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38) 동작대 낙성식
유비는 방통을 부군사 중랑장(副軍師 中郞將)으로 삼아 공명과 함께 대사를 이끌게
하였다.
방통은 그날부터 공명과 머리를 맞대고 지략을 다해 군사를 훈련시키기 시작하였다.
형주에 숨어 있던 세작(細作: 간첩)이 허창으로 급히 달려가 이런 사실을 조조에게
고하였다. "유비의 세력이 날로 왕성해 가고 있습니다. 공명의 휘하에는 관우, 장비,
조운 등 삼걸(三傑)이 있는 데다가, 이번에는 방통까지 얻어, 그의 인적 진용은 거의
완벽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군사는 날마다 맹렬히 훈련을 시키고 있고, 생산은 해마다
증진되어 유비의 세력은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입니다."
조조는 그 말을 듣고, 모사 순욱에게 묻는다. "우리는 그에 대한 대비를 어찌했으면
좋겠소?" "물론 유비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허나,
적벽대전의 손실이 너무 커서 지금 당장 대군을 일으키는 것은 어려운 형편이니, 먼저
군량을 비축하고 군사를 널리 모아 훈련시키면서 때를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옳은
생각이오. 허나, 시간을 너무 끄는 것은 좋지 않을 듯 하오." 조조는 유비의 세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는 보고 받고 조만간 이를 제압할 방법을 모색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
그즈음 조조의 명으로 업군성에 동작대를 짓기 시작한 지 어느덧 팔 년째, 공사가
완공되었다. 그리하여 조조는 문무 백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성대한 낙성식을
준비시켰다.
장하의 강변에 축조한 거대한 규모의 동작대는 지금부터 9년 전 조조가 북진을 위해
이곳을 점령했을 때, 땅을 파내어 조조의 군막을 짓는데 땅속에서 청동 참새가 나온 것
을 성스러운 길조로 보아, 화려하기 그지없는 누대를 축조하기에 이른 것이다. 강변에
축조된 동작대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옥룡대(玉龍臺) 오른쪽에는 금봉대(金鳳臺)를 지어
그 사이에는 무지개 다리를 놓아 서로 통하게 하였는데, 그 높이는 모두가 십 장(丈)이
넘었다. 이렇듯 웅장하고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동작대는 조조의 위용을 뽐내 보이는
데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그러려니 조조는 문무 대소 신료에게 명하여 낙성식에 모두
참석하도록 명하였다.
때는 건안 십오년 봄이었다. 이날 조조는 머리에는 칠보관(七寶冠)을 얹고, 몸에는
홍금나포(紅錦羅袍)를 걸치고, 허리에는 옥대(玉帶)를 띠어 황제를 능가하는 차림새로
모사 정욱과 심복장수 허저를 대동하고 유유자적한 발걸음으로 계단 양 옆으로 시립한
병사들을 뚫고, 동작대 계단을 올랐다.
그리하여 조조가 동작대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며 감격어린 소리를 하였다.
"좋군! 정말 좋군!... 이렇게 멋진 곳에 이런 훌륭한 누대를 지었으니 이는 후세에 이르기
까지 훌륭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야 !..." 그러자 정욱이 그 말은 받아, "이게 모두 승상의
홍복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만면에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앉지."
하고, 누대 최정상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모두 앉으시오!" 정욱이 단하를 향해 소리치자 낙성식에 참가한 대소 신료들이 일제히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좋은 술과 음식에 현인들 까지 모두 모였으니, 이렇게 뜻깊은 자리는 극히 드문
일이오. 하여, 오늘 동작대 낙성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무장(武將)들의 활쏘기 경연과
문관들의 백일장을 열도록 하겠으니, 문무 대신 모두는 경연에 참석하여 실력을 뽐내도
록 하시오! 자! 그럼, 한잔씩 듭시다!" 조조는 의기양양한 어조로 이렇게 말한 뒤에 술잔
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막하의 신료들은 일제히, "축하드리옵니다. 승상!" "고맙습니다.
승상!" 하고, 외치며 술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허저!"
"네, 승상! 무슨 분부이십니까?" "저기 있는 붉은 전포를 호수의 작은 섬이 바라다 보이
는 곳에 걸어 놓으라, 그리고 그 옆에, 백보 밖에 과녁을 만들어 누구든 과녁 중심을
맞추면 저 전포를 상으로 하사하겠다. 그러나 못 맞추면 벌주를 내리도록 하겠다."
"예!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승상의 명이니 장수들은 사격을 실시하시오 !" 허저가 조조
의 명을 받들어 경연 시작을 알리는 명을 하달한다.
병사들의 함성과 응원의 진고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는 가운데, 장수들이 좌,우에서 번갈
아 말을 타고 달리면서 과녁에 화살을 날리는데 그야말로 그들의 실력은 백발 백중이었다.
이들이 날리는 화살은 과녁의 홍심에 <쏘는 족족> 그대로 꼿혔다.
그때, 마지막으로 낮에 익은 장수 하나가 말을 달려 나오는데 그의 활 시위에는 화살
두 대가 동시에 멕여져 있었다. 그는 벼락같이 과녁 앞을 지나며 활시위를 당겼는데,
두발 모두는 각각의 과녁 홍심에 그대로 곳히는 것이었다.
"으응? 저게 누구냐?" 조조가 아래를 내려다 보며, 묻자, "넷째 공자인데, 두 발 모두 명중
시켰습니다." 정욱이 기쁜소리로 외쳤다. 그러면서, "하하하하! 아무래도 전포는 넷째
공자 차지군요!" 하고, 조조를 올려다 보았다. "이 얏!...."
두 발을 동시에 쏘아 각각의 과녁의 홍심을 꿰뚫은 조조의 넷째 아들 조창(曺彰)이 우렁
찬 표호를 해보였다.
"와아! 와아! 와아!..." "둥! 둥!둥! 둥!..." 병사의 함성 소리와 진고가 더 한층 하늘을
찔렀다.
"저 녀석이 내 무재(武才)를 물려받았나? 솜씨가 있군! 그러잖아?" "네! ~..." 조조가 만족
한 미소를 지으며 크게 기뻐하며 말하자 곁에 입시한 대신들이 조조의 비위를 맞추는
말을 한다. "하하하핫!..." 조조가 크게 기뻐하는 가운데 조창이 단상위로 오른다.
"상 받아라!" "고맙습니다!" 조창은 무릅을 꿇고 붉은 전포를 받아들었다. 그러자 정욱이,
"하하하하! 넷째 공자의 마상 궁술은 과연 천하무적입니다." 하고, 조조에게 아뢰자,
"학식 없는 무예 실력은 필부의 용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하고, 평가 절하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조창은,
"소자가 볼 때에는 사내 대장부가 지금과 같은 효웅이 다투는 난세에 태어난다면
위청(衛靑: 전한 무제 때의 장군으로 흉노족을 물리치는데 큰 공을 세움)과 곽거병
(藿去病: 전한 무제 때의 명장)을 본받아 군마를 끌고 나가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천하를 평정하여 백성들을 구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네 말을 들으니, 네 목표가 대장군인 모양이구나." "네!" "말해 보아라, 그럼, 좋은 대장군
은 어떠해야 하겠냐?" "논공 행상을 뚜렸이 하고, 철저한 무장을 하고, 적 앞에선 두려움
이 없어야죠." "올커니!... 그 말만 들으면 정말 너는 대장군 감이군! 그러잖아?..."
조조가 기쁜 얼굴로 정욱을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 정욱도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조조의 말에 추임새를 넣었다. "가 봐라!" "옛!"
"무장들이 마상 궁술로 위용을 뽐냈으니, 이젠... 학식 풍부한 문관들의 재주를 봅시다."
조창이 물러나자 조조가 즉시 백일장 경연을 명하였다. "시제를 내려 주십시오 !"
문관들이 일제히 복창하였다. 조조가 잠시 머뭇 거리다가 시제(詩題)를 말한다.
"주제는 동작대로 하겠소!"
그리하여 자리에 참석한 문관들은 동작대를 시제로 하여 일제히 글을 짓기 시작하였다.
이런 문관이 참석한 자리에는 조조의 둘째 아들 조비와 셋째인 조식도 있어, 그들도 문관
들과 함께 붓을 들어 글을 지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백일장이 종료되고, 심사관의
손을 거쳐 조비와 조식의 글이 조조에게 올려졌다. "승상, 조비 공자와 조식 공자의 글이
앞,뒤를 다투는 것으로 심사되었습니다. 승상께서 직접 장원을 골라주십시오." 정욱이
셋째 조식의 글을 조조에게 올렸다.
조조가 조식의 글을 보더니, "사마의?" 하고, 불렀다. "예!" 백일장 자리에 함께 있던
사마의가 대답하고 조조에게 다가간다.
*인물평. 사마의(司馬懿 : 179 ~251년) 조조가 위(魏)나라의 기초를 마련하는데 공헌한
권신이며, 후일 서진(西晉) 왕조의 시조이다. 자는 중달(仲達)이고 하남성(河南省) 온현
(溫縣) 출신으로 조조의 청으로 그의 수하가 되고, 조조의 아들 조비(曺丕)가 위나라를
세운 뒤로 그 뒤를 이은 명제(明帝), 제왕(帝王) 등 3대 황제를 섬겼다. 그러는 가운데
대도독(大都督)을 지내며 위나라 왕조의 군사를 통솔하여 절대적 권력을 가졌다.
이런 권력은 후일, 그의 손자 사마염 대에 이르러 위나라 제위를 빼앗아 진나라를
일으키는데 터전이 되었다. 그는 조비의 유언을 받아 명제와 제왕을 훌륭히 보좌하였으
며, 위,촉,오 등 삼국의 정립을 유지하는데 공헌하였을 분만 아니라, 특히 촉한(蜀漢)의
제갈공명(諸葛孔明)을 오장원(五丈原)에서 막아, 그의 의도를 꺾은 것은 유명한 일이다.
또 요동(遙東)을 정벌하여 요동태수 공손연(公孫淵)을 멸망시키고 위나라 영토로 삼았다.
그뒤로 남방의 오(吳)나라와 대치하며 회하(淮河)유역에 광대한 군둔전(軍屯田)을 만들어
국방을 튼튼히 하는 일에도 신경을 썼다. ...
"이 두 편의 글을 모두에게 읽어주게, 먼저 조식 껏 부터..." 조조가 이렇게 말하면서
사마의에게 셋째 조식이 올린 글을 건네주었다. 사마의는 조조로부터 글을 건네 받아,
백일장에 참석한 단하의 문관들을 향하여 큰 소리로 글을 읽어 내렸다.
"동작대에 올라 아름다운 황성을 내려다 보니, 꽃 구름이 조차 떠 다니네 창공에 새들이
제제대며 기쁜 소리를 지르니 이 아니 기쁠 손가. 일월 또한 밝게 비추니 영원한 존귀함
은 끝이 없어 신선의 수명과 같을레라." ...
"이제, 조비 껏..." 조조는 아무런 시평을 하지않은 채로 이번에는 조비의 글을 건네 준다.
사마의가 조비의 글을 펼쳐 들고 읽기 시작한다.
"누대에 오르니 위는 천하 아래는 물이로다. 맑은 물에선 곤이가 노닐고 충성을 다하니
황제 폐하께 충성을 다하고..."
"그만, 그만!..." 조조가 시문이 불쾌한 어조로 명한다. 그리고 심사관으로 참석한 종요
(字: 袁商)에게 묻는다. "이보게 원상, 이 두 글이 어떤가? 어디 말해 보게." 학식이 높은
종요가 두 글의 심사평을 아뢴다.
"조식 공자의 글은 화려하면서도 기세가 넘치나, 조비 공자의 글은 극히 평범하고 원기
가 없습니다." "음! ..." 조조는 자신의 생각과도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하며 긍정의 고개
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조식?" 하고, 셋째 아들을 불렀다. "예! 아버님." "시를 들어보
니, 네가 그동안 글을 얼마나 열심히 읽었는지 알 수가 있다. 조금 전 창이가 마상 궁술로
장원을 해 내가 전포를 하사했는데, 너는 이리 좋을 글을 썼으니 너도 상을 내리마.
내가 천자께 아뢰어 너를 평원후(平原侯)에 봉하겠다."
"고맙습니다 아버님!" 조식이 아버지에게 무릅을 꿇고 감사의 절을 해보인다.
"감축드립니다. 셋째 공자!" "감축드립니다. 평원후!" 자리에 함께 한 대소 신료들이
일제히 앙축의 소리를 드높였다.
*조조의 아들... 조조는 아들 다섯을 두었습니다. 첫째는 조앙(曺昻)으로 조조를 따라 남양
의 장수(張繡) 정벌에 참여 했다가 죽었습니다. 기억나십니까? 소주병의 삼국지 93)편..
화를 부른 조조의 외도 때문에 벌어진 일로, 94편) 그의 맏아들 조앙이 죽었습니다.
둘째는 조비(曺丕)이고, 셋째는 조식(曺植), 넷째는 조창(曺彰)입니다. 그러나 둘째와
셋째는 앞으로 쓸 일이 많이 있어, 인물평에 대해선, 자세히 밝히지 않겠습니다.
너무 세세히 인물평을 하게 되면, 삼국지 읽는 재미가 반감하기 때문입니다.
이해되시죠? ...
이때, 종요가 일어나 아뢴다.
"승상, 셋째 공자의 시문중에, 일월이 밝게 비추니 영원한 존귀함은, 이란 구절은 승상
의 공적을 가장적절하게 표현해 보인 말입니다." "응? 아, 하하하!..." 조조는 기쁨의 넘치
는 웃음을 소리내었다. 종요의 말이 이어진다. "허나, 저희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천하의
대임을 맡아주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늙은 신료가 일어나 아뢴다.
"종 대인의 말이 옳습니다. 승상의 공덕은 한량없어, 천명을 받들 수 있다면, 이는 자신의
복이옵니다."
"하하하하!... 여러분! 아, 아!..과 하오. 난 그저, 우매한 사람이오. 효렴(孝廉: 효자와 청렴
한 사람을 뽑아 관리로 임명함) 출신이지만, 마침 난세를 만나 조정의 전군교위(戰軍敎尉)
에 임명되었고, 부득이하게 조정을 위하여 검을 들어 힘을 쏟았소. 당시에는 한 가지
생각 뿐이었소. 내가 죽으면 묘지에 뭐라 새길 것인가 ?...해서, <정서 장군 조조>,
이 정도면 족하다 생각했소. 허나, 예상외로, 한번 오르니 못 내리겠더군, 내가 수 십년
간 천하를 위해서 일해 왔던 모든 것이 국적(國敵) 토벌과 백성을 구하기 위해서였소.
허나, 뜻밖에 천자의 은혜로 천자를 보좌하는 승상에 올랐으니, 불안하고 초조하기만
하오. 이런데 내가 뭘 더 바라겠소? 응?... 솔직히 예전부터 모든 병권을 다 내주면서 내
뜻을 밝히고 싶었소. 허나, 한실(漢室)을 위해서, 천하 백성들을 위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소. 생각해 보시오! 현 천하에 나 조조가 없었다면 황제를 자칭하는 자가 얼마나
많았겠소? "
조조는 손가락까지 꼽아 보이며 열변을 토하였다. 종요가 그 말을 듣고 다시 아뢴다.
"승상의 굳은 일편단심은 과거 이윤이나 주공도(伊尹, 周公 : 재상으로 이름을 떨친
두 사람) 승상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조조가 그 말을 듣고 비로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허나, 모든 사람들이 자네, 원상처럼 생각하지 않아 ! ... 혹자 들은 내 권력이 과해, 망상
을 꿈꾸며 흑심이 있다고 여기지 !... 심지어 사사로이 결탁해 나를 해치려 하오. 내 오늘
똑똑히 밝히지만, 그 자들의 생각이 틀렸어 !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오늘 참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전하시오. 나 조조는 절대 그런 인물이 아니라고 말이오!"
조조는 목소리와 핏대를 높여 웅변을 하듯이 이렇게 외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