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지대에 자리잡은 진안군은 청정지대다.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지만 내실은 깊어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귀농1번지’라는 찬사답게 전국에서 ‘흙’이 좋아 찾아드는 인파가 적지 않다.
전북 진안군은 도시인들이 정착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 그친 시골마을을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살 만한 농촌’으로 변모시키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인삼고장이란 명성답게 최근 홍삼브랜드로 각광받고 있다. 북한의 개마고원과 쌍벽을 이룬다는 곳이 전북의 진안고원이다. 특히 우리나라 오지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이곳은 평균 해발 400m인 고원지대의 전형적인 특징이 잘 살아 있어 천혜의 고장이란 명성을 얻고 있다.
고원위의 물안개를 보셨나요
백운면 신암리 원신암 마을을 지나 북쪽으로 오계치 고개를 향해 오르다 오른쪽 계곡으로 들어서면 섬진강 발원지인 데미샘이 나온다. (진안구청 제공)
도시인은 답답하다. 일상을 탈출해 진안군에 닿으면 당장 느끼는 것은 시원한 청량감이다. 진안에는 용담호가 있다. 금강의 청정수를 담수해 놓은 곳이다. 이른 아침 용담호에 가보라. 고즈넉한 수면 위로 춤추듯 피어오르는 하얀 물안개는 가히 몽환적이다. 하늘에 여명이 깃들고 물가에 환한 빛이 내려앉을 즈음, 새벽 물안개의 군무는 물굽이 따라 소리 없이 펼쳐진다. 뽀글뽀글 기포 위로 피어오르는 한 가닥 하얀 실마리에 넋을 뺏긴다. 찌든 잡사를 비껴놓고 수면을 바라보면 어느새 물안개는 한데 모여 일렁인다. 산허리를 휘돌고 넓은 수면을 뒤덮어가는 광경에 힘이 솟구친다.
같은 호수라고 물안개를 다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교차가 큰데다 바람 한점 없이 맑기 까지 해야 한다. 진안 용담호는 고원지역답게 바람이 적어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진안고원에서는 옛 고향의 향기도 제법 난다. 농산촌인 만큼 가을걷이가 끝난 논두렁에 가지런히 놓인 볏짚과 낙엽을 모아 태우는 정겹고 구수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잎을 다 떨군 감나무 가지에 가득 매달린 감의 주홍빛 선명한 색은 몸과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암마이산과 숫마이산의 절묘한 조화
국사봉에서 마이산을 바라보았다. (진안구청 제공)
해발 686m의 암마이봉과 680m의 숫마이봉으로 이루어진 마이산. 그 속에는 수많은 신비와 전설, 그리고 역사가 녹아있다. 마이산 역암층은 대체로 1억년에서 9000만 년 전에 퇴적돼 고화된 암석으로 추정된다. 그 뒤 지각 운동에 의해 솟아올라 현재와 같이 지표면에 노출됐다. 신라시대부터 나라에서 제향을 올리는 명산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요즘 같은 계절에는 산허리가 안개에 휩싸인 마이산을 감상하기에 적기다. 해 뜨기 전 마이산 북쪽 부귀산에 오르면 새하얀 안개 속에 두 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은 마이산을 볼 수 있다. 참으로 귀여우면서도 신기하다. 바다 위에 떠있는 섬처럼 봉긋 솟아있다.
마이산 주능선은 백두대간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이어진다. 자연석으로 축조한 돌탑군은 현대과학으로 풀 수 없는 숙제다. 자연이 만든 신비의 극치가 마이산이라면, 인간이 만든 신비의 절정은 자연석을 쌓아 만든 돌탑이라 할 것이다. 폭풍우가 몰아쳐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진안은 물길의 시작이기도 하다. 남해안까지 500리 넘게 달려가야 하는 섬진강의 시원 ‘데미샘’이 있다.
진정한 인삼의 메카 홍삼스파로 거듭나
진안홍삼스파 음사운드플로팅실에서는 수중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진안구청 제공)
마이산 바로 턱밑에는 홍삼스파가 대기중이다. 홍삼을 활용한 고급 휴양 시설인 진안홍삼스파는 12월 15일 문을 열었다. 홍삼한방과 음양오행 프로그램을 가미한 국내 유일의 스파테라피존이다. 건조, 아쿠아, 건식, 습식, 버블의 오행프로그램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목까지 홍삼거품을 채워 목욕을 한 뒤 안개와 이슬비로 샤워를 할 수 있다. 또 나무 침대에서 마른 약초와 건초를 덮고 쉴 수도 있다. 2층과 3층에서 웰빙스파를 즐기고 옥상에 위치한 하늘정원에 올라보자. 마이산을 바라보며 즐기는 야외스파는 일본의 노천탕을 떠올리게 한다. 이 시설은 진안군이 국내는 물론 선진국 스파시설 및 스파 설비업체들을 찾아 디자인한 시설들이다. 입장료는 3만9000원. 인근 홍삼빌은 마이산이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26개 객실을 갖추고 있다.
연면한 전통 이어온 진안홍삼
진안은 예로부터 산고수장(山高水長 )의 고장으로 수려한 자연경관과 청정자연을 가지고 있다. 진안 인삼은 다른 지역 보다 특히 향이 진하고 항암효과에 탁월한 사포닌 성분이 높다. 생산량은 전국 인삼의 7.7%다. 인삼은 수삼으로 판매되거나 홍삼으로 가공되어 판매된다. 연간 수삼판매를 통해 42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홍삼가공을 통한 소득은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지역적 특성은 홍삼·한방산업을 진안의 미래를 열어갈 성장 동력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진안 인삼·홍삼의 통합브랜드인 ‘진안蔘’이 선보여졌다. 진안 홍삼 해외 마케팅 거점으로 홍콩섬 중심가 셩완(上環)지역의 씨에스타워 빌딩 2층에 현지법인도 열었다.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의 대형 시장 개척에도 힘쓰고 있다. 국내 대도시권 공략은 이미 본격화 됐다.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인삼홍삼을 판매하는 마이산골 진안숍을 열었다. 올해 추가로 서울, 일산 등 9곳에 홍삼 전문판매장을 개설했다. 올해 안에 익산, 대구, 부안, 서울 등 4곳을 더 추가하고, 내년까지 크고 작은 판매장 50여개를 추가로 더 열 계획에 있다.
아토피 걱정 이젠 맘 놓으세요
정천면의 조림초등학교. 겉보기엔 평범한 시골학교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크게 다르다. 분필 가루를 없애기 위해 물백묵을 사용하고 공기청정기까지 설치했다. 벽은 모두 친환경 황토와 편백나무로 되어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아토피 치료 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청정함을 무기로 삼고 있는 진안군은 도교육청, 진안교육청 공동으로 ‘아토피 친화시범학교 운영지원’ 에 대한 협약을 체결한 후 4억3000만 원을 들여 학교시설을 친환경자재로 리모델링 했다.
친환경 칠판, 건습도 측정기, 편백나무 산책길, 스파시설 등 아토피 피부염을 관리 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마련했다. 보건교사가 배치됐으며 추가로 식이요법 지도를 위한 영양교사, 교육수준 향상을 위한 원어민영어교사를 배치했다. 이곳에 전학온 학생들은 명상과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방과후 미술치료, 심리상담, 스파치료, 흙 체험학습 등도 할 수 있다. 삼림욕과 농사체험, 친환경 음식 만들기 등도 주말마다 이어진다. 학교 급식 재료는 진안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로 공급된다. 이 학교는 시범학교를 운영 하면서 학생이 애초 20명에서 40명으로 늘었다. 아토피 치료에 적당하고 환경이 좋아서 도시 학생들이 부모들과 전학을 왔다.
학교 인근에 진안군은 100억원을 들여 진안으로 전학 오는 학생들과 부모들을 위한 공간인 ‘에코-에듀센터‘를 내년 착공할 계획이다.
〈경향신문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가는길 자가용 이용시 전주에서 국도를 이용하거나 익산~장수간 고속도로 이용해 진안인터체인치로 나오면 된다. 서울이나 영남, 강원권에서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장수인터체인지로 나오다 익산~장수간 고속도로를 타면 된다.
추가정보 ▲진안 홍삼을 만날 수 있는 곳 = 진안군 이외에 서울과 고양시, 대구 등 전국 6개 도시 14개 판매장에서 진안홍삼을 만날 수 있다. 서울=잠실동(02-423-2453), 제기동(02-965-0912, 1688-3403), 회기동(02-3295- 5755), 중계본동(02-951-3456), 잠실본동(02-2203-7510), 신사동(02-542-2032), 종암동(02-913-2540), 대구=사일동(010-2975-7300), 고양시=일산 중산동(031-975-0411), 전주=우아동(063-245-5070), 서노송동(063-287-8328), 부안=부안읍(063-584-2231), 익산=부송동(016-630-9783)
▲둘러 볼만한 곳 = 진안군 백운면 소재지 원촌마을. 검박하고 예쁜 간판들이 시선을 끈다. 마령면 계서리에는 추억이 쌓이는 정미소가 있다. 사진작가 김지연 씨가 인수해 사진전시용 박물관으로 꾸며졌다. 단양리 진안역사박물관에서 용담댐 건설로 수몰된 옛 마을의 역사와 유물, 진안의 향토사를 볼 수 있다. 용담호를 한바퀴 도는 64.6km 드라이브 코스와 노령산맥의 주봉인 운장산,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 등도 여행 코스에서 빼기 아쉽다.
▲먹을거리 = 진안은 흑돼지를 이용한 음식이 맛있다. 더덕과 고추 등 우수한 특산물을 활용한 산채비빔밥도 대표적인 먹을거리다. ’애저찜‘도 맛볼 수 있다.
▲축제 = 3월 고로쇠축제가 열린다. 시원한 고원에서 채취한 고로쇠 물을 실컷 맛볼 수 있다. 꽃이 피는 5월이 되면 꽃잔디허브축제도 열린다. 여름(7월말~8월초)이면 마을축제가 열린다. 마을만들기, 귀농귀촌, 도농교류를 테마로 한 축제로 시골 마을의 정을 느끼며 색다른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다.
마이산 운해 마이산은 진안읍에서 남서쪽으로 4km, 전주에서는 동쪽으로 30km 되는 지점에 있다. 이 산은 차량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북부진입로, 남부진입로의 두 곳이 있다. 북부진입로는 전주-진안간 국도와 바로 연결되고, 남부진입로는 북부진입로에서 진안-마령간 국도를 따라 8km를 진입한 지점에 있다. (진안구청 제공)
마이산 인삼밭 뒤로 보이는 마이산/ 진안에 가면 인삼밭을 흔히 볼 수 있다. 마이산 북부진입로로 들어가면 마이봉 두 봉우리 바로 아래 관광단지에서 차를 내려 도보로 분수령인 천황문을 올라 화엄굴, 은수사, 마이산탐과 탐사, 금당사, 나옹암의 순으로 관광을 하게 되고, 남부진입로는 그 반대의 순이 된다. (진안구청 제공)
구봉산 운장산의 한 줄기인 구봉산/ 운장산에서 북동쪽으로 6km 지점에 뾰족하게 솟구친 아홉 개의 봉우리들이 우뚝 서서 다가설 듯이 내려다보고 있다. 구봉산 아래 수암마을에는 신라 헌강왕 1년 무염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황사’라는 절이 있는데 둘레 5.1m 수령 600년을 자랑하는 전나무가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고 있다. (진안구청 제공)
신비한 역고드름 얼음 기둥이 솟는 모습/ 마이산 안에서 겨울철 정화수를 떠 놓으면 기후 조건에 따라 얼음 기둥이 하늘 높이 이내 솟아오른다. 마이산의 지형이 특수한 기압관계를 만들어내어 수면을 누르는 가운데 얼음구멍으로 분출되는 물이 얼어가며 생성되는 고드름이라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진안구청 제공)
석탑군 자연석을 쌓아 만든 천지탑과 석탑/ 이 탑들은 원추형탑 5기와 외줄탑 등 모두 80여기에 이르는데 바윗돌을 쌓아 만든 모습들이 장관을 이룬다. 이 탑들은 풍수비보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마이산으로 응축된 기운을 나라에 좋은 방향으로 발휘되도록 요소마다 비보(허한 곳 흉한 곳을 보완함)의 목적으로 쌓은 탑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대두된다. 마이산도 마이산 탑도 우리 국토 풍수에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음은 ‘택리지’ 등 여러 옛 기록이 잘 시사해주고 있다. (진장구청 제공)
용담호 용담대교/ 용담호는 용담댐으로 만들어진 호수다. 용담댐은 진안군 용담면, 안천면, 정천면, 주천면 일부, 상전면, 진안읍 일부 등 1읍 5개면을 수몰시켜 만들어진 거대한 담수호로 댐높이 70m에 댐길이 498m의 콘크리트차수벽형 석괴댐으로 담수면적이 30㎢, 총저수용량 8억 1,500만톤, 유효저수용량 6억 7,200만톤에 이른다. 이 댐이 건설됨으로써 담수가 시작되자 이곳은 진안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진안구청 제공)
진안홍삼스파 태극버블센스테라피실/ 목까지 홍삼거품을 채워 목욕을 한 뒤 안개와 이슬비로 샤워를 할 수 있다. (진안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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