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끝났다.
노메달로 복귀한 탁구팀에게 쓴 소리가 시작되었다.
예정된 수순이다.
과거의 영광을 DNA에 새긴 탁구인들, 스포츠 언론인들 입장에서 노메달의 원인을 찾아 쓴소리를 하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한국 탁구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충심의 행동이다.
그런데 우리 생활체육 탁구인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그리고 한국인들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없던 일이 일어났다.
한번 되짚어 보자.
1. 중국 탁구에 진 것, 일본 탁구에 진 것을 통한의 마음으로 분노하는 사람이 없다. 담담히 실력 차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비단 탁구만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 한국의 성적은 최근 대회들에 비해 빈약하지만 그것 때문에 국민들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2. 과거와 달리 1등을 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국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쏟아졌다.
탁구의 신유빈 선수를 비롯해 여자 배구팀과 김연경 선수도 그렇고,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도 그렇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상당히 약화된 것 같다.
3.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 기본적으로 올림픽을 국가 대항의 경기로 보아 왔다. 그러나 올림픽은 국가 대항의 경기가 아니고 비정치적인 스포츠 축제이며, 국가간 메달 순위를 매기는 것도 올림픽 위원회에서 하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남북 분단 상황의 한국은 오랜 세월 스포츠를 국력의 상징으로 여겨 왔다.
북한은 물론이고 숙적 일본에게 지면 안 되고,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모든 선수들은 가슴의 태극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한번 보자.
이번 올림픽 과정에서 일본에게 뒤지는 메달 집계를 우리 국민들이 신경을 썼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4. 올림픽 때마다 오심 문제는 국민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었다.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빼앗긴 김동성 선수 경우는 미국의 안톤 오노가 대한민국 전체의 원수가 되어 버렸다.
오심은 국력이 약해서 당하는 설움으로 여겨졌고 곧잘 국가적인 사안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여자 배구팀이 일본 심판에게 편파적으로 대우 받은 듯 하지만 크게 이슈화가 되지 않는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듯도 하고 전반적으로 승패에 대한 집착이 줄어든 것도 같다.
5. 그 동안 분단국, 약소국의 설움을 스포츠가 달래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국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우리에게 큰 소리를 치는 국가 선수들을 이겨줄 때 상당한 대리만족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은 그렇지 않다.
올림픽 메달에 대해 국위선양으로 보는 시각이 현저하게 역해졌다.
6. 한국은 국가대표 뿐만 아니라 모든 단계의 선수들에게 지원이 있는 나라이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해마다 운동부 학생들을 돕기 위한 성금을 자체적으로 거뒀고 어디에 쓴다고 보고도 없는 모금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운동 선수들에 대해 그런 국민적인 연대감이 상당히 약해진 것이다.
우승은 개인의 영광이지 국위 선양이 아닐 수 있다.
7. 한국 탁구팀의 노메달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노메달을 수치스럽게 여기는 국민들이 적다.
우리는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알고 있고 실력에 의한 패배를 억울하게 보지 않는다.
그러니 이번 글은 여기서 일차 갈무리를 하자.
올림픽 메달이 갖는 가치가 바뀌었다.
8. 그럼에도 한국 탁구가 다시금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서게 위해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9. 한국 탁구의 가장 큰 문제는 선수도, 감독도, 협회도 아니다. 바로 얕은 선수층이 문제다.
독일의 경우도 초등학교때 탁구를 시작했다가 중학교가 되면 실력 없는 선수들이 반 넘게 도태된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한다. 일본, 중국, 다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선수들이 없다 초등학교 때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그만 두는 경우가 있지만 일단 중학교만 가면 성인이 되기까지 선수로서의 삶이 보장된다.
중학교, 고등학교 팀을 가 보면 탁구가 싫지만 탁구 외의 길에 없어 탁구를 하는 선수들이 절반이다. 코치들은 선수가 한명이라도 운동을 그만두면 단체전 구성이 안 되니 한 선수도 낙오시키면 안 된다.
10. 가끔씩 중국 지도자들을 데려 오자고 한다.
상당히 조심할 부분이다.
중국은 선수 낙오가 흔하다. 혼내면서 가르칠 필요도 없고 개개인에게 감정적으로 관심을 쏟으며 가르칠 필요도 없다. 잘 못하거나 게으르면 내보내면 된다.
사실은 전 세계가 그렇다.
선수는 살아남기 위해 애를 써야 하고 지도자는 그들이 열심을 보일 때 케어한다.
그런데 한국은 단 한명도 낙오하면 안 된다.
한명의 낙오가 곧 팀 해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지도자들은 자질이 없는 선수를 끌어 올리는데 탁월한 기량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코치진들은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는 문화가 없는 곳에서 지내왔다.
실력은 좋겠지만 선수를 다독이며 탁구선수로써 생존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언어나 감성적 접근 방법의 차이가 클 것이다.
11.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은 상당한 성숙도를 보여주었다. 세금으로 운동하고 올림픽에 나갔으니 국가를 위해서 꼭 메달을 따야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12. 국민들이 성숙해 졌으니 협회도 성숙해지자. 다 잘못 해도 메달만 따면 용서되는 시대는 지났다. 생활체육인들은 탁구 협회가 보다 더 디테일하게 생활체육을 챙겨 주기를 기대한다.
탁구 선수층이 얇은 것은 결국 탁구 저변 확대가 해결 방안이다. 협회가 그 부분에 더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코로나 상황이니 많은 부분에서 제약이 있지만 그래도 리그전 같은 묘수를 계속 찾고 진행해야 한다.
13. 탁구 발전을 위해 기업이나 국가, 지자체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은 반대한다.
한국만큼 탁구 선수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드물다.
코로나로 주춤하긴 하지만 선수 생활 그만두면 레슨 코치로 안정적인 삶이 거의 모든 선수층에게 보장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오히려 열심히 하지 않아도 낙오되지 않고 안정적인 직업이 보장되는 것이 더 문제이다.
그러니 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생체 코치로 가려하고, 가뜩이나 얇은 선수층이 더 얇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글을 정리해 본다.
한국 스포츠의 패러다임이 이번 올림픽에서 바뀌었다.
이제 엘리트주의가 크게 약화되었다.
그러니 생활체육에 대한 보다 더 큰 관심과 예산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수나 협회에 대해서 쓴 소리를 할 시기가 지난 것도 같다.
결국은 선수 개개인의 문제이니 말이다.
첫댓글 또다른 측면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선수출신들은 동네 탁구장 코치로 활동하면서 퇴직금도 없어, 보너스도 없어, 성적이 좋으나 안좋으나 레슨코치로 버는 돈의 한계(20분당 가격x 일하는 시간)가 명확하니 다들 용품사업에 뛰어들고, 자신들 이름 들어간 용품 팔고, 탁구선수 돈 잘 번다는 소리 없으니 부모들도 애들 탁구 안시킨다 하던데
오스카님은 선수은퇴해도 레슨코치 하면 되니 한국만큼 탁구선수가 안정적인 삶 살기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역시 관점은 다양합니다
예, 특히 코로나로 인해 선수들의 코치로서의 삶이 아주 불안한 것이라는 점이 확인 되었죠.
그런데 모든 선수 출신들이코치를 할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어요.
우리가 탁구 선진국으로 여기는 독일도 코치 시장이 매우 작습니다.
즉 상대적으로 타 국가들에 비해 선수출신들이 갈 곳이 있는 편입니다.
선수층이 얇은것에 동의합니다..탁구부 있는 고등학교가 서울에 한곳인가 그렇다죠? 10명중에 잘치는 3명과 1,000명중에 잘치는 사람 3명과 상식적으로 후자가 더 실력이 좋을 확률이 높겠죠.. 유승민과 같은 선수가 아주아주 특별했던거죠.. 2002년에 축구가 4강 신화를 쓴것처럼..
인프라에 비한다면 우리나라 탁구는 아주 잘 하는거라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예, 그 얕은 선수층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내 왔죠. 앞으로는 때려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열삼히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더 많은 선수들이 경쟁해야죠.
10 번에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엘리트 선수층에서의 무한 경쟁을 일으켜서 좋은 영향을 줄거 같습니다. 무능한 100명이냐 유능한 1명이나하면 생체는 무능한 100명이 나을수 있지만 엘리트 소위 말하는 메달권 선수에 대해서는 선수 숫자는 많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국 코치에 대해서는 엘리트 선수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선진 기술에 대해서 접근 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3 번 주장에 대해서도 선수 저변이 줄어든다는 주장에 약간의 모순이긴 합니다만 생체로 나가는 선수들이 초 엘리트는 아닙니다. 그리고 생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초 엘리트는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선출 코치의 증가는 코치간의 경쟁으로 코치의 질의 상승 시킬 수 있으며 학교가 아닌 학원 학생 체육 등으로의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선수를 발굴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선수 발굴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선수층을 두껍게 해주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오스카님이 말씀 하시듯 메달 = 국위선양이라는 인식은 많이 희석되었으며 결국 극소수의 엘리트와 다수의 생체가 공존해야 무한 엘리트 경쟁과 선수층의 확보라는 두개 해결 될것입니다.
10=>
엘리트 선수들에게 중국 코치가 필요하다면 초등학교 기본기를 다지는 선수들에게 필요할 거에요. 그런데 중국 코치들은 어린 선수들에게 시합 요령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시스템 자체가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기본기 위주로 되어 있어요. 그러니 초등학교 팀에 오면 성적을 못 내서 쫓겨날 확율이 높습니다.
만약 중고등학교 코치로 온다고 해도 의미는 있겠지만 이미 중국식이 아닌 드라이브를 다시 뜯어고치기 어렵죠.
흔히 유럽 코치들이 중국에 대해서 하는 말이 러버가 다르니 스타일이 다르고 배우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즉 초등학교부터 중국 러버와 스타일로 배우지 않으면 어렵다는 얘기죠.
이와는 달리 중국에 가서 같이 훈련하는 것은 한국 중고등학교 선수들에게 매우 유익합니다.
13 => 초 일류가 아닌 선수들도 코치가 되어 생계가 유지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정도일 겁니다. 반면에 가뜩이나 숫자가 적은 성인 선수들이 조기 은퇴를 하고 탁구장 코치로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한국 탁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제일 잘 하는 선수출신 코치들이 초등학교로 가야 합니다. 초등학교 코치 급여가 최소 탁구장 코치보다는 많아야 해요.
@Oscar 10번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수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 코치에서 배운 선출이 유소년을 가르치게 되지 않을까요?
13번 선수층이 얊아 질수 있겠으나 나오신 분을이 열심히 ? 하신다면 장기적으로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으로만 생각하는 걸까요?
@젬젬 한국 탁구가 약한 것이 아니고 현재의 선수들이 약한 것이죠. 우리가 강했을 때는 세계 랭킹 10위 안의 선수들이 3명씩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 탁구를 했죠.
지금 일본도 일본 특유의 탁구를 하지요.
중국 코치를 데려오면 선수들이 용품부터 사고방식까지 중국적으로 되어야 제대로 지도를 받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람직할까요?
일반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난
신선한 글이로군요.
공감이 갑니다.
감사합니다 ☺️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적으로 오스카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확실히 1등만 기억하는세상이 뭔가 약화된거 같긴 합니다. 다만 지도자만큼은 중국이든 어디던 적극적으로 데려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종목에서는 외국인 코치,감독을 잘 쓰는데 왜 탁구만큼은 그렇지 않은지, 종목의 특수성이 있는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13번에 대해서는 다른종목에비해서 지원이 매우 적은편? 이라고 생각하는데...또한 선수들이 그만둔 후에 코치로 가는것이 다른 나라보다 여건이 좋다고해서 비교적으로 안정적인 것이지 한국에서는 절대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별도로 글 작성해서 올릴께요.
감사합니다 ☺️
좋은 글이라 생각됩니다...저도 오스카님의 생각에 거의 동의합니다만...
한국만큼 탁구 선수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드물다.
코로나로 주춤하긴 하지만 선수 생활 그만두면 레슨 코치로 안정적인 삶이 거의 모든 선수층에게 보장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 엘리트 탁구(운동)선수 시스템의 최대단점을 이런식으로 미화시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도 이런 주장을 하시던 영상을 봤었는데요...
탁구선수했으니 모두가 은퇴 후 코치, 감독을 하는게 당연하다는 인식도 별로 찬성하지 않습니다.
독일을 포함 유럽국가 또는 미국...아니 가까운 일본을 예를 들면...
네...탁구선수들이 은퇴 후 레슨코치를 하기 상당히 어렵다는건 사실입니다...아니 잘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왜냐하면...대부분의 실업(기업)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정년까지 그 기업에서 정사원으로 계속 일하기 때문이죠...
일본생명 탁구선수들은 선수은퇴 후...일본생명에서 정년까지 일합니다...정사원이거든요...
그정도로 은퇴 후 삶에 대한 길이 보장되어 있다는 겁니다. --> 이런게 안정적인 삶이 아닐까요??
일본 시스템은 본래 평생 직장 개념을 가진 일본 사회에 맞는 개념이겠죠.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 코치 일자리는 매우 부족하고 급여도 높지 않습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죠.
완전한 피라미드 구조입니다.
우리나라처럼 한번 시작하면 도태될 염려 없이 평생 선수, 코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상세한 의견 별도 글로 남기겠습니다.
사실 남탁 단체전 빼고 메달 기대도 안했습니다만...아쉽네요
예…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