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외에/이외에 띄어쓰기와 띄다/띠다 맞춤법
한글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면이 있다. 맞춤법적으로 혼동되는 어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중 2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점역교정사 업무를 하며 이거인가 저거인가 헷갈려서 인터넷을 찾아야 했던 경우들이다. 간혹 잘못 이해해서, 또는 판단 착오로 오답으로 교정한 사례도 있었다는 걸 솔직하게 밝혀둔다.
먼저 첫 번째 소개할 띄어쓰기에 관한 사례는 '이 외에'와 '이외에'의 예시이다.
결론부터 적자면 '이 외에'와 '이외에'는 어느 하나가 틀린 게 아니라 '이 외에'와 '이외에' 둘 다 쓸 수 있다.
판단 기준은 문맥을 보며 찾아야 한다. 솔직히 하나로 통일된 게 아니라서 교정사 입장에서는 참 까탈스러운 부분이다. 다음은 그 각각의 예문들이다.
1. 점필과 점자판, 점관, 그리고 점자지가 있다. 이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2. 며칠을 굶었더니 먹을거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떤가? 두 문장의 '이 외에'와 '이외에'의 용법을 딱 보고 구별할 수 있겠는가?
솔직히 본인도 막연하다. 때문에 설명문을 정리해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1번 예문의 '이 외에'는 띄어썼는데, '이것 외에'라는 뜻으로, 지시대명사 '이'와 의존 명사 '외(外)'가 결합된 경우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띄어서 써야 한단다.
다음으로 2번 예문의 '이외에'는 붙여서 적었는데, '이외(以外)'는 일정한 범위나 한도의 밖을 나타내는 명사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와, 자고로 한글이나 영어나 문법은 알 듯 말 듯하다. 내가 이해력이 소박한 편인가?
어쨌든, '이 외에'든 '이외에'든 둘 다 의미에서 유사하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요령을 준비했다. 인터넷 검색에서 찾았다. 설명할 때 띄어쓰는 '이 외에'는 1번으로, 붙여서 쓰는 '이외에'는 2번으로 칭하기로 한다. 쓰려니 번거롭고 길어서리.
1) 지시 대명사 '이'에 '외'가 이어진 1번은 문장의 앞에 나오는 반면에, '2번은 항상 명사 다음에 나오는 특징이 있단다.
(EX)
이 외에도 팥에는 다양한 효능이 있다.
팥죽 끓이는 데 팥 이외에 또 무엇이 필요한가?
참고로 팥죽 관련 지문을 교정하며 본 적이 있다. 그것도 최근이었다. 2020년도 말이다. 'GUK158'로 대변되는 간행물의 지면에서였다. 뒤늦게 실수를 깨달아서 자괴감 느낀다.
2) 1번은 '이'를 생략할 수 없지만 2번 '이외에'는 '이'를 빼도 말이 된다고 한다.
(EX)
영화관에 가면 팝콘이지. 핫도그든 콜라든, 팝콘 외에 다 아웃이야! - O
영화관에 가면 팝콘이지. 핫도그든 콜라든, 팝콘 이외에 다 아웃이야! - O
* 둘 다 맞는 표현이다.
3) '이 외에'의 1번에서는 '이'를 '이것'으로 대신해 쓸 수 있다. 그러나 2번의 경우에는 '이' 대신 '이것'을 넣어 쓰면 문장이 이상해진단다.
(EX)
코로나19 시대에 외출할 때 마스크와 소독제는 필수품이다. 이것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할까?
꽃집의 무수한 꽃 가운데서도 분홍 장미 이것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 X
아이구, 정리를 하면서도 이게 맞는 예문인지 머리에 지진이 나고 있다. 그냥 쉽게 1번은 무조건 문장 앞에 오고, 2번은 문장 중간에 오며, '이것'을 넣었을 때 이상해지는지 확인한 다음 골라서 쓰자. 지시 대명사고 뭐고 그런 자세한 건 국어원 연구원들이나 고찰하라고 해!
다음 두 번째 맞춤법 관련 사례는 '띄다'와 '띠다'의 예문이다. 이건 약칭 'BF' 간행물을 교정하며 본 지문이다. 의외로 혼동하는 경우가 왕왕 있더라. 대표적으로 MY FATHER.
거기 당신, 웃지 마라! 댁네들은 뭐 안 헷갈릴 거 같은가? 같은 처지끼리 도토리 키 겨루기 같은 거 하지 맙시다!
일단 예시문부터 보도록 한다.
몸 색상은 주황빛을 띠고, 눈망울은 초롱초롱하다.
무표정했던 얼굴이 변했다. 입술에 미소가 눈에 띄었다.
사실 '띄다'고 '띠다'고 둘 다 맞는 표현이다. 틀린 거 아니란 거. 단지 용법이 다를 뿐이다.
이래서 한글이 어려운 것!
우선 '띄다'는 '띄우다'의 준말이다. 간격이 벌어진다는 '뜨다'의 사동형인 '띄우다'가 다시 줄어들어 '띄다'가
되었단다. 여기서 사동형이 뭐냐고 묻지 말자. 쓰는 본인도 잘 모르니까.
한편 '띠다'는 물건을 몸에 지니다, 용무나 사명 따위를 지니다, 감정이나 기운, 색상 따위를 나타내다, 어떠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등등 사용 범위가 넓은 편이다.
한마디로 '띠다'가 더 많이 쓰인다. 하지만 '띄다'도 무시 못한다. 역시 이 두 표현도 문맥을 잘 보고 따져서 수정하든 고치든, 쓰든 지우든 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도 예시문과 요령을 마련했다. 자세한 문법적 이해는 차치하자. 중요한 건 오타 잘 잡고 틀리지 않게 쓰는 거니까.
1) '띄다'는 '눈'에 보이거나 거리, 공간적인 내용이 나올 때 활용된다.
(EX)
몇 걸음 물러서서 상대와의 거리를 띄었다.
발표자도 아니면서 빨간색 크라바트를 목에 두르다니. 너무 눈에 띄잖아!
2) '띠다'는 실체가 모호한 어떤 기운이나 특징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MY FATHER는 그 형질을 '자체 발광'이라고 정의했는데, 머리에 콱 박히는 맞는 표현이다.
(EX)
밥상에 올라온 구절판은 화려한 빛을 띠었다.
온갖 수난 속에서도 그는 자신이 지닌 바 사명을 잊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항상 어떤 결기 같은 의지를 띠고 있었다.
이상, 오늘의 오탈자 노트, 아리송한 우리말 정리 끝!
다음 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다음 2회를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