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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오는 봄
겨울 아침의 시
삼월의 창을 열면
오늘은 당신
동백꽃
동백꽃 길
나이테
그리운 낙산사
라보라 젬마
사랑이 전하는 말
그대 가슴에 꽃이 되어
우리 만날 수 없다 하여도
그 겨울이 다 가도록
너 모르지
겨울 침묵
빗속의 여인
새날 新 태양
홍엽 연가
가을 편지
가을 팽창
가을 앞에 서면
주홍글씨
너를 위한 기도
일출 日出
추락하지 않는 날개
나의 사람아
당신은 알지 못한다
지금이었으면 좋겠다
빗방울은 진주가 되어
愛 花 진달래
에레지의 영토
산수유 물결
달빛 눈부신 밤
꽃눈 터지는 소리
봄날의 전령
결혼 結婚
그대 바라기
꽃보다 향기로운 신록
매화 마을 길손
다만 그대 있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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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어이 오는 봄 / 강명주
봄이 지느러미를 퍼덕일 때마다
꽃이 되었다
기어이 오는 봄은
시간의 가슴지느러미
기어이
오는 봄은 시간의 깃털
샛노란 꽃물 터지면
순간 퍼덕이며
금세 날아오르고 마는
기어이
오는 봄은 시간의 혀
송두리째 마음 빼앗고
온몸 붉게 꽃을 꼽고 마는
그대 나의 애인
파래토의 법칙 같은
어긋남이 없는
삶의 유형화
동ː토(凍土)의 자물쇠 푸는
그대 꽃 꽃 꽃
*동ː토
동ː토(凍土) [명사] 언 땅.
*파래토의 법칙
과거의 경험들이 만들어 준
나만의 어떤 법칙과 공식들이
미래의 일들을 미리 예측하고 방어하게 만든다는 법칙
2...겨울 아침의 시
겨울 강
백두대간 숲 속 깊은 정 두고
예와 서
슬픔으로 우는 까닭은
인연이 되지 못한
인연의 함정 같은 것들
버릴 것 아니 버릴 것
아는 까닭으로
지나던 바람 강물 꼬집어도
적당히 외로워진 체온으로
시려 보는 피톨들
동지섣달의 강이
슬퍼서 어는 까닭은
속 깊은 정
그리움의 옥토가 된 까닭에
아 저 겨울 강 속
인생의 빗장
수런대는 풍경들
아침이면
이슬로 피어날 것들
봄이면
시계가 일어날 것들
3...삼월의 창을 열면 / 강명주
삼월의 창을 열면
꽃이 아프다
흔들리며 그을리며
삼월의 창을 열면
꽃이 고통스럽다
참아도 힘든 가슴앓이
왜 몰랐을까
견디기 어려운 순간
바로
꽃이 되는 줄
왜 몰랐을까
바로
사랑이 꽃이 되는 줄
4...오늘은 당신 / 강명주
당신 춥습니까?
오늘은 희망을 만납시다.
오늘은 사랑을 만납시다.
세월의 강 속에서 상처가 덧나버린 당신
솔기 터진 가슴으로
찬 바람이 숭숭 부나요.
어쩌면
따뜻한 가슴이 더 시리고
또 뜨거워
짧고 긴 비명을 지르는 건가요?
혹독한 바람 앞에
홀로인 듯 서 있는 당신
당신 춥습니까? 두려워 말아요.
알고 보면
우리 모두 춥다는 것,
바람 앞에 등불처럼 그렇게 사는 것,
꽃샘바람 매운 오늘
상처 난 가슴 꼭 싸매어
덧나지 않게 빨간 약을 바릅시다.
외로움이 절명하기 기다리기 전에
포도당 한 병쯤 처방합시다.
힘줄을 세워 봅시다.
사랑을 아는 사람이면
이래저래 슬픈 건
너무도 당연한 일
당신 춥습니까?
오늘은 희망을 만납시다
5..동백꽃 / 강명주
누구는
꽃으로 피었다는데
여태 꽃샘추위는 가슴을 헤집는다
깊고 참된 것일수록
말이 적다고 했는데
그 동백이 그랬나 보다
타닥타닥 핏줄이 얼어 터져
꽃잎이 피는 사이
아름다운 선율을 지닌
느린 무곡 같은 그 겨울
많이도 울었나 보다
살갗을 핥는 외로움에
심장 같은 꽃잎
뱉을 만큼 그만큼
그 겨울 아팠나 보다
임도 없는 가난한 길 모금
체념을 배우고
알량한 자존심을 내던진 붉은 영혼
열일곱 입술 같은 기다림이 되어
동백이라 불리네
6...동백꽃 길 / 강명주
나는
그대 넋을 접수한다
붉은 꽃길
짧은 봄
그리고 연둣빛 동박새
그대
걷는 발밑으로
통째로
떨어지는 그리움
가슴팍 무너진 곳에 꽃씨 한 알
모든 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7...나이테 / 강명주
나무 안에 수액이 흐르듯
내 속에서 수액처럼 흐르던 너
데일 듯 너무 가까워
나를 따라오는 그림자처럼
그 무엇도 끼워 들 수 없었어
정오가 되면
그림자 없는 한 몸이 되었지
나를 이탈한 적 없던 너
칼로 물 베는 싸움으로
날이 가고 달도 가고
어느 날 내 속을 열어보니
두터운 나이테
내 속에서 우기와 건기를 거친 너
큰 물관이 나이테를 따라
둥그런 동심원이 된 거야
열기로만은 절대 만들 수 없는 그런
그 무엇으로도 분리할 수 없는 그런
나의 연륜이 된 거야
8...그리운 낙산사 / 강명주
무엇을 위한 길이었나
높이 뛰고 뛰던 불꽃
끝내 봄을 삼키고 말았는가
꽃샘바람 억세게 불던
사월초 닷샛날
무엇이 그토록 참기 힘들게 하였던가
잔설에 갇힌 나무 나무
이제야 가슴 가슴 열었는데
활활 불티 속에 얼마나 뜨거웠나
아 내 심장이 탄다
추억도 탄다
남향으로 뻗던 감성
가지가지 꿈으로 부풀었는데
하얀 국화 옆에서
새까많토록 그리움만 물고 죽어갔네
아 어제는 가고
그리움은 겹겹
무엇이 그렇게 허기졌던가
저토록 허무하게 검게도 남았나
그리운 눈길 철철이 묻힌 곳
아 그리운 낙산사
9...라보라 젬마 / 강명주
폴 리 에스테르 65퍼센트
면 35퍼센트
연소라 색 옷 하나
목화로 피기까지
물레임무를 완성할 때까지
이십 년이 흘러도 변함없는
명품 잠옷 하나
여기에 이름다움 있네
질로 실 뽑기까지
마전은 또 몇 번
어느 참한 손에 디자인되고
누구의 귀한 손에 박음질 되고
내 나이 이십대에 산
태평양 패션 하나
내가 모를 곳 그 땀 보게 하네
아직도 실오라기 하나 터지지 않는
이 옷가지 같은 운명만 닮아도
성공한 삶이네
목화가 내게 오기까지
참 땀이 소로 시 명품이네
닳을수록 사랑받은
여기에
참 삶 내가 베어 있네
10...사랑이 전하는 말 / 강명주
한 번 붉은 꽃잎
두 번 다시 붉지 못해
자석의 극과 극처럼
어쩔 수 없는
한 남자 한 여자
당신 나의 빙점
사랑의 치수 재어보지 못해도
어쩔 수 없는
내 행복의 크기
당신 나의 통점
사랑의 눈금 재어보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내 아픔의 크기
운명 같은
그물이 그물인 줄 모르는
한 남자 한 여자
11...그대 가슴에 꽃이 되어 / 강명주
나 때문에
너 아프지 말기를
또 너로 인해
나 아프지 말기를
내 생애 단 한 번
내 뼈 속에다 뿌리 내리고
꽃으로 핀 너
내 심장 뛸 때마다
꽃향기 지독한 너
너 때문에
레테의 저 강
건널 수 없는 강
내가 죽어
흔적조차 없어지더라도
정녕
잊히지 말았음
너의 가슴 한 귀퉁이
작은 꽃으로 남았음
12...우리 만날 수 없다 하여도 / 강명주
나무야
우리 서로 만나지 못한다고 하여
섧게 울음 울지는 말자
내가 깜깜하여 빛조차 없는 땅속에서
널 향한 그리움 눌러 뿌리로 앉힐 때
태양을 향하는 너의 메아리
피가 되어 다시 내게로 오는 거야
잠깐만 귀 기울여 보렴
네게도 들리지
땅속이지만 너를 위해 절규하는 것 이것
내가 아래로 아래로
끝없는 어둠을 부둥켜안는 까닭은
오로지 노래하는 널 위해서인 거야
내게 들리는 저것
가슴이 타는 것
네가 날 위해 부르는 세레나데
나무야
하늘로 하늘로
가슴을 열어 피 같은 사랑을 다오
나무야
넌 결코 쓰러질 순 없어
내가 이 흙을 부둥켜안고
널 위해 영원히 숨을 쉴 테니까
서로 버팀 돌인
너와 나는 하나인 거야
우리라는 단어만이
어울리는 한 몸인 거야
나무야
우리 서로 만날 수 없다 하여도
우린 하나인 거야
13...그 겨울이 다 가도록 / 강명주
외로운 날들아
북풍이 말도 없이 밤을 얼리는 날
어깨를 들썩이고 입술을 깨물며
아픈 울음 운다는 사실을
너와 나는 알 수 없었지
은밀히 무엇을 움켜잡아 보겠다고
내면의 힘을 몽땅 바친다는 사실
그 겨울이 다 가도록
너와 나는 알지 못했지
세상이 다 길이라 해도
그 길을 찾음에
좌충우돌 얼마나 피를 흘렸을지
너와 나는 알 수 없었지
용케도 길을 찾아
올봄 씨알이 되는
외롭고 다부진 영혼
어느 봄날 꽃 피는 날
너와 나 알아보리라
14...너 모르지 / 강명주
나의 나무 바람 불어
꽃이 지던 날
고 작은 날갯짓으로 내 곁에 날아
내 나무에 꽃이 되어 앉은 새야
나의 나무 목이 말라
빈 하늘 하염없이 보던 날
고 작은 손으로 내 뺨의 눈물 훔쳐
내 나무 촉촉이 적시던 비야
네 고 작은 것 하나가
내 우주가 된다는 거
그거 너 모르지
나의 나무 네가 있어
생명이 있다는 거
그거 너 모르지
15...겨울 침묵 / 강명주
눈물 없이는
봄은 없다고 말하는 겨울 얼굴
겨울 숲 속 시간은 낡지 않았다
영하의 수은주에도
시간은 병들어 눕지 않았다
겨울 숲 속 시간은
되려 언 땅에서 치열했으며
부술 수 없는 약속 하나로 뜨겁다
꽃이 될 숨막히는 예감
입춘이 눈을 깜박인다
빈들로 보이는 꽃잎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잔기침조차 없는 겨울 숲
아무것도 없는 양
아무것도 아닌 양
빈들의 고고함
겨울 눈동자에 단 눈물이 흐르면
이제 봄은 저만치 있는 거다
16...빗속의 여인 / 강명주
유혹인가
온누리 촉촉이 적시는 빗물
무엇인가
이렇게 싱싱하다니
나목의 어깨 위로 던져지는
영화 같은 추파
비 떨어진 처마마다 골이 패듯
내 속을 헤집는 그리움 한 덩이
차가운 도시 신작로 가슴팍에
내던져지는 겨울비
미련인가
빨간 핏줄로 빨려드는 푸른 감촉
잊으면 안 될까
안갯속 사람냄새
17...새날 新 태양 / 강명주
먼동이 틀 무렵
눈부신 빛살을 보았는가
날아오르는 태양
힘찬 날갯짓 보았는가
가슴 벅차게 내 안으로 스미며
뼈까지 할퀴는 긴장 느껴 보았는가
인생의 동반자여
날마다
태양의 진한 포옹 감격이지 않는가
새날에는 너와 나
신 태양의 빛살같이
태양빛 출렁이는 물결같이
힘찬 도약만 약속하자!
새날에는 우리
태양을 닮아
높고 깊은 산하 메마른 사막
굴복을 보자
지칠 줄 모르는 태양같이
하늘로 날아
접었던 날개 번쩍 펼치자!
18...홍엽 연가 / 강명주
잃어버린 자아가 목마르게 그리운 날
낙엽은 진다
거역할 수 없는 걸음걸이로
단풍 만발한 호숫가를
헝클어 놓으며 낙엽이 진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나무의 위대한 탈바꿈 앞에
가난한 영혼 더욱 초라해지는데
차가운 넋 하나 홍엽은 진다
미련없이 지나치는
메마른 홍엽의
뜨거웠던 가슴 하나
보도 위로 구르며 죽음이 된다
심장은 가루가 되고
바람 아니 불어도 고별은 온다
자유롭게 떠나가는 홍엽의 영혼
방울 하나 딸랑이며
겨울로 떠난다
지나온 날이여 안녕
19...가을 편지 / 강명주
그대야
그대
편지 같은 가을 아침이야
창밖엔
그대의 밀어
가을비 소리
그리움 적립
또 적립
유리창 너머
천 방울 만 방울
빗방울
긴 긴 그리움
온몸으로 깨물고
아슬아슬한 목마름
한 줄기
그대 보고픔
20...가을 팽창 / 강명주
그대여
해 질 녁
산 그림자가
내 눈에서 슬픕니다
길섶
풀벌레소리가
내 귀에서 슬픕니다
계절이 가고
해가 가고
작은 길가
내 마음이 슬프고
쩌찌쩌쩌
쩌찌쩌쩌
두견이도 슬피 웁니다
팽팽하게 조여오는
가을 팽창으로
무장 무장
가슴도 저린데
에메랄드 하늘빛이
팔랑이며
내 발등을 적십니다
21...가을 앞에 서면 / 강명주
창마다 가을이 와서
기웃대면
긴 가닥 고뇌도
슬프도록 아름답다
서늘해진 바람결에
밀물처럼
가을이 젖어들면
서럽도록 세포마다
그리움 가득 차고
가시지 않는
아픔 하나에 찔리고 만다
구월을 애모하는
아다지오의 바람소리
힘있게 생긴
당신의 어깨에도
절실한 고독을 준다
두툼한 정 한 조각 그리운
갈 날 다시 만나면
가슴 속에 고여
담아 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무엇이 있다
다시 갈 문턱에 서면
그대 넓고 깊은
가슴에 기대어
넘치도록 눈물 흘려야 할
이유 없는 서러움 있다
22...주홍글씨 / 강명주
그대는
내게 있어
주홍글씨입니다
가슴에 담아 담아
지워지지 않은 자자
사랑을 뿜어대다
아픔을 뿜어대다
끝내
이것도 저것도
지워버리지 못하는
아름다운 굴레
그대는
내게 있어
벗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죄
훗날에
내가 죽어 한 줌
흙이 되어도
끝내
내 가슴에 묻힐
아름다운 천사
23...너를 위한 기도 / 강명주
오직 한 사람
널 위한 나의 기도는
온 마음이 따스해
오로지
너만을 위한 나의 기도는
온 영혼이 가벼워
너만을 위한 나의 기도는
지겨운 줄 모르고
너 하나 내 심장에 꼭꼭 박혀
세상사는 이유가 되리
끝없이 낮아지고 허물어져도
무릎을 꿇고
삼천 배를 능히 하는 나는
너를 믿기에
널 위해 기도할 수 있는
큰 기쁨 하나로도
살 수 있음에
24...일출 日出 / 강명주
붉은 해
잠을 깨며
쑤욱
몸 일으키는 동해 바다
가슴 따스한 새날의 입김
고요한 아침의 나라
햇살이 핍니다
지난해 딱딱한 시선
일순에
눈 녹듯 녹습니다
삼백예순다샛날
선을 그을 줄 아는
그대 손 놀랍습니다
내 어깨 위
그대 체온
정말이지 따스합니다
질곡의 터널 속
붉디붉은 나신의 탄생
날마다 새날
첫 떨림
신 神이 주신 축복입니다
25...추락하지 않는 날개 / 강명주
뜻이 크다 하여
모두 가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높은 이상은 우리네 삶을
고양 시켜주지만
삶의 소모를 요구하고
우리는 불안전한 존재로
뜻이 하늘에 있다 하여도
두 발은 땅을 딛고 있질 않습니까
높이 오르려고만 한다면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로
날개는 녹을 것이며
중력이라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역사는 한꺼번에 진보하지 않으며
인간은 갑자기 성숙하지 아니하니
이상의 추구
추락하지않는 날개는
오직
굳은 땅 뚫고 오르는
새싹의 문명을 닮아야만 되겠습니다
26...나의 사람아 / 강명주
처음 본 그 찰나
그 순간부터 사랑이었던 사람아
숱한 가슴 속 바람
꽃 바람으로 만들었던 사람아
가슴 내어줘도 좋을 사람
가슴 아파도 그리울 사람
그댈 보면 눈이 부셔라
아는 듯 모르는 듯
오늘도 태양을 캘 듯
눈을 비비며 식탁을 나서는 사람아
그대 남긴 음식에 마음 아픈
나는
힘겹지만 아름다운 너의 삶을 위하여
나의 신에게
널 위한 기도문 만들고 만들며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다
날이 갈수록 사랑을 찾게 하는
나의 사람아
그대 있음에 사랑도 있어라
27...당신은 알지 못한다 / 강명주
그대 그리운 사람아
내가 당신 속에
얼마나 빠져있는지
당신은 알지 못한다
여름 한낮 지천에 피는 풀향처럼
그리움으로 아릿한 시간
외르르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 같은 기억
그리운 사람아
그대 잠든 창가 바람이 불면
잎새마다 팔랑이며
창창이 그림자를 드리우는 내 그리움을
당신은 알지 못한다
우리 사랑 더 아름다웁기 위해
어디서 얼마나 더
우린 갈구해야 하는지
그대 그리운 사람아
내가 당신 속에
얼마나 빠져있는지
당신은 알지 못한다
눈 깊은 당신께 전이된 이 뭉클함
그대가 가만히 나의 손을 잡던 그날
종일토록 내 손끝에서
당신 심장 뛰고 있었음을
당신은 알지 못한다
장미 절제 있는 다스림으로
가시 속에서도 꽃을 피우듯
큰 기쁨 당신께 드리고픈 내 마음
당신은 알지 못한다
그리운 사람아
그대 때문에
간절한 기도 배웠음을
당신은 알지 못한다
당신 때문에
날으는 새가 되고픈 내 마음
당신은 알지 못한다
28...지금이었으면 좋겠다 / 강명주
한해에 한번 칠월칠석날에는
까치 까마귀 푸른 은하 강에 다리를 놓아
저 하늘 끝과 끝
오롯이 그리움으로 반짝이는
견우직녀님 아름다이 만난다는데
오작교란 꿈같은 다리
우리에겐 없을지라도
너와 나
마음 통하여 만날 수만 있다면
시간과 역사가 멈춰버려도 좋겠다
하나의 정점을 향하여
삼백예순다샛날
끝없이 리플하던 샛빨간 심장
이유 있는 아픔 아픔이어라
너와 나 아름다이 섞이기 위한 바램이여
끝끝내 비우지 못하는 내 부질없음이여
사랑해도 떠나야 하는 때가 있듯
멀어져도 돌아오는 때 그때
지금이었으면 좋겠다
후드득 슬픈 운명의 견우직녀님
만나는 투명한 눈물에
델리커트한 내 심장 진한 빨간 빛깔
단 한 번 가시나무 새처럼
단 한 번 너를 위해
기꺼이 노래하는 날
지금 지금이었으면 좋겠다
29...빗방울은 진주가 되어 / 강명주
빗방울 빗방울 꽃잎을 탑니다
한 방울 두 방울 그대 음성
영원이라 말하는 아름다움
내 가슴에 와 닿을 때마다
진주가 됩니다
빗방울 빗방울 얼마나 왔을까
지극히 헌신적으로 내립니다
비 빛 영롱한 보석인 까닭에
지상을 몽땅 유혹하고 맙니다
내리면 내릴수록 젖어들기만 합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타오르기만 합니다
30....愛 花 진달래 / 강명주
나의 뜰로 옮길까
비슬산 진달래 숲
또다시
봄은 와서
사랑스런 꽃 피었다네
진홍색 꽃 숲
뜨거운 보고픔
봄토록
저 고운 햇살 잡아
낮이 늘었네
나의 뜰로 옮길까
사월
가지 못하게
나의 뜰로 옮길까
이별
오지 못하게
31...에레지의 영토 / 강명주
살 바람 쌀쌀히도 불던 날
사월이라 잔설 속 강인한 풀꽃
흥얼거리는 생명
괭이눈 맥문동 더불어 살아도
영역다툼 모르는 에레지의 영토
1910 불평등조약 그 억울함
그 족발이를 잊을쏜가
오죽하면 조신한 새악시 만반의 태세
논개의 절개인 듯 간담 서늘한 외침
남의 땅 널름대는 날 강도
분기탱천 에레지
오등(吾等)이 자(玆)에 분기하도다
멈추어라 족발이 분개한 야생화
만개한 에레지 태극의 몸짓
평화로운 숲 속 마을 보랏빛 꽃 무리
대대손손 더불어 살 우리 땅 독도
뭉쳐서 지키리
**
에레지-다른 이름 : 차전엽산자고(車前葉山慈姑), 가재무릇, 얼러지, 에레지, 얼레기,
비단나물
야생화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불리며
관상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산지대의 볕이 잘 드는 숲속에서 무리지어 자란다.
씨에서 싹이 터 꽃이 피기까지 7년 이상 걸리는 탓에,
얼레지 군락지는 자연이 파괴되지 않고 보존되어 온 세월을 그대로 말해 준다.
3~5월에 꽃이 피는데, 17~20℃가 되면 꽃잎이 달리고
25℃ 이상이 되면 꽃잎이 완전히 뒤로 젖혀진다.
**
살―바람 [명사]
1.봄철에 부는 찬 바람.
2.좁은 틈에서 새어 드는 찬 바람.
**
분ː기――탱천(憤氣撑天)[명사][하다형 자동사]
분한 마음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쳐 오름. 분기충천.
**
분개 分槪
분개 (分槪)[명사][하다형 타동사] 사리를 분별하여 헤아림
**
오등 吾等
오등 (吾等)[대명사] 우리들. 아배(我輩).
32...산수유 물결 / 강명주
지리산 기슭 구례 땅
연한 갈색 나무 위 산수유 꽃
기다림이 길어
척박한 듯 보여도 초연한 웃음
우산살처럼 펼쳐든 노란 기개
분명 햇살 휘감으며
빨갛게 빨갛게 심장은 뜨거운 거다
소중한 선물이 듯
눈에 넣었는데 타는 듯 내 심장
지상이 끝내
파스텔 빛 그 생명
그 음악으로 취하고 말 거다
아무리 섧은 사연도
구례 땅 골마다
스멀거리는 생명의 빛깔같이
꽃으로 피어날 수만 있다면
지상의 필요충분 조건인 거다
윤기나는 계절
기운찬 기지개 얼음 녹이고
작지만 노랗게 흐르는 속담 하나
살아가는 것 슬픈 약속이어도
그때까지 아낌없이 제 한몸 불태우며
내가 길이 되어 내가 물결이 되어
그러면서 나를 알아
아름다이 쉼 없이
흐르는 거다 순례인 거다
34...달빛 눈부신 밤 / 강명주
금빛 보름달이다
검은 밤 흐르던 곳에
두둥실 음악같이 흐르는
오오, 경경히 밝은 달
속절없이도 눈매 뜨거운 밤에는
문득 바라는 기도로 약속을 하자
사람들아, 근심 많은 사람들아
닦아라, 씻어라, 달빛이 눈부시다
아아, 저 금빛 거룩한 소리로
만들자, 사람들아
뒤돌아도 언제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박꽃 같은 이야기를
정월하고도 밤은 깊어도
보름달은 밝아
뉘우침이 많은 나 부끄럽기도 하도다
철들고 보니 구 할은 후회더라
사람들아, 유장히 흐르는 강물 속에도
달은 금빛이며
구름이 흐르고 파아란 바람이 이누나
어둠 속 보름달이 넉넉기도 한 밤에는
35...꽃눈 터지는 소리 / 강명주
간절한 기도 하나 들고
둥글게 둥글게
기를 모아 먹을 간다
화선지에 먹물이 스며
입춘이 형상을 만들고
입춘대길 네 글자가 일어서며
기지개를 켠다
보아라
저 부활의 용트림
온기 품은 바람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며 알은 채를 한다
들리는가
보이지 않는 형상으로 노래하는 것들이
산자락 자락 깊숙한 혈맥으로 흐르는 곳에
생의 나이테를 그리며
침묵하는 영혼을 깨우는 세미한 소리
들리는가
피어나다 얼어버리곤 하던
구멍난 사람들의 가슴에도
톡톡 맺히는 꽃눈 터지는 소리
36...봄날의 전령 / 강명주
저기
풀빛을 보아요
실바람에 젖은 숲
촉촉한 입술로
봄을 말하고 싶은
연록빛 잎사귀
어디서 왔을까
신기한 봄날의 전령
저기
저토록
수정처럼 고운 빛
약속도 없이
언제 왔을까
사각사각
숨죽여 걸어오는
어여쁜 봄임의 얼굴
이처럼 고운 가슴 설렘
또 있을까
봄빛
논두렁 밭두렁에
쑥쑥 자라고
어느새
봄 입술
사랑의 말 속삭거리면
출렁
사랑에 빠진다
겨울이 구워낸
봄
가슴 벅찬
사랑의 시 읊어댄다
37...결혼 結婚
인연을 숙명이듯
질펀히도 휘감긴 영혼
뿌리는 땅 밑에서 교차하고
가지는 위에서 섞이더니
한 그루 나무 되었네
그대는 오른발
나는 왼발
자식이란 끈으로 묶여져
같은 보폭으로 걸어가는 길
억지스레 꾸미지 않아도
햇살에 반짝이는 것 같은
그런 보석 같은 것
38...그대 바라기 / 강명주
나 그대 바라기
가슴이 좁으냘 그대 그리워
습관처럼
어김없이
아람 지는 그대 그리움
그대 사랑
날카롭게 내 눈 찔러
내게 보이는 건 그대뿐
눈물 속에도
웃음 속에도
온통 그대 그대
내 맘 동여맨 편지 속
그대 진한 사랑
微 旨 미지의 포구
그대와 나의 悅 樂 열락
같은 속도
같은 소리로
같은 길을 걷는 것
계절이 절로 익는 밤
끊어질 듯 아련한 시공
으늑한 답
그대는 나의 아람치
터뜨릴까
감출까
나는 그대 바라기
*아람
아람 [명사] 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저절로 충분히 익은 상태, 또는 그 열매.
*미지 微旨
미지 (微旨)[명사] 깊고 미묘한 뜻.
*아람치
아람―치 [명사] 자기의 차지. 낭탁(囊)
* 열락
(悅樂)[명사]
1.[하다형 자동사]기뻐하고 즐거워함.
2.불교에서, 이승의 욕구를 초월함으로써 얻어지는 정신적인 만족감을 이르는 말.
*시공 時空
시공 (時空)[명사] 시간과 공간.
¶ 시공을 초월하다.
*으늑―하다 [―느카―][형용사][여 불규칙 활용]
1.둘레가 푹 싸여 조용한 느낌이다.
산속의 으늑한 암자. (작은말)아늑하다.
2.은근한 멋이 있다. 으늑―히[부사
39...꽃보다 향기로운 신록 / 강명주
향기로운 신록으로 물든
팔공산 산자락 나무의자에
등을 대고 누웠네
새하얀 구름이 신록을 보다듬고
빨간 햇살마저 윙크를 하네
바람이 풀잎에 나뭇잎에
오늘따라 못 견디게 불어대는 건
내 이처럼
이 여름 풍경 여름 향기
예삐여김을 바람도 안단 말일까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에 끙끙거리듯
저토록 못 견디게 쏴쏴 댐도
온통 풀빛으로 떠들썩한 축제가
바람도 싫지 않단 말일까
수십 가닥으로 퍼져나가던
상념의 실타래를
거침없이 한 갈래로 옭아맨 듯
송골송골 이마에 땀방울 달고서도
눈으로 코끝으로 귀 끝으로
푸른 혈맥이 펄펄 뛰어
신록의 무언의 위안에
풍덩 빠지고 만다네
꽃보다 눈부신 신록
흥건하게 번져오는 칠월의 호흡
공기 사이 오가는 미묘함
생생한 감각 속에서
내면의 낯선 자아에 점령당한
내가 신록 따라 움직인다네
40...매화 마을 길손 / 강명주
매운 추위 이기어
매화였던가
매화골 섬진마을 하얀 매화
봄같이 안개같이 전신을 휘감네
우수수 날리는 하얀 꽃잎
서설 날리 듯
앗 차가
단말로 소리지를 뻔하였네
매화 꽃 눈부신 기품에
절로 느슨해진 길손
토지 속 서희가 되어보는 꿈 속
매화골 사람 흘린 땀
매향으로 피면
지리산이 섬진강에 안긴
포근한 모습같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마저 잊었네
나그네 가는 길
사그락 사그락 풍경소리
길손을 위해
사르르 사르르
눈이 부신 하얀 웃음
바쁜 이의 박자를 늦추네
41...다만 그대 있기로
詩:강명주
가까운 느낌
당신이었나요
깊은 떨림
당신 때문이었나요
다만 그대 있기로
그대에게 젖기
사랑에 젖기
다만 그대 있기로
나는 사랑에 물듭니다
그대에게 물들기
사랑에 불타기
가슴이 타고타고 또 타도
참을 작정입니다
고통이어서
아픔이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더라도
그래도 그대여
빨갛게 물들 작정입니다
다만 그대 사랑하기로
알 사한 느낌
고운 떨림
오직 당신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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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주 시인 프로필
경영학과 졸
시인 수필가
월간 모던포엠 시 부문 등단
계간 현대 시선 수필부문 수상
현대 시선 작가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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