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르드에서 발현한 성모님을 기념하는 오늘은 교회에서 정한 ‘세계 병자의 날’입니다. 먼저... 세상을 바라볼 때 아주 단순하게 ‘선과 악’ 2원론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흑백논리’와 비슷한데, 오로지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이게 ‘옳은 것’이면, 그렇지 않은 것은 죄다 ‘잘못된 것 (버려야 할 것)’, ‘악’으로 여기면서 정(正) 아니면 반(反), 가(可) 아니면 부(否), 중간지대는 없고 그저 모든 걸 ‘선과 악’ ‘맞고 틀리고’의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이분법적’ 접근방식입니다.
제가 작년인가 사회 활동가, 조한진희란 분이 쓴 책,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은 아픈 사람들을 더 아프도록 내모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건강한 것은 정상적인 것, 즉 선(善)으로 여기면서, 반면 건강하지 못한 것, 곧 질병은 퇴치해야 할 악(惡)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이루어진 ‘건강 중심 사회’를 비판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병에 걸린 ‘아픈 몸’은 일단 ‘열등한 몸’으로 여길 수밖에 없게 됩니다. 즉 건강한 몸을 ‘정상’ 혹은 ‘표준’으로 삼는 사회, 반대로 아픈 몸들은 ‘열등함’으로 여기는 사회이기에, 아픈 사람은 질병으로 인한 고통뿐 아니라 이에 더해서 괜한 ‘죄책감과 자기혐오’로 2중의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엔 분명히 건강을 잃었더라도 담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또한 아픈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무조건 동정하거나 기피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의 동료로서 함께 살아가는 문화가 정착된 사회가 좋은 사회인 것입니다. (* 미국에선 어린이 장난감 인형에도 휠 체어를 탄 인형, 척추, 허리가 휘어서 보조장치를 찬 인형들이 판매된다는데, 어려서부터 그런 이들이 ‘이상한 사람’이 아닌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의도) 때문에 저자는 ‘아픈 몸’에 대한 편견은 바로 성차별이나 가난한 사람 배제, 소수자 혐오 등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을 합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아픈 환자들에게 우리가 조심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넌 금방 나을 수 있어, 넌 의지가 강하니까 충분히 나을 수 있어”라는 이야기입니다. 얼핏 들으면 따뜻한 위로의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병이 낫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듯이 무심히 던지는 이런 말은, 환자에게 위로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를 꺾는 잔인한 얘기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 환자 당사자는 속으로 2중의 고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가 보면 늙음(노화)도, 또 장애를 가진 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돌봄, 케어를 필요로 하지만, 그런 돌봄이 그들이 ‘비정상’이기 때문에, 시혜를 베풀 듯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를 못 할 것입니다.
또 한 번 말하지만 환자는 곧 ‘정상에서 벗어난 사람, 정상이 아닌 사람, 즉 비정상인’, ‘무조건 돌봐줘야 할 대상’으로 거칠게 정의 내려 버리는 이런 태도는 그들을 두 번 죽이는 폭력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