백화산 뒤로 황악산이 우람하다.
서쪽은 봉황산서 북쪽 속리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산줄기가 길게 이어지고 그 뒤로 구병산이 날카롭다. 북서 방향은 도장산과 속리산이 펼쳐지고 속리산 오른쪽으로 백두대간 산들인 청화산, 대야산, 희양산, 주흘산 등이 태산준령을 이룬다.
노음산의 모산은 백두대간 능선 상의 433봉이다. 433봉에서 동쪽으로 가지를 친 노음지맥 산줄기가 약 9Km를 달리면서 소머리산(444m)을 들어 올리고 난 다음 서서히 고도를 높여 노음산을 솟구친다. 노음산을 빚은 노음지맥 산줄기는 6Km를 더 달려 천봉산을 일으키고 남은 여맥을 북천에 가라앉힌다.
처갓집이 상주시 모서면이라 노음산을 1983년 처음 탐방할 수 있었고 그 후 2차례 더 노음산을 오른 적이 있다. 남장사 가는 길목에서 등산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약 3Km쯤 되고 원점회귀 산행을 할 수 있고 북장사로 산을 넘어갈 수도 있다.
조금 가파르고 호젓한 산길로 산을 올라가 능선에 닿는다. 이어서 하나의 나지막한 봉우리에 올라선 다음 조금 더 나아가자 능선 왼쪽으로 전망이 열린다. 노음산 정상부가 시원스럽게 조망되고 뒤돌아보니 남쪽으로 뻗은 주능선 산줄기가 길게 이어진다.
이제 수시로 멋진 전망이 터져 발걸음이 느려진다. 특히 북쪽으로 백두대간 산줄기가 장쾌하게 펼쳐져 가슴이 후련해지는 상쾌함을 준다. 뾰족한 창끝처럼 날카로움을 뽐내는 대야산과 하얀 암벽으로 암골미를나타내는 희양산이 독특하다. 북장사로 하산할 수 있는 삼거리를 지나자 북장사와 남장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조금 후 암릉에 시설된 철 계단을 타고 전망바위에 올라선다. 전망바위서 바라본 풍광은 한 바퀴 산 병풍을 둘러 한편의 풍경화처럼 환상적이다. 사방으로 저 마다의 멋을 뽐내며 솟아있는 산들의 향연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것이 삼천리금수강산이라 불리는 우리 국토의 모습이다. 참으로 아름답다! 저 아름다운 산들을 사랑한다. 나라사랑은 우리나라 산을 잘 아는 것으로 바탕을 삼아야 한다고 선배 산악인이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이 실감난다.
바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의 조망은 나무들이 우거져 좋지 않지만 이미 전망바위에서 충분한 조망을 누렸기 때문에 조금도 서운치 않다. 하산은 북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탄다. 조금 나아가다가 동쪽으로 뻗은 작은 능선을 타고 중금암으로 내려선다. 전망이 좋아 상주 시내가 평화롭게 내려다보인다.
얼마 후 울창한 소나무 숲이 나타나고 곧이어 남장사에 닿아 산행이 마감됐다. 남장사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극락보전, 보광전, 범종루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남장사엔 보물 3점이 있다. 보물 990호로 지정된 철조비로나자불은 고려말 고승 나옹선사가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철조비로나자불 뒤에는 보물 922호로 지정된 후불 목각탱화가 있다. 또 관음전의 목각후불탱화는 보물 923호이다.
세파에 지친 중생들이라면 꼭 한 번 노음산을 찾아 자신이 지은 업을 참회하며 나를 돌아보는 도를 닦는 산행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